[르포]'의성산불 여파로 영덕군의 모든 일상 멈췄다'
영덕군 산불로 7명 사망
전기·통신 끊기고 산불 피해 야생동물 내려오고 죽기도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 한 주택이 산불로 전소돼 있다. 2025.03.26. lm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6/NISI20250326_0020747411_web.jpg?rnd=20250326104837)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 한 주택이 산불로 전소돼 있다. 2025.03.26. lmy@newsis.com
전날부터 화마가 덮친 영덕군은 희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26일 오전 포항시와 영덕군을 잇는 7번 국도에 차를 올리자 희뿌연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덕군에 가까워질수록 연기는 더욱 짙어졌다. 운전석 앞의 시야도 잘 보이지 않았다. 차 창문 틈 사이로 나무 등이 불에 탄 냄새가 들어오기도 했다.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시작한 산불로 인해 영덕군에서는 현재까지 주민 7명이 숨지는 등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전날 오후 9시께 영덕읍 매정리 한 요양원 직원과 입소자가 차를 타고 산불을 피해 대피하던 중 화염으로 차량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차량 탑승자 6명 중 3명이 숨졌다.
영덕읍 매정1리에서는 주민 2명이 불에 타 숨졌고 축산면에서는 주민 1명이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됐다.
또한 소사자 1명이 추가 발견돼 영덕군에서만 산불로 인해 총 7명이 사망했다.
전날 오후 9시6분부터 영덕 전 지역에 정전이 발생하면서 영덕정수장의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영덕 전 지역 통신도 끊겼다.
이에 군민들은 자식들과 친척 등과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피해 사실을 어디에도 전달하기 못했다.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에서 한 주민이 산불로 전소돼 집을 바라보고 있다. 2025.03.26. lm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6/NISI20250326_0020747404_web.jpg?rnd=20250326104809)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에서 한 주민이 산불로 전소돼 집을 바라보고 있다. 2025.03.26. lmy@newsis.com
현재 영덕군민 중 4345명이 대피소 등에 대피한 상태다. 영덕군은 인력 1700여명과 장비 62대를 투입해 산불을 진압 중이다.
영덕군민체육센터로 대피한 군민 150여명은 뜬 눈으로 밤을 세웠다. 대부분은 노인들이었다. 군민체육센터 안은 연기로 가득했다.
김모(81)씨는 "동네 34개집이 모두 다 탔다. 강풍으로 불이 삽시간에 번졌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72·여)씨는 "바람에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며 "대피하느라 정신이 없어 집에 모든 걸 두고 왔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4시께 포항시와 영덕군을 잇는 7번 국도를 비롯해 영덕군 내 외곽도로에는 산불을 피해 내려 온 야생동물들도 보였다.
산불을 피해 도로로 내려왔다 차에 치여 죽은(로드킬) 동물들의 사체도 눈에 띄었다. 영덕군 등에서는 죽은 동물 사체를 치우기도 했다.
최모(40)씨는 "새벽에 운전을 하다 깜짝 놀랐다"며 "도로에 노루 2마리가 서 있고 도로 주변에 야생동물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 산불을 피해 내려온 것 같다"고 했다.
특히 7번 국도는 산불을 피해 대피하는 군민 등으로 인해 역주행 등 혼란 그 자체였다.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 한 주택이 산불로 전소돼 있다. 2025.03.26. lm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6/NISI20250326_0020747408_web.jpg?rnd=20250326104809)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수리 한 주택이 산불로 전소돼 있다. 2025.03.26. lmy@newsis.com
영덕경찰서 소속 순찰차는 지품면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일대 교통정리를 하러 출동했다가 화염에 휩싸여 전소됐다.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3명과 주민 1명은 가까스로 순찰차에서 탈출해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정모(52)씨는 "새벽에 대피하는 차량들로 인해 7번 국도가 난리도 아니었다"며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라고 전했다.
한편 영덕군과 인접해 있는 포항시는 산불로 인한 지역 피해 방지를 위해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포항시는 산불 확산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 우려가 있는 북구 죽장면·기북면·송라면 일대에 주민 대피 명령을 내려 현재 130여명이 긴급 대피한 상태다.
포항시는 산불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진화대·산불감시원·자율방재단·공무원 등의 인력을 총동원해 적극적인 산불 예방 활동에 나섰다.
불법 소각 행위가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 때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대응할 수 있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해 산불 피해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e@newsis.com, abc15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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