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 관련 고위 관료들의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고, 이후 이들이 예멘의 이슬람 무장 단체 후티에 대한 공습 작전을 메신저에서 논의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미국 잡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60) 편집장을 향해 “신뢰를 잃은 언론인”이라고 깎아내리면서 이번 일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골드버그는 이전에도 트럼프가 ‘사기꾼’, ‘악당 기자’라고 부를 만큼 트럼프의 분노를 샀던 언론인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골드버그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대를 중퇴하고 이스라엘로 이주해 이스라엘 방위군으로 복무했으며. 1990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인의 반이스라엘 독립투쟁) 당시 교도관으로 일했다. 이스라엘에서 있는 동안 예루살렘 포스트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언론계에 발을 디뎠다.
골드버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포스트에서 사회부 기자로 일했다. 뉴욕매거진, 뉴욕타임스 매거진을 거쳤고, 유대인 신문인 포워드의 뉴욕 지국장을 지냈다. 2000년 뉴요커로 자리를 옮겨 중동 특파원으로 5년 동안 근무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2007년 애틀랜틱 사장인 데이비드 브래들리가 골드버그 영입을 위해 골드버그의 세 자녀를 위한 조랑말을 그의 집으로 보낸 일화가 전해진다. 골드버그는 애틀랜틱으로 이직한 9년 뒤인 2016년 애틀랜틱 편집장을 맡았다. 골드버그는 미국 공영방송 PBS의 ‘워싱턴 위크 위드 애틀랜틱’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골드버그가 편집장이 된 이후 애틀랜틱은 2021년에 퓰리처상을 첫 수상했다. 이후 2022년, 2023년에도 퓰리처상을 받았다. 애틀랜틱은 2022년과 2023년에는 내셔널 매거진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골드버그는 최근 들어 애틀랜틱의 정치부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기자를 여럿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틱은 지난해 기준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있다고 발표했다. 연간 잡지 발행 횟수는 10회에서 12회로 늘렸다.
◇ 트럼프가 “악당 기자·사기꾼”이라 부르는 악연
골드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적대적인 관계였다. 골드버그는 지난 2020년 9월, 트럼프가 제1차 세계대전 중 전투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패배자’, ‘바보’로 불렀다고 보도했다. 당시 골드버그는 “트럼프가 전쟁에서 죽은 미국인들을 ‘패배자’이자 ‘바보’로 불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첫 번째 임기였던 2018년 프랑스 파리 근처의 앤 마른 미국 묘지 방문을 취소한 것은 공식적인 이유였던 기후 악화 때문이 아니라 비가 오면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 봐 걱정했고, 무엇보다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골드버그는 2024년, 트럼프가 미군을 계속 경멸하면서 “히틀러와 같은 장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에 애틀랜틱이 “실패한 급진 좌파 잡지”라는 글을 올렸고, 골드버그를 ‘사기꾼(sleazebag)”, ‘악당 기자(slimeball reporter)’라고 칭했다. 트럼프는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애틀랜틱은 “실패한 잡지”라며 골드버그에 대해 “그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역시 군사 작전을 일반 메신저에서 논의했다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닌 골드버그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24일 아시아 순방의 기착지인 하와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구도 전쟁 계획을 문자로 주고받지 않았다”며 “(골드버그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기꾼이자 매우 불신받는 언론인”이라고 비판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도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골드버그는 사건을) 선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기자”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