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나무 다 타 송이농사 어쩌니껴"…"집 버리고 대피소로"(종합)

남승렬 기자 공정식 기자 이성덕 기자 2025. 3. 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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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다 타면 앞으로 송이버섯 작황은 어쩌니껴. 뒷산에 자라는 자연산 송이가 가계 소득에 쏠쏠한 도움을 줬는데."

의성과 안동 등 경북 북부권을 휩쓰는 화마로 임산물과 농산물 작황에 큰 피해가 예상돼 주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 씨는 "산이고, 소나무고, 모두 다 탔다"며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소나무가 전부 타버려 앞으로 송이 생육에 문제가 되는 것이 더 큰 피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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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안동 대형 산불로 임산물·농산물 작황 타격 우려
강풍에 산불 되살아나…"백자리 전부 휩쓸듯한 바람"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민가 뒷산까지 산불이 확산한 가운데 가족이 대피해 빈집에서 개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안동·의성=뉴스1) 남승렬 공정식 이성덕 기자 = "소나무가 다 타면 앞으로 송이버섯 작황은 어쩌니껴. 뒷산에 자라는 자연산 송이가 가계 소득에 쏠쏠한 도움을 줬는데…."

의성과 안동 등 경북 북부권을 휩쓰는 화마로 임산물과 농산물 작황에 큰 피해가 예상돼 주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의성 대형 산불의 화마가 안동까지 뻗친 25일 오전 길안면 백자리 잦나무골 주민 이영희 씨(65)는 마을 뒷산으로 번진 불길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소나무가 다 타버려 송이 농사 망치게 생겼다"며 급기야 직접 농약 살포기에 물을 싣고 다니면서 산 아랫부분에 연신 물을 뿌려대며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백자리는 50가구 100여명 중 3분의 2가량이 자연산 송이로 연간 억대의 부수입을 얻고 있는데, 이번 산불로 앞으로 송이 작황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한다.

이 씨는 "산이고, 소나무고, 모두 다 탔다"며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소나무가 전부 타버려 앞으로 송이 생육에 문제가 되는 것이 더 큰 피해"라고 했다.

앞서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경북 북부지역 대형 산불은 임산물 재배에 큰 타격을 줘 이재민들의 시름을 더 깊게 했다

2022년 울진 대형 산불로 인해 이 지역 가을철 대표 임산물인 '금강송 송이'가 사라질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냈다.

소나무 숲 소실로 불이 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울진의 송이 생산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산불 직전인 2021년 12톤이던 생산량은 지난해 6.9톤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23~2024년 봉화와 영덕 등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이 지역 송이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주 소득원이 과수 농사인 백자리 주민들은 일 년 농사를 위해 이른 봄 과수에 약을 치고 소독하는 시기에 산불이 나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주민들은 "산불을 끄느라 마을에 소방차와 진화 장비가 들어온 데다 주민들 스스로 집과 밭을 지키느라 과수에 약을 치고 소독할 시간은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마늘이 주 수입원인 의성지역 농민들도 이번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주민은 "하늘도 정말 무심하다"며 "비가 오길 바라며 하늘만 쳐다볼 수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한탄했다.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민가 뒷산에서 산불진화에 투입된 헬기가 강풍을 뚫고 쉴 새 없이 물을 퍼 나르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전날(24일) 오후부터 강풍을 타고 이웃 지자체인 안동 길안면으로 급속히 확산 중이다.

길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주민대피소에는 이날(25일) 오후부터 주민 일부가 대피 중이며 대피 인원도 속속 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A 씨(60대)는 전날부터 이어진 긴박했던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A 씨는 "전날 밤에는 지인 집에서 자고 나왔다"며 "인명 피해가 가장 걱정돼 집을 버리고 주민대피소에 왔다. 집이 타버릴까 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24일 길안면 현하리에서 났던 불은 산을 타고 백자리로 넘어왔다. 잠시 불길이 잡히는 듯했으나 강한 바람으로 인해 되살아났다고 한다.

또 다른 주민 B 씨는 "현하리와 백자리에 있는 주민 일부가 집이 걱정돼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지금 바람 세기를 보면 백자리를 전부 휩쓸 것 같다"며 "아마 늦은 오후가 되면 주민들이 대피소로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 당국은 현하리와 백자리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되살아나고 있는 불씨를 막고 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직선거리 5㎞ 정도 떨어진 묵계리와 청송군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묵계리에는 국가 유산인 묵계서원, 유적 만휴정이 있다.

지난 22일 시작된 의성 산불이 25일 경북 안동까지 확산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인 만휴정으로 다가 오고있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산불 대응 준비에 나섰다.(경북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5/뉴스1 ⓒ News1 신성훈 기자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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