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표심 노린 갈라치기? 차별화?…‘연금개혁안 반대’하는 與잠룡들의 속내
野 “거짓 선동”…與 “대권 잠룡들 주장, 평가 않겠다”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여권 잠룡들이 제각각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면서 본격 차별화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선고 일정이 임박해지면서 정치권에선 이미 조기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뒤늦은 반대 입장 표명은 표심을 노린 '세대 간 갈라치기'로 밖에 볼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지난 22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범보수권 '잠룡'들은 일제히 '청년 세대를 고려하지 않은 개혁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현행 40%에서 43%로 올리는 내용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하자 페이스북에서 글을 올리고 "청년세대에 독박을 씌워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보험료율에 대해 "언뜻 공평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머지않아 연금을 받는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보다 '앞으로 돈을 낼 기간이 훨씬 긴 청년세대'의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친한동훈계 인사들이 모인 '언더 73'도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청년과 미래세대가 더 내고 기성세대가 더 받는 개악"이라며 거부권 행사와 구조개혁 논의를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국회를 통과한 '13%·43%'(의 개혁안은 여야가) 땜질하기로 담합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나,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고갈 시점을 기껏 몇 년 늘린 것을 이대로 받을 수는 없다"며 "근본적 연금개혁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연금개혁을 위해 정부도, 여야도 각자 단일안을 제시해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번 개혁안은 제대로 된 개혁이 아니다"라며 퇴직 전 임금을 70~80% 보장하는 고용 연장을 통해 의무 납입 연력도 늦추는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이준석 의원은 24일 이들 주자들에게 연대를 공개 제안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악 저지, 용기 있는 정치인의 연대를 제안한다"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에게 국민연금 개혁을 의제로 한 논의의 장을 열자"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모수개혁을 먼저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모수개혁이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주도한 모수개혁은 청년 착취이자 (청년들이) 독박을 쓰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개혁안 반대 여론을 모으기 위한 연대 필요성까지 제기되면서, 대권 주자들이 이미 조기대선 국면으로 돌입해 야당은 물론 국힘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주자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 표심을 의식해 여야 합의를 아예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두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며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을 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다가 여야 합의로 법안이 처리되자 뒤늦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것은 '세대 간 갈라치기'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청년층의 불안을 부추기기보다는 연금특위를 통한 구조개혁 마련 등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청년 부담을 가중한다는 여권 일부의 지적을 겨냥해 "거짓 선동을 멈추라"고 반박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일각과 개혁신당 등이 이번 국민연금 개혁이 청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비난한다. 이치에 닿지 않는 정략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대체율을 더 낮춰 연금액을 더 삭감하는 게 과연 청년의 부담을 더는 것일까"라며 "노령 세대의 연금이 줄어들면 그들의 생계와 생활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와 안 의원 등이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는데 대해 취재진에게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해서 사실상 대권행보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주장에 대해서 일일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청년세대 걱정과 우려를 잘 인식하고 있다, 구조개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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