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 전략노트] 〈1〉대한민국이 AI 시대를 놓치지 않으려면

2025. 3.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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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3개 나라를 나홀로 배낭여행 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혁신적 능력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AI 기능이 없는 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은 외국어를 기계적으로 단순 번역하지만, AI 기능을 갖춘 번역 앱은 맥락과 배경·의미까지 살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번역한다.

인도의 작은 레스토랑 메뉴판에 적힌 힌디어를 순식간에 해석해주고, 그 중에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요리를 추천해주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유적 안내 간판의 외국어 설명문을 사진 찍어 올리면 번역을 넘어서 역사적 배경까지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다 설명해 준다. 심지어 동시통역도 가능하다. 여행 중 실제 경험한 일이다.

긴 시간이 걸리던 외국어 문헌검색과 해독 번역이 이제 단 몇분 만에 가능하다. 가령 러시아어로 작성된 특정 전문 분야 자료가 필요할 때 AI에게 요청해서 받은 러시아어 검색 키워드를 활용해 찾은 자료를 즉시 한글로 번역하거나 요약하도록 하면 된다. 이제는 러시아어를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내용의 본질을 파악하면 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AI에는 '딥 서치(Deep Search)' 기능이 등장해 수십개의 해외 보고서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종합 보고서까지 작성해준다. 세계 모든 언어 장벽이 사라지는 혁명적 변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AI 시대에 적합한 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력 그리고 AI 소비에는 빠른 데이터 통신 속도가 필수적인데, 통신망과 5G 보급률은 세계 최상급이다. 대한민국보다 더 좋은 AI 활용 환경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의 AI 활용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전문직 종사자인 기자, 교수도 활용률이 40% 안팎, 대학생은 50%, 국민 전체는 15%를 넘지 않는다. 미래 경쟁력을 위협하는 심각한 '기회 손실'이다.

낮은 활용률의 주요 원인은 접근 방식에 있다. 많은 교육 기관이 AI를 가르칠 때 '전문원리' 혹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기술 수용성을 위해서는 초보자에게는 '이 기술이 일상에서 무엇을, 얼마나 쉽게 해결해 주는가?', 즉 사용용도를 먼저 시범과 예시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난 중소기업 CEO는 AI를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후 매출이 30% 증가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AI와 함께 외국어 에세이를 작성하며 언어 능력을 키우고, 주부들은 냉장고 속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추천받는다. 옷에 붙은 라벨을 촬영해 세탁법을 물어볼 수 있고, 음성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범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실용적인 활용법을 먼저 체험해야 진정한 'AI 활용 능력'이 생긴다.

이제 AI를 수용하는 속도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결정된다. 한국이 글로벌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정부와 기업, 언론과 교육기관이 협력하여 AI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교육열, K콘텐츠로 대표되는 문화적 산업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제 이러한 강점을 AI와 결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상해보라. AI가 K팝 가사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 팬들에게 즉시 전달하고, K드라마가 각국의 문화적 맥락에 맞게 실시간으로 재해석되는 미래를. 이것은 꿈이 아닌 가까운 현실이 될 수 있다.

일제 해방 후 80년간 이뤄온 위대한 성취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속 적극적인 AI 수용이 절실하다.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이 과감하고 체계적인 'AI 생활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앞으로 'AI 전략 노트'라는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국민 모두가 AI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바로 미래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일 것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김경진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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