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팔리는데 굳이…유럽 전력반도체 감원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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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EV)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서구와 일본 업체들이 잇달아 인원 감축과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EV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생산능력 과잉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세계 1위 업체 독일 인피니온은 직원 1400명을 해고하고, 또 다른 1400명에 대해서는 업무를 전환해 배치할 예정입니다. 2위 기업인 미국 온세미도 구조조정을 통해 약 1000명을 줄일 계획이고, 3위 업체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조기 퇴직자를 모집할 방침입니다.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야마나시현 공장의 전력반도체 양산 개시 시점을 연기하고 연내 수백 명을 퇴직시키기로 했습니다. 르네사스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40%에서 4분기 30% 정도로 삭감됐습니다.
구조조정은 부품·소재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력반도체용 웨이퍼(기판)를 생산하는 미국 울프스피드는 연내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000여 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 산켄전기는 전력반도체 복합 부품의 증산 시작 시점을 당초 예정이었던 2024년에서 2년가량이나 연기했습니다.
전력반도체란 시스템반도체나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전자기기에 들어오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입니다. 파워반도체라고도 불리며 모바일기기와 EV에 많이 사용되는데 에너지 절약 성능과 EV 주행거리를 좌우합니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성장 분야로 꼽히며 EV 시장 확대를 내다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그동안 앞다퉈 투자해왔습니다.
닛케이는 전력반도체 업계가 위축된 주요인으로 EV 시장의 성장 둔화를 꼽았습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약 1137만대였습니다. 판매량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증가율은 2022년 75%, 2023년 30%로 급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력반도체 재고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서구와 일본 업체 7곳이 전력반도체를 생산한 후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은 지난해 4분기에 99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났습니다.
서구와 일본 전력반도체 업체가 부진한 또 다른 이유로 BYD로 대표되는 중국 EV 업계의 공급망 강화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짚었습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을 규제하자, 중국 업체들이 파워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해왔다는 것입니다. 한 일본 기업 간부는 닛케이에 “중국 기업들과 제품 성능 차이는 몇 년쯤 전 거의 없어졌다” 고 말했습니다.
BYD는 기존에 르네사스 등으로부터 전력반도체를 조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초부터는 자체 전력반도체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닛케이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으나 자금과 규모 면에서 서구 업체에 뒤지는 일본 기업들이 함께 설비투자를 하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도시바와 롬은 약 3800억엔(약 3조7000억원), 후지전기와 덴소는 약 2100억엔(약 2조원)을 공장에 투자할 방침입니다. 덴소와 롬은 일부 출자를 통한 협력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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