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표 '로비' 골프 영화... 흥행도 굿 샷?

하정우 연출 영화 '로비', 25일 언론에 공개

영화 '로비' 배우 겸 감독 하정우. 쇼박스 제공

배우 겸 감독 하정우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다 우연"이라며 영화 '로비'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적이 있다. 색다른 매력의 '로비'는 각자의 목적을 갖고 골프장에 모인 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로비'는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롤러코스터'(2013)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던 그는 이후 '허삼관'(2015)을 연출했다. 10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일반적으로 로비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광활한 골프장이 은밀한 공간이 되더라"며 "골프를 치는 네 사람이 모두 각자의 목적을 갖고 오는 것 같았고, 그 상황에 놓인 각 캐릭터를 엮어서 영화로 만들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며 전개된다. 영화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개성 강한 대세 배우들이다. 하정우부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박해수, 곽선영까지 뛰어난 연기력과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캐릭터와 혼연일체됐다. 하정우는 "10명의 캐스트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게 만드는 캐릭터 영화이기에 구도적인 미장센보다 인물들이 잘 보이고, 인물의 감정이 잘 표현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하정우 표 코미디'다. 대사들의 티키타카에서 발생되는 재미를 노렸다. 하정우는 대사의 짜임새에 집중했고, 톡톡 튀는 대사들을 연구했다. 대사의 말맛을 정교하게 맞춰나가기 위해 타 작품 대비 전체 리딩을 10배 이상 갖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진행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영화 '로비' 속 이동휘 김의성 하정우. 쇼박스 제공

또한 이 작품은 하정우의 첫 연출작인 '롤러코스터'의 DNA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당시 부족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 만듦새에 더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일부 배우들은 이번에 맡은 역이 흔치 않은 캐릭터라 흥미를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동휘는 25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하정우에 대해 '명절 때 놀러 가면 친해지고 싶지만 잘 안 놀아주는 친척 형' 같다며 "멋있어 보이고 의지도 하게 하는 듬직한 감독이면서 굉장히 열려있어서 제가 공부해간 대사도 흔쾌히 수락해 주고 함께 머리 싸매고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하정우에게서 영화에 대한 목적의식이나 간절함을 읽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의성은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만들고 촬영까지 했으니 선이 굵은 감독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영화의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어떤 톤으로 어떻게 흘러가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으로 설계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감독이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의 하정우는 더 할 말이 없다. 존경할 만한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박병은은 "하정우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작품을 했다는 거다. 배우에 대한 이해도나 집중력이 높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미세한 떨림, 불편함, 감정을 귀신같이 캐치해서 해결책이나 고민을 들어준다"며 "빨리 결정을 내리는 부분은 정말 감탄했다. 존경하는 동료이자 후배"라고 밝혀 훈훈함을 더했다.

공교롭게도 하정우는 이날 스케줄 참석을 위해 이동 중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의 감독 겸 주연 배우로서 기대와 책임감이 높았을 터라 다른 배우들이 그를 대신해 영화 홍보에 주력했다.

연기 앙상블과 말맛이 살아있는 블랙코미디 '로비'는 오는 4월 2일 개봉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