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번에 97일 효과 '임플란트 피임약'…인간 임상시험 예정

박정연 기자 2025. 3. 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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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체내에 주입해 장기간 피임 효과를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피임약이 등장했다.

지오반니 트래버소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 브리검여성병원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단순한 주사 시술을 통해 임플란트를 체내에 형성하면 오랫동안 피임 효과를 지속하는 '자가 형성형 임플란트 피임약'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엔지니어링'에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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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체내에 주입해 장기간 피임 효과를 유도하는 '자가 형성형 임플란트 피임약'이 동물 실험에서 97일 동안 효과를 냈다. 주사기를 들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약물을 체내에 주입해 장기간 피임 효과를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피임약이 등장했다. 동물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으며 곧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될 전망이다.

지오반니 트래버소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 브리검여성병원 교수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단순한 주사 시술을 통해 임플란트를 체내에 형성하면 오랫동안 피임 효과를 지속하는 '자가 형성형 임플란트 피임약'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엔지니어링'에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자가 조립(self-assembling)’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약물 전달 시스템이다. 기존 임플란트 피임약은 몸속에 삽입한 후 수년간 피임 효과를 유지할 수 있지만 외과적 시술이 필요하고 시술 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개발된 방식은 단순한 주사만으로 체내에 고체 형태의 임플란트를 형성할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배란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인공 결정체를 수분과 잘 섞이지 않는 용매 속에 미세한 입자 형태로 포함시켜 주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주입된 용액은 체내에서 체액과 용매가 교환되는 과정을 거친다. 곧 수분을 기피하는 미세 결정체들이 서로 응집해 고체 상태의 임플란트를 형성한다. 이 구조는 서서히 약물을 방출해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유지한다.

실험 결과 자가 형성형 임플란트는 쥐의 체내에서 최소 97일 동안 피임 효과를 지속했다. 연구팀은 약물의 농도와 조성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연구를 이끈 트래버소 교수는 “약물 용량과 주입량은 수년간 지속되는 피임 효과를 위한 기준과도 호환된다”며 “형성된 고체 임플란트는 필요 시 제거가 가능하며 소형 바늘로도 투여할 수 있어 실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피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 치료에도 응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트래버소 박사는 “이 방식은 지용성이 강해 체내 흡수가 어려운 약물에 특히 적합하다”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결핵, 정신질환, 만성통증, 대사 질환 등 장기적 약물 투여가 필요한 질환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가 형성형 임플란트는 인간 대상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개념 증명 수준의 전임상 단계로 사람에게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려면 3~5년 이내 본격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피임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자넷 바터 영국 성·생식보건의료학회(FSRH) 회장은 “피임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사용자의 필요와 선호를 반영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에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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