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생]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성 감소…농민들에게 현실적 지원 필요”

황지원 기자 2025. 3. 26.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생] (45)·끝 과학자이자 작가,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교수
화학회사 재직 중 많은 환경문제 접해
대학으로 옮겨와 관련 분야 인재 양성
과학자 시선으로 기후위기 논의 지속
책 100여권 집필…다양한 장르로 소통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10회 ‘흙의 날’ 기념식에서 강연에 나섰다. 이날 곽 교수는 ‘흙과 더불어 사는 우리’라는 제목으로 “흙 연구에 미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수 기자 leejongsoo@nongmin.com

과학자와 소설가.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43)는 이질적인 두 직업을 동시에 지녔다. 낮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밤에는 글을 쓰는 곽 교수를 제10회 ‘흙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다.

곽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 학사 학위와 화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학부는 2년6개월 만에 조기 졸업하며 당시 카이스트 최단 기간 졸업자로 화제를 모았다. 남들이 한 학기에 16학점을 들을 때 그는 평균 26학점을 수강했다. 바삐 공부하면서도 취미로 소설을 썼다. 2006년 웹진에 발표한 ‘판소리 수궁가 중에서 토끼의 아리아: 맥주의 마음’이 그해 MBC 단막극으로 제작되며 작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드라마 PD가 연락을 해왔어요. 고료로 몇백만원을 받았는데 글로 그렇게 큰 돈을 번 건 처음이었죠. 내 글이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가치 있구나,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열심히 쓰게 됐어요.”

2013년 단편소설 5편을 묶어 낸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를 시작으로 곽 교수는 지금까지 100권이 넘는 책을 썼다. 공상과학(SF)·역사·로맨스·범죄를 소재로 한 소설부터 과학 교양서, 한국 전설 속 괴물을 정리한 백과사전, 아동 학습 만화까지 장르도 다채롭다.

곽 교수는 2022년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라는 책을 내며 기후와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대박’ 난 작품이 없는 게 다작의 비결입니다. 작품이 잘되면 다음 작품도 그만큼 잘돼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글을 쓰는 데 오래 걸렸을 거예요. 소위 말하는 ‘중박’은 치고 있으니 다음 책을 낼 기회는 생기고요. 물론 대박 작품이 나오길 언제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2년 곽 교수는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라는 책을 내며 환경문제로 또 한번 영역을 넓혔다. 그는 10년 넘게 화학회사 환경 부서에 재직했다. 공장 폐수와 매연을 점검하는 일을 하며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 2021년 회사를 그만두고 이듬해부터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관련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한 전국 강연을 다니는 중이다. 그는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은 분야로 농업을 꼽았다.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의 변화는 지금 이 순간 전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브라질에 사상 최악의 가뭄이 들면서 원두 생산량이 줄고 가격은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커피는 전세계 사람들이 매일 마시는 음료고 브라질은 커피 최대 생산국이니, 세계 곳곳에 미친 여파가 컸죠. 커피뿐 아니라 밀·카카오 같은 작물도 가격이 상승해 세계 식량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곽 교수는 기후변화를 야기한 국가 혹은 집단과 그 피해를 본 이들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해온 건 산업화를 앞서 시작한 선진국,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서구권 연예인들인데, 기후변화로 생계문제를 겪는 건 가난한 개발도상국 사람들, 특히 수확량이 줄어든 농민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농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사람 한사람이 힘을 합쳐 기후변화를 극복해나가자’는 식의 이야기를 넘어 실질적으로 피해를 줄일 방법을 연구해야 해요. 과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바뀐 기후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한다거나, 홍수를 좀더 빨리 예측해서 통보한다거나,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온실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그동안 환경오염을 가속해온 선진국이 적극적으로 투자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올여름 곽 교수는 쓰레기를 소재로 한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과 강연을 통해 과학자의 시선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논하는 그의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