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으로 낸 산불인데…온정주의에 처벌은 고작
산불가해자 검거율은 40%대로 상승했지만 처벌수위는 약해
작년 산불가해자 110명 중 8명만 벌금형… “처벌 강화” 지적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21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4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영남권에 집중된 이번 대형 재난은 모두 ‘실화(失火)’에 의한 산불로 가해자 대부분이 특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산불 가해자 대부분이 농·산촌에 거주하는 노인들로 이들에 대한 지나친 온정주의로 실화에 의한 산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축구장 1만 7000여개 규모인 1만 2565㏊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는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 3913㏊), 2022년 3월 경북 울진·강원 강릉·동해·삼척 산불(2만 523㏊)에 이어 국내 산불 피해 규모로는 역대 3번째로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12시 12분 울산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의 영향구역도 435㏊(추정치)를 넘어섰다. 이 불로 인근 주민 189명이 온양읍사무소, 대운산요양병원, 경로당 등으로 대피를 완료했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남 김해 산불도 삼림 97㏊를 태우고 발생 66시간 만인 25일 오전 큰 불길이 잡혔다.
5일째 이어진 이들 대형산불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를 넘어섰으며 엄청난 비용과 함께 묘목이 숲을 이루기 위해 수십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약한 처벌로 실화 산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청 산불의 경우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 중인 A씨가 잡초 제거를 위해 작동하던 예초기에서 불씨가 튀면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성 산불도 성묘객에 의한 실화로 파악됐다. 울산 울주 산불 역시 실화로 추정된다. 용접 작업을 하던 농막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산림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산불 진화가 끝난 후 수사당국에 의해 가해자가 특정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과실로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나 자기 산림에 불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년 전부터 산불 가해자에 대한 검거율은 과학 수사에 의해 올라갔지만 처벌 수위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2021년 37.8%에서 2023년 45.1%, 올해 1~3월 46.1%로 10명 중 4명을 검거했다. 반면 처벌 유형을 보면 2022년 모두 756건의 산불 중 247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23명, 벌금 66명, 기소유예 36건, 내사종결 37명 등으로 실제 징역 또는 벌금형 등의 처벌 비율은 36%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가해자로 검거됐지만 단 8명만이 벌금형을 받아 처벌 비율은 7.2%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인·물적 피해와 복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산불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며 “보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실화자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을 강화해 실화에 의한 산불 발생 자체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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