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죽자 집 밖 나서지 않는 아이···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 “죽고 싶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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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인 김민진(가명)양이 집 안에서 틀어박혀 지내기 시작한 건 고양이가 죽은 그날부터였다.
민진이처럼 인간관계가 단절된 채 집에서만 지내는 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 청소년은 외출을 많이 하지 않고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주변인이 없는 아이들이며, 은둔 청소년은 방 안에서조차 거의 나오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면 고립·은둔 청소년들을 집 밖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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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절반, 아이 상태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고립∙은둔 청소년 71% “현재 생활 벗어나고 싶다"
10대 청소년인 김민진(가명)양이 집 안에서 틀어박혀 지내기 시작한 건 고양이가 죽은 그날부터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언어·신체적 학대를 가한 데다 초등학생 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까지 경험했던 민진이에게 고양이는 가족이었다. 반려동물마저 떠나자 학교 가길 거부하며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외로움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민진이처럼 인간관계가 단절된 채 집에서만 지내는 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가족들은 아이가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지 모르거나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5일 발표한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실태 파악을 위한 첫 대단위 조사로 지난해 6~8월 전국 9~24세 청소년 1만9,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고립 청소년은 외출을 많이 하지 않고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주변인이 없는 아이들이며, 은둔 청소년은 방 안에서조차 거의 나오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대인관계, 학업 어려움 탓 고립"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 가까이가 고립·은둔 상태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립 청소년에 해당하는 비율이 12.6%, 은둔 청소년은 16.0%였다. 집 밖으로 안 나올 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텐트를 치고 그 속에서만 지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고립·은둔한 채 지내는 이유(복수응답)는 △대인관계가 어려워서(65.5%) △공부·학업의 어려움 탓(48.1%) △ 진로·직업 관련(36.8%) 순이었다.
조사를 총괄한 최홍일 박사는 언론 브리핑에서 "추후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표성 있는 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고립·은둔 청소년 규모)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앞서 다른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고립·은둔 청소년의 비중은 5%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회 활동을 하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면 삶의 질은 당연히 떨어진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4.76점(10점 만점)으로 일반 청소년(7.35점)과 비교해 매우 낮았다.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6명 이상(62.5%)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다. 또, 자신의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한 비율은 48.9%,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60.6%였다.
더 큰 문제는 가족 중 절반 이상이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는 점이다. 자신의 가족이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지 모르는 비율이 29.6%였고 사회적 관계가 끊긴 채 살고 있다는 건 알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27.2%였다. 최 박사는 "가족들도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지만, 그전까지는 단순히 의지할 곳이 없는 정도로 여기곤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스스로 무기력하게 고립된 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71.7%가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으며 55.8%는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려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면 고립·은둔 청소년들을 집 밖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실제 민진이도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운동 등을 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정성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고립위기지원팀장은 "집에만 있는 자녀를 보며 답답해하는 부모가 많다"며 "그럼에도 우선은 '네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고 수용하는 자세로 접근해야 자녀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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