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홈플러스의 마이너스를 만들었나

전국 126개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3월4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이날 신청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며 6월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했다. 주요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롯데쇼핑) 중 하나인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소식에 유통업계는 물론 각 지점이 위치한 지역사회에까지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락 결정을 회생 신청의 이유로 들고 있다. 2월28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기업어음, 단기사채)을 기존 A3에서 A3-로 한 단계 낮췄다. 홈플러스와 같은 대규모 유통업은 상품을 매입하는 시점과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회수하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 이 시차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어음 발행이나 매입, 영업 대금 유동화가 필요한데, 단기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현금이 부족해질 위험이 예상되어 ‘선제적으로’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다는 게 홈플러스 측의 주장이다. 단기신용등급에서 A3-는 투기등급(B) 바로 위단계다. 2015년 연초만 해도 A1 등급이던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은 지난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등급이 떨어질수록 이율은 높아지는 반면 매출액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가 어렵다. 결국 자금 경색이 예상되자 홈플러스는 주요 채권자와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3월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소식이 전해지자,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은 순식간에 D(채무불이행) 등급으로 추가 조정되었다.
홈플러스의 부진은 유통업계 내에서 꽤 오랫동안 논란거리였다.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홈플러스를 예의주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라는 점, 그리고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이후 유통업계의 환경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삼성물산 유통부문이 1997년 설립한 대형마트다. IMF 외환위기 이후 1999년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가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홈플러스는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한다. 2008년에는 옛 까르푸 매장을 운영하던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더욱 불렸다. 2015년 9월, MBK가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사모펀드의 영향력하에 놓이게 된다. 당시 인수금액은 약 7조2000억원. 기존 차입금 승계 금액을 제외해도 약 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수 사례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본이 동원되었다며 시끌벅적했다.

다만 인수에 투입되는 자본 구조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었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는 차입매수(LBO) 형태로 이뤄졌다. 차입매수는 ‘인수하는 기업(MBK)’이 ‘인수되는 기업(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하는 방식이다. 2015년 당시 MBK는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2조7000만원을 신규 차입하고, 자사 블라인드 펀드 등을 이용해 3조2000억원을 동원했다.
이 같은 차입매수로 홈플러스는 차입금 상환과 배당금 지급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만약 인수되는 기업(홈플러스)이 구조조정이나 기술개발 등을 통해 단기간에 성장하거나 재무상 안정을 빠르게 찾아 매각될 경우, 인수한 기업(MBK)은 일종의 ‘차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훼손될 경우, 반대로 차입매수는 독이 되어 돌아온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늘려 재매각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보다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우선시한다. 문제는 ‘들인 돈(빌린 돈)은 많은데 업황이 나빠질 경우’다.
유통업계가 특히 그랬다. 2015년만 해도 유통업의 중심에는 대형마트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유통업계는 이커머스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유통업 전반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쿠팡 등 온라인커머스의 존재감이 커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이 온라인 전환을 더욱 빠르게 했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던 홈플러스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재무안정성 악화와 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그리고 기업회생으로 이어지는 과정 전반에 유통업 환경 변화라는 악재가 크게 작용했다.
MBK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앞세우며 이번 사태를 ‘투자 실패’로 단순화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화에 적잖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유통업계 변화라는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사모펀드의 기업 운영 과정에서 내린 경영 결정이 홈플러스의 부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빚으로 인수해 빚으로 무너지나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알짜 자산을 매각했을 뿐, 체질 개선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지적은 하루이틀에 나온 게 아니다. 3년 전인 2022년 8월30일, 한기평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며 발표한 ‘등급 조정 사유’를 살펴보자. 당시 한기평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며 사업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영업적자가 확대되는 등 수익창출력이 저하되었다. 자산매각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재무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단기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무보증사채(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도 A-에서 BBB+로 강등되었다.
당시 한기평의 발표에는 이런 지적이 함께 남아 있다. “동사의 경우 MBK에 피인수된 이후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한 결과 점포 리뉴얼 등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게 집행되었다. 이에 점포 노후화로 인해 우수한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매장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MBK의 인수 과정에서 지적된 차입매수의 문제가 홈플러스의 영업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2022년만 해도 온라인 중심의 유통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당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단순히 저렴한 물건을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매장 재편이 대두되었다.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해서 모든 업체가 죽을 쑨 것도 아니었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인 코스트코코리아는 2020년(회계연도 기준) 연매출 4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6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2020년 9조4834억원이던 매출액이 2024년 7조3485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리뉴얼 등)에는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인수금융 상환이 필요한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대규모 리뉴얼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이후, MBK는 기존 알짜 상권의 매장을 매각하며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려 했다. ‘까르푸 1호점’으로 유명했던 부천 중동점을 2018년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는 현재 주상복합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일부 매장은 ‘매각 후 재임차(S&LB)’ 방식으로 임차료를 지불하며 운영 중이다.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에 매장을 매각하면서 차입금이 일부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펼쳐진 고금리 환경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빚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소비 침체로 인한 영업 부진도 뒤따랐다. 적자가 누적되면 자본이 줄어들고, 같은 부채라 해도 상환 부담은 더 커진다. 결국 2024년 11월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를 넘기에 이르렀다(한기평 발표 기준).
추가 매장 매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특히 비수도권 지점의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수도권 상업용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개발 여력도 떨어진다. 홈플러스 전체 매장 126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66곳이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반대로 ‘매각하기 용이한’ 알짜 지점(부지)의 경우, 매각 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더 비싼 값에 기업을 매각하는’ 사모펀드 전략은 지금의 홈플러스에선 실현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 전략이 홈플러스의 체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다.
개인투자자 피해부터 지역 일자리 문제까지
대규모 유통 기업의 법정관리는 사회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물품 대급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금융 부채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 측은 납품업체에 대한 상거래채권은 지급 가능하다며 영업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채권은 회생계획안이 마련되기까지 상당한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거래채권과 달리 금융채권은 곧바로 돌려받기 어렵고, 회생계획안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하다.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유동화 전자단기채(ABSTB)에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도 적잖다. 3월12일 금융감독원 앞에 모인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대책위’는 카드결제대금을 기초로 발행한 ABSTB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연이율 6~7%를 보장했던 3개월 만기 홈플러스 단기채가 은행 PB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판매되었는데, 투자자들은 이 채권의 성격이 금융채권이 아닌 (상환 가능한) 상거래채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정관리로 인한 고용불안도 우려된다. 홈플러스 노조(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일반노조)는 이번 사태로 인해 홈플러스에 직고용된 약 2만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등에 간접고용된 인력까지 약 10만명이 고용불안을 겪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홈플러스 노조는 영업점 폐점으로 인한 고용불안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 지역에서 대형마트 지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지역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사라진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을 지탱하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정관리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있는 MBK를 향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3월12일 MBK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국회 정무위원회도 3월18일 긴급 현안 질의를 예정하며 MBK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누구나 아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대형마트’의 법정관리 후폭풍은 2025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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