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왜 이런 車 못만들까…차라리 타지마라, 못사면 ‘고통폭발’ 일본차 [최기성의 허브車]
편안한 오프로더, 표리부동 매력
웬만해선 가질 수 없어 더 고통
요트를 탄 기분이다. 연어처럼 흐르는 물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얕은 물도 아니다. 수심이 50~60cm 정도다. 70cm까지는 물 먹을 걱정이 없다.
돌, 자갈, 모래 등이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한 강바닥을 움켜쥐듯 미끄러지지 않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물길을 거슬러 간다.
움직일 때 차체에 부딪치는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소리이지만 믿음직한 차 안에 있어 겁나지 않는다.
어떠한 역경이 몰려와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남자가 된 것 같은 뿌듯함이 온몸에 밀물처럼 밀려온다
놀라운 것은 정통 오프로더가 아니라 배터리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SUV라는 사실이다.
스티어링휠은 오프로더에 장착된 것과 달리 세단에 달린 것처럼 편안하고 가볍게 움직인다. 타이어도 오프로더 전용이 아니라 더 놀랍다.
지프(Jeep)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 벤츠 G클래스처럼 정통 오프로더를 타고 ‘도강(渡江)’했다면 즐겁지만 놀라지는 않는다. 정통 오프로더가 아니기에 더 짜릿했다. 게다가 너무 편안했다.
LX는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가 선보인 최초의 SUV로 1996년 미국에서 출시됐다.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Effortless and Refined on Any Road)’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렉서스다운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현재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 출시는 29년 만에 성사됐다. 2010년대 이후 SUV가 대세가 되면서 국내 출시 요구도 잇달았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데다, 가격도 비싸 계속 미뤄졌다.
4세대 모델은 기존 LX의 신뢰성, 내구성,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개발된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개량된 GA-F 플랫폼을 도입해 한층 더 정교한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를 구현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곤다 타츠야(Gonda Tatsuya) 렉서스 어시스턴트 수석 엔지니어는 기존 오프로더·SUV와의 차이점에 대해 “LX는 ‘세상의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품격 있게’라는 철학을 실현한 차량”이라며 “견고한 오프로드 성능과 럭셔리한 주행 경험을 모두 제공한다”고 말했다.
오프로드 초보를 베테랑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시스템은 자동, 흙, 모래, 진흙, 눈길, 바위 6가지 모드로 구성된 멀티 터레인 셀렉트다.
오프로드 주행 때 차량 전·측·후면 총 4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주변의 노면 상황을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는 멀티 터레인 모니터도 오프로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다.
상황에 따라 트랜스퍼 케이스의 기어를 저단과 고단으로 변경할 수 있는 트랜스퍼 레인저 셀렉트, 깊은 웅덩이나 큰 바위 때문에 한쪽 바퀴가 헛돌 때 유용한 센터 디퍼렌셜 락도 LX 700h를 오프로드 강자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차량 실내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편안함은 차원이 달랐다. 울퉁불퉁한 코스에서 좌우 흔들림이 큰 오프로더와 달리 LX 700h 상대적으로 흔들림이 적고 편안했다.
경사도가 30도 가까이 되는 사면 경사로에서도 차체는 전복되지 않고 안정감 있게 주행했다.
초보도 베테랑으로 만들어주는 오프로드 특화 시스템과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품위를 잃지 않는 LX 700h의 장점이 어우러진 결과다.
일반적인 오프로더가 바위나 진흙을 거침없이 밟고 지나간다면 LX 700h는 편안함과 품위를 위해 ‘상생’을 도모했다. 장애물을 감싸 안거나 장애물에 끈끈하게 붙어 충격을 상쇄했다.
그 결과, 바위는 장애물이 아니라 디딤돌이 됐다. 진흙은 차체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패션 아이템이자 오프로드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로 변신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바윗돌들이 울퉁불퉁하게 나열돼 있는 코스에서 크롤 조작 버튼을 눌렀다.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조향만 하면 차근차근 바위를 타고 넘으며 서행으로 통과한다.
‘정속주행’ 크루즈 컨트롤의 오프로드 버전인 셈이다. ‘기어간다’는 뜻을 지닌 크롤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이유다.
회전 구간에서 사용한 턴 어시스트 기능도 탐났다. 뒷바퀴를 잠가 회전반경을 줄여준다. 오프로드는 물론 좁은 주차장에서도 쓸모많은 기능이다.
이어령 교수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과 함께 일본 문화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다.
국화와 칼은 일본 문화(또는 일본인)가 지닌 두 가지 특징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해석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화는 평화, 예술, 미학, 예의를 의미하고 칼은 전쟁, 냉정, 공격성, 단호함, 책임 등을 뜻한다.
‘마음의 평화(Inner Peace)’를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며 ‘다도(茶道)’를 즐기면서도 날이 바짝 서있는 폭력적인 칼을 숭상한다.
‘칼’이 지배한 전국시대를 거치며 생존을 위해 속마음(혼네)과 겉 표정(다테마에)도 달라졌다.
사실 거칠고 야성적인 오프로더와 편안하고 품격있는 SUV라는 두 극단의 공존은 쉽지 않다. 어설픈 공존은 이도 저도 아니어서 폭삭 망하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두 극단 각각에 대한 기술력, 조합할 수 있는 능력, 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까지 갖춰야 한다.
공존에 성공하면 모두가 탐내는 존재가 된다.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표리일체와 언행일치라는 가치관이 중시되는 문화권에서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과 이율배반은 ‘반전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한국차 브랜드에도 정통 오프로더와 SUV의 절묘한 조합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세단과 SUV 분야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절묘한 조합을 위한 두 가지 필요조건 중 하나인 정통 오프로더 분야에서는 예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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