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기관 앞다퉈 비트코인 보유…韓도 주도권 경쟁 나서야"
가상자산 투자 인사이트 포럼
블랙록 "美은행 거래 확대"
원화 스테이블 코인 고민할때
올해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비트코인 자산 편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등 주요 금융 선진국 은행이 비트코인 관련 시장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로버트 미치닉 블랙록 디지털자산 총괄은 25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 ‘가상자산 투자 인사이트 포럼 2025’에서 “올해는 주요 투자기관마다 자산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편입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미치닉 총괄은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디지털자산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의 리스크와 수익, 변동성, 포트폴리오 규모 등을 검토했다”며 “비트코인을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자산으로 본 대형 투자자들이 이제는 빠르게 자산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은행은 비트코인 수탁, 거래, 기관 대상 중개 등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지정한 것은 한 나라의 명운을 걸 정도로 매우 의미 있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비트코인을 당장 몇 개 투자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비트코인이 신생 자산으로서 지위에 올랐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 금융의 디지털화를 막을 수 없다”며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정책을 신중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경 제1회 가상자산 포럼…정부·금융계 인사 등 300명 참석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아직 비트코인이 금융 상품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25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가상자산 투자 인사이트 포럼 2025’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전통 금융과 크립토의 융합이 이끄는 혁신’을 주제로 연단에 오른 김 대표는 “(암호화폐의) 룰을 만들고 선도하는 나라(미국)에 의해 이미 룰이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 많이 뒤처져 있다”고 꼬집었다.
◇ “한국, 암호화폐 규제·인식 뒤처져”
이날 포럼의 발표자로 나선 연사들은 공통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식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 스테이블 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달러 패권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제도권 내로 적극 수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규제의 대상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미국이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ETF 운용자산 규모는 과거 그 어떤 자산군보다 빠른 속도로 커졌다”며 “미국에선 암호화폐가 금융 자산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논쟁이 이미 끝났지만 한국에선 비트코인의 현물 ETF조차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폐쇄적인 암호화폐 규제 운용이 결과적으로 국부 유출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법률적 리스크가 낮아진 미국에서 조만간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크립토 킬러앱’이 플랫폼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내수 광고를 빨아들였지만 크립토 킬러앱은 한국의 부(富)를 빨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 “올해는 기관 움직임에 주목”
이날 포럼엔 글로벌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암호화폐 시장 동향을 소개하며 투자 전략을 전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로버트 미치닉 디지털자산 총괄은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이라면서도 “작은 비중으로도 비트코인은 포트폴리오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다른 자산군과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효과적인 분산투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미치닉 총괄은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연고점을 찍었지만 수급 요인으로 인해 충분히 오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독일 정부가 지난해 3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각했고, 2014년 파산한 일본 암호화폐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지난해 투자자 대상 상환을 시작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미치닉 총괄은 “올해는 파산·청산 물량이 소진됐다”며 “이젠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던 비트코인 비축 움직임이 주정부까지 확산하고 있는 점과 기관투자가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축적하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훌 아드바니 리플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책총괄은 “한국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금융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보장하는 강력한 수탁 체계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디지털 자산 시장에 기관의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면서도 “기관의 디지털 자산 채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수탁은 가장 중요한 규제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적절한 규제를 받는 수탁 솔루션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현/정의진 기자/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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