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남발 방지" vs "재판관 즉시 임명"...헌재법 개정안, 석달새 20건

차현아 기자 2025. 3. 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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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각각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찬성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5.3.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100일이 넘은 가운데 여야 모두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입법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여야가 지난 100일 간 쏟아낸 헌재법 개정안만 20건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관의 조속한 임명을 위한 입법, 국민의힘은 탄핵소추 남발을 막는 입법에 주력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소추 남발을 막는 취지의 헌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탄핵심판이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 피청구인이 헌재에 심판에 소요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 비용은 탄핵소추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 수에 비례해 각 정당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명의 발의자 중 A당 의원이 18명, B당 의원이 2명이라면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그 비용을 A당과 B당이 9대1로 비용을 부담하는 식이다.

유사한 내용의 법안은 지난달 3일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의 법안 역시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 기각 또는 각하되거나 탄핵소추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자나 발의자가 소속된 정당에서 심판에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 정부 들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30번째 탄핵소추안까지 대부분 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던 점을 고려할 때 민주당의 탄핵소추 남발을 비판하기 위한 법안으로 해석된다. 지난 24일 헌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발의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그래픽=이지혜


헌재법 개정안들은 최근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되고 있다. 지난 24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헌재의 탄핵심판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법 관련 규정을 준용하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다.

엄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를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재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의 증언을 채택한 것이 "신속한 심리만을 강조하며 증거 법칙 적용이라는 대원칙을 무시한 채 오염되거나 잘못된 증거를 채택한 것"이라며 증거법 관련 규정을 준용하도록 해 "헌재의 탄핵 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주도의 헌재법 개정안은 대체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즉시 임명하도록 개정하는 내용이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등이 임명하지 않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압박 의도로 풀이된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은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가 국회의 선출과 대법원장의 지명이 결정되는 즉시 이뤄지도록 하고, 그에 대한 거부는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의 법안은 대통령이 10일 이내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토록 하고, 그 기간 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재판관이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법안도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내란죄, 외환죄 등 국가 존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범죄 관련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정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같은 당 황명선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헌재 심판에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인이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법안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무관하게 계속 입법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정치권에서 특정한 사회 현안이 발생하면 관련 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해놓고도 이슈가 지나면 법안 추진에 시들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하지 못하고 사법기관에 결정을 맡겨 놓다보니 정작 사법기관의 판단을 놓고 여야가 갈등하는 일이 많아졌고 사법기관을 견제하려는 입법 시도까지 나타난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개정하는 것은 맞지만 나쁘게 표현하면 사법기관을 견제해 원하는 판결이나 상황을 이끌어내려는 길들이기용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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