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989년부터 원자로 가동… 南은 美 압박에 항복 ‘NPT 비준’[Who, What, Why]

권승현 기자 2025. 3.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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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핵보유론의 역사
北, 제네바합의 등 국제제재에도
아랑곳 않고 6차례나 실험 강행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南, 박정희 때 ‘독자 개발’ 시도
佛과 원자력 협정까지 맺었지만
美 “안보동맹 끝장” 엄포에 중단
트럼프 “북핵, 나쁜 일인가?”
국제사회 핵 억제 기조 흔들어
한반도 핵무장 찬반갈등 심화
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의 핵무장으로부터 촉발된 한국의 핵 보유론은 윤석열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몸집을 키우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 북한·러시아의 군사 밀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변하는 안보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자체 핵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두드러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내 핵무장론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다.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못하겠으니 우리가 스스로 핵무장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힘을 얻는 것이다.

◇핵 보유론에 군불 땐 북핵 고도화 = 북핵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대두한 건 1989년 북한이 영변 5㎿ 원자로를 가동하면서다. 국제사회는 1994년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와 2007년 6자회담에서 타결된 ‘2·13 합의’를 통해 영변 핵 시설을 동결하는 등 일시적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전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6차례에 걸친 핵실험 끝에 2017년 12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현재 북핵 기술에 대한 추정치는 다양하지만,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50∼1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2022 국방백서’는 북한이 핵무기 9∼18기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인 70여㎏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 백서는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시설 가동을 통해 핵물질을 생산하여 왔으며, 최근까지도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통해 고농축 우라늄(HEU)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기술했다. 플루토늄으로 핵무기(핵탄두)를 제조할 때 구성품과 기술력에 따라 1기에 플루토늄 4∼8㎏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와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만 제기됐던 핵 보유론은 점점 목소리를 키워갔다. 종래엔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더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심각해지면)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과학기술로 빠른 시일 내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고 공개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미 국무부가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반응하자, 윤 대통령은 “만약에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해야) 하고, (그 경우) 양자 간에 핵군축이라는 문제만 남게 된다”고 수위를 낮췄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박정희 정부도 핵무장 추진, 좌절 = 한국의 핵 보유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도로 독자 핵 개발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핵 개발 의지를 갖게 된 것은 미국에 대한 불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면서 박 정부는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또 미국의 베트남전 철수 역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1974년 한국은 5대 핵보유국 중 하나인 프랑스와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핵 개발에 나섰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미사일(유도탄)을, 핵무기 원료는 원자력연구기관(원자력연구소·핵연료개발공단)에서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1973년에는 핵연료 조사시험, 핵재료 개발 등 다목적으로 캐나다에서 연구용 원자로 도입을 추진하였고, 1974년에는 프랑스로부터 재처리시설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미국은 한국이 핵 개발을 지속하면 미군 철수, 원전 건설 지원 중단 등 강경책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캐나다 등 원자로 및 재처리시설 기술 제공국에도 압력을 넣었다. 미국은 “만약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다면 한·미 안보 동맹은 끝장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75년 4월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준한 뒤, 이듬해 1월 프랑스와의 핵연료 재처리시설 도입 계약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해 12월, 핵무기 프로그램은 중지됐다.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 구축을 위한 선언’을 통해 핵 확산 국제협약 준수, 재처리·농축시설 미보유를 선언했다. 현재는 NPT뿐 아니라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핵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핵 비확산 주축’ 미국의 변화 = 현재 NPT가 공인한 5개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NWS)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다. 공인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여겨지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있다. 미국은 NPT의 핵심 주도국으로서 핵보유국이 아닌 국가들의 핵 개발을 막고 기존 핵무기 보유국의 군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수단으로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제공해 동맹국들이 자체적인 핵무장에 나서지 않도록 유도해왔다.

이런 흐름을 뒤흔든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2016년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고개를 쳐들 때마다 우리는 일본과 다른 많은 나라들로부터 ‘뭔가 좀 해달라’는 전화를 받는다”며 “어느 시점에 가면 우리가 더 이상 그것을 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 “그게 꼭 우리에게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측근, 공화당 내에서도 한국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듯한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는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대신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에 선출된 짐 리시 공화당 의원은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핵무기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국면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당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다.

◇핵 보유론 우려도 여전 =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핵을 포기할 뜻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 이미 NPT 탈퇴 요건을 충족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NPT는 국가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 탈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한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원을 총동원하면 약 2년 내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NPT를 탈퇴하면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전망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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