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만명 안락사' 네덜란드의 질문 "정신적 고통도 안락사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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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급증해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더타임스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락사 집행 사례를 사후 감독하는 네덜란드 안락사검토위원회(Regionale Toetsingscommissies Euthanasie·RTE)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 질환에서 비롯한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은 219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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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명→2023년 138명으로 급증세
30명이 30세 미만... "사회적 논쟁 필요"
안락사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급증해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더타임스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락사 집행 사례를 사후 감독하는 네덜란드 안락사검토위원회(Regionale Toetsingscommissies Euthanasie·RTE)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 질환에서 비롯한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은 219명이었다. 2023년 138명에 비해 58.7% 급증한 인원이다. 이 기간 안락사로 사망한 전체 인원이 9,068명에서 9,958명으로 10% 이하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각 연도 전체 안락사 인원 대비 정신적 고통에 따른 안락사 인원 비율도 1.5%에서 2.2%로 늘었다. 2010년에는 같은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한 사례가 단 두 건이었다.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려 안락사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안락사 남용'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인이나 말기 환자들이 견딜 수 없고 나아지리라는 희망도 없는 고통에서 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안락사 아니냐는 것. 청년층 비율이 높은 것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정신적 고통으로 안락사를 선택한 219명 가운데 30명(13.8%)이 30세 미만이었다.
다미안 데니스 암스테르담 의대 정신과 교수는 “절대적 수치는 여전히 낮지만 30세 미만 청년들이 심리적 불만을 이유로 안락사 시행을 요청하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 나이의 젊은 사람이 확실히 죽고 싶어 하는지, 삶에 희망이 없고 전망이 없다고 느끼는지, 모든 치료가 이미 끝났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RTE는 정신 질환이 있다면 전문가와 우선적으로 상담할 것을 권고했다. 예룬 레카우르트 RTE 대표는 “우리가 여전히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젊은이들이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다. △환자의 숙고와 자발적 요청이 있고 △환자의 고통은 견딜 수도 좋아질 가능성도 없고 △환자의 현재 상황과 예후에 대해 알고 있으며 △다른 적절한 해결책이 없고 △독립적인 의사 2명 이상과 상의했고 △이런 요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서면으로 제출한 경우 합법적으로 약물 투여를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영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죽음이 임박한 상태가 아니라도 요건이 맞으면 안락사가 가능하다. 지난해 2월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안락사로 함께 세상을 뜨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네덜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한 네덜란드인은 17만2,000명으로, 이 가운데 5.8%가 안락사였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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