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비겁하게 어린 아이들 뒤에 숨나" 거세지는 '언더피프틴' 비판

윤유경 기자 2025. 3. 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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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으로 어린 참가자 상처' 제작진 해명에 여성의당 "아동 성상품화 비판을 왜곡"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 "비판에 참가자들 상처 받았다는 궤변 참담"
진보당 "우려에도 끝내 밀어붙여, 방송 취소와 진심어린 사과 내놔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여성의당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MB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피프틴의 방송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정치권 및 시민사회에서 15세 이하 여성 아동·청소년들이 아이돌 데뷔를 위해 경쟁하는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의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 나오고 있다. MBN이 '전면 재검토' 입장을 내놨지만 제작진이 '비판으로 인한 참가자들의 상처', '아이들의 꿈'을 언급하며 방송 강행 의사를 밝힌데 이어 긴급제작보고회까지 개최해 아이들을 방패 삼아 방송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성의당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MB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피프틴의 방송 중단을 촉구했다. 여성의당은 지난 21일 언더피프틴에 대해 아동 성상품화 및 학습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MBN 앞에 현수막을 걸고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 23일부터는 엔터산업 내 불공정 계약 및 성착취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들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오는 31일 방영을 앞둔 언더피프틴은 '미스트롯'의 서혜진 PD(크레아 스튜디오 대표)가 제작을 맡아 '글로벌 최초 만 15세 이하 K팝 신동 발굴 프로젝트'를 표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선공개된 영상과 이미지 속 참가자들은 진한 화장을 하고 어깨나 허리 등이 노출되는 옷을 입고 있었고, 프로필 사진에는 '바코드'가 찍혀있어 곧장 여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상품화 비판을 불렀다. 논란이 거세지자 MBN 측은 “방영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작진은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녹화 준수사항을 엄격히 지켜왔다”는 해명과 함께 티저 영상을 업로드하겠다며 방영 강행을 시사했다. 서혜진 PD를 포함한 제작진은 25일 오후 긴급 제작보고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 MBN '언더피프틴' 티저 사진 갈무리. 참가자들은 2009년~2016년생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다섯 명은 2016년생으로 생일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 만 8살이다. 프로필 사진 밑에 찍힌 바코드는 아동·청소년 참가자들을 노골적으로 상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어린 참가자들부터 보호자들까지 극심한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는 제작사 측 해명을 언급하며 “프로그램 폐지는 곧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거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아동 성상품화를 향한 비판을 회피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어디 비겁하게 어린 아이들 뒤에 숨나”라며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아이가 불건전한 것을 원할 때 응원할 게 아니라 아이가 겪게될 피해나 위험을 설명해주고 인지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MBN과 크레아 스튜디오를 비롯한 한국의 방송사, 제작사들은 K팝 산업의 화려함 뒤에 숨은 온갖 부조리와 폭력을 덮어둔 채 아이들을 이용해 돈벌이할 궁리만을 하고 있다”며 “성범죄 피해, 성인방송 출연 강요, 수익 정산 지연, 무리한 다이어트와 성형 강요 등 심각한 수준의 착취와 폭력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으나 관련 데이터마저 제대로 수집되고 있지 않다.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문체부와 노동부는 손 놓고 방치하며 방송 엔터산업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MBN과 크레아 스튜디오는 비겁하게 어린 아이들을 앞에 내세워 뒤로 숨지 말고 폐지로 책임지라”며 “진정으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면 성을 상품화하지 않고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문화 제도와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여성의당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MB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피프틴의 방송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윤유경 기자.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24일 서면 브리핑에서 제작진의 긴급제작보고회 개최를 두고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끝내 밀어붙이겠다는 심사”라며 “15세 이하의 여성 아동들까지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바코드를 찍어 상품처럼 전시하겠다는 끔찍하고 잔인한 발상을, 그 무슨 달콤한 말들로 어떻게든 감춰볼 수 있다고 생각하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긴급보고회에서 MBN은 '언더피프틴' 방송 취소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만을 내놓아야 마땅하다”며 “방송계 안에서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아동 성적대상화를 중단시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방송심의 규제 또한 시급히 강화·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개 인권·노동·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또한 25일 성명을 내고 “제작사에서는 만 15세 이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나이에 맞지 않은 노출이 많은 의상에 성적 매력을 어필하도록 하는 퍼포먼스를 내보내면서 비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어린 참가자들이 익명의 대중 앞에서 경쟁하고 평가를 받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비판 여론에 어린 참가자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는 궤변이 참담하다”며 “티저 발표 이후 시민들이 비판한 것은 참가자들이 아니라 제작사와 방송사였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어린 참가자들을 방패로 삼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어른들의 비겁함만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네트워크는 “'어린 참가자들의 열정과 제작진의 진심'이 지금 제기되는 비판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며 “아이돌 산업의 커져가는 영향력과 그 속에서 수많은 아동청소년들이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라는 미명 하에 기본적인 인권을 위협받는 것이 당연시 되는 현실에 우리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기 쉬운 경쟁 구도에 놓는 프로그램이 공공연하게 제작·방영될 때 우리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숙고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아동·청소년의 노동과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된 제도를 보완하는 계기가 되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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