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2025' 금양 부스. 사진=연합뉴스
'인터배터리 2025' 금양 부스. 사진=연합뉴스
"딸 돈까지 포함해서 억 단위로 넣었는데 어떻게 하나", "얼마 전에 수백만 원 손해보고 판 내가 그나마 승자라니…" (금양 온라인 주주 종목게시판)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에 육박하며 '2차전지 대장주'로 꼽혔던 금양이 수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주주들이 패닉에 빠졌다. 지난 21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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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장유지를 하겠단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선 본업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만큼 상장유지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금양 "어떻게든 투자유치…모든 수단 총동원"

정주식 금양 전무(R&D센터장)은 26일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사과문에 거론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양은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지난 1월17일 당면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한 뒤 기장공장 완공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국내외 많은 투자기관들과 접촉했다"며 "감사보고서 제출 전 자금 조달을 마치고자 했지만 전 임직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확정된 투자 유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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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내외 투자기관들과는 지금도 협의를 이어가 가시적 결과를 끌어내려고 노력 중인 상황"이라며 "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빠른 시간 내 투자유치를 해 감사인 의견거절 근거를 해소하도록, 또 거래가 재개되록 모든 수단과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추가로 △국내외 투자 유치 부분의 조직력과 시스템 강화 △전반적 사업구조 혁신안 마련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전면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21일 회사는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금양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는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게 한울회계법인 측 의견이다. 이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금양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동시에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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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육박하던 시총 6300억대로…주주들 곡소리

1978년 설립된 금양은 2020년 들어 기존 '발포제·정밀화학 제품 생산'에서 '2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유명 핀플루언서(금융 인플루언서) 등에 힘입어 2차전지 열풍의 중심에 서며 2023년 7월26일 주가는 장중 19만4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썼다. 이 당시 회사 시총은 10조원에 육박했다.

기세를 몰아 금양은 몽골과 콩고 광산에 투자하고 부산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패인이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캐즘(Chasm)으로 2차전지 업황이 나빠진 가운데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회사는 올 2월 유상증자 계획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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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양은 공시번복을 이유로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벌점이 누적돼 관리종목에도 지정됐다. 앞서 금양은 몽골 광산의 실적 추정치를 부풀렸단 논란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벌점을 부과받았다.

이후 금양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주가(9900원)는 2023년 7월의 최고가 대비 94.9% 폭락했다. 시총도 6300억원대로 고점 대비 크게 쪼그라들었다.

주주들은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한다"며 주주 중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회장에 책임을 묻는 국민청원을 내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 주주는 포털사이트 금양 종목토론방에 "2차전지 열풍 때 생애 첫 주식으로 시작한 금양이 상장폐지 위기라니 화가 나고 답답하다"며 "1억원 넘는 금액이 이 주식에 묶여있는데 상폐만은 안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증권가 "금양의 상장유지 노력, 험로 예상"

아직 상장 폐지가 확정된 건 아니다. 아직 금양의 이의 신청과, 거래소 심사 등 일부 절차가 남아있어서다. 회사의 이의신청 기한은 다음달 11일까지다.

하지만 시장은 상장유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양의 코스피200 퇴출 가능성을 짚은 보고서에 "회사가 유상증자를 시도했던 목적은 '기장공장 건설에 대한 자금조달 불확실성'이다. 하지만 이미 2차전지 공장 신축과 관련해 지난해 이후로 부채 수준은 큰 폭으로 급증했다"며 "계속사업 존속에 대한 부분이 우려되며 감사 과정에서 이 지점이 지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은 바 있다.

실제 최근 2년 사이 증권가 리포트는 전무했다. 금양의 2차전지 진출 등 성장동력 추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상상인증권의 2022년 9월 리포트가 금양에 대해 증권사가 내놓은 마지막 보고서다.

주가 급등세를 실적이나 계약으로 증명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금양은 2023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손실 560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부채 총계는 전년도 4569억원에서 지난해 762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3월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꿈의 이차전지'라는 '4695 배터리'도 수주 소식이 요원하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가 아예 나오지 않았던 것은 숫자로 확인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라며 "앞선 주가 급등세는 수급 영향이고 당초 회사의 실적 전망치나 목표치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졌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이의신청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 감사인에서 요구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계약 이행상의 '근거'를 기간 내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