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천만 관객 예상"…배꼽 사냥 나서는 하정우의 '로비'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하정우 감독이 비보를 전하면서 '나의 병까지 코미디로 승화해 달라'라고 당부했다."(강말금)

하정우표 말맛 가득한 블랙코미디 영화 '로비'가 봄 극장가를 찾는다. 출연 배우들이 입 모아 "촬영장에 가는 길이 즐거웠다"라고 밝힐 만큼 시너지와 에너지 가득했던 '로비' 현장. 이 같은 시너지와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내 충만한 웃음을 선사한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로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곽선영이 참석했다. '로비'의 주연이자 감독 하정우는 이날 오전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아 불가피하게 불참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블랙 코미디다. 기술력만으로 승부를 보려던 주인공 창욱이 로비력으로 승부 보는 라이벌 회사 대표 광우(박병은)에게 밀리면서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자 창욱은 마음을 다시 먹고 생애 최초로 로비 골프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접대가 처음인 신입 로비 팀과 접대가 일상인 베테랑 로비팀의 각각 다른 로비 방식을 펼칠 예정이다.

'로비'의 캡틴 하정우의 부재에 맏형 김의성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김의성은 "아침에 갑작스레 하정우 감독이 불의의 병에 걸려서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하정우가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화기애애하게 간담회를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라고 말했다. 박병은 역시 "하정우와 아침에도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시사회에 오지 못해 너무 아쉬워하더라. 이 자리에 참석하고 싶어서 담당의에게도 외출 가능한지 확인했지만 위험할 수 있다고 해 결국 오지 못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로비' 출연진들은 하정우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게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먼저 김의성은 극 중 자신의 모습을 신랄하게 설명하며 "전작들을 뛰어넘는 비호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의성은 극 중 비리에 찌든 정치권 실세 최실장을 연기한다. 최실장은 '로비'에서 부정부패를 의인화한 역할로, 김의성의 독보적인 비열한 연기를 통해서 실감 나게 형상화됐다. 그는 "제가 맡은 최실장은 일에 있어선 공적이지만 골프선수에 대한 애정이 너무 지나쳐서 장점이 가려지는 인물이다. 연기할 때 최대한 멋져 보이려고 했는데 결과물이 너무 이상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전작들의 비호감을 뛰어넘을 비호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일상에서도 저는 젠틀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을까 경각심까지 갖게 됐다"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출연 배우들은 하정우 감독의 디렉션에 관해서도 언급하며 입 모아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먼저 김의성은 "하정우에게 특별한 디렉션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할 때마다 하정우가 '이 역할과 정말 잘 맞는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용기를 북돋워 줬다. 그 말을 들으며 저 자신으로 머무르려고 노력했다"라며 "하정우는 선이 굵은 감독이다. 작품 톤에 대한 확고함을 가지고 신을 만들어간다"라고 말했다.

'로비' 부정부패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조장관 역의 강말금은 "리딩을 정말 많이 했다. 전체 리딩만 10번을 했고, 그 사이 사이에 (하정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오히려 자유로웠다. 배우가 자유롭게 배역을 디벨롭할 수 있도록 편하게 디렉팅 해줬다"라고 이야기했다.

극에서 창욱에게 로비를 알선한 박기자 역의 이동휘는 "'롤러코스터'라는 영화를 봤을 때 신박하고 리듬감이 좋다고 생각했다. 저런 호흡의 작품에서 하정우 선배를 만나면 정말 좋겠다고 꿈꿨다"라며 "명절에 친적 집에 놀러 가면 되게 친해지고 싶은 멋진 친척 형이 있지 않나. 그런 스타일의 듬직함과 열려 있는 감독이었다. 영화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목적의식이 굉장히 뚜렷했다. 영화를 함께 촬영하면서 하정우 선배를 더 좋아하게 됐다. 또다시 작업하고 싶을 정도"라고 하정우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에서 하정우의 라이벌이고 현실에선 그의 대학 선배인 오랜 친우 박병은은 "제가 하정우의 대학교 선배고, 맹장염도 선배다. 오랜 시간 같이 봐온 익숙함이 극 중 애증의 관계를 잘 담아낼 수 있었다"라며 "하정우가 배우로서 많은 작품을 해서 배우에 대한 이해도와 집중력이 되게 높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미세한 떨림을 보이거나 감정이 잘 잡히지 않을 때 항상 귀신같이 캐치하고 수습한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부분도 뛰어났다"라고 감독 하정우의 역량을 극찬했다.

김의성은 하정우를 대신해 '로비'에 대한 많은 관심을 당부하며 "조심스럽게 천만 관객을 예상한다"라고 말했다가 "농담이다. 저희야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지만 흥행은 관객의 몫이다. 다만 이 이상하고 재밌는 영화가 많은 분께 닿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로비'는 4월 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