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콘텐츠보물찾기] 세상을 구할 퇴마 어벤져스 `퇴마록`… N차 관람 이끌며 K-애니 레전드로

김미경 2025. 3. 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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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선구자 이우혁 원작… 3D 고퀄리티 작화로 재탄생
동양 세계관속 오컬트… 고주파음·국악오케스트라 웅장함
여성·2030세대까지 N차 관람… 침체된 토종 애니 새바람
애니메이션 '퇴마록' 포스터_인물편. 로커스 제공
애니메이션 '퇴마록' 포스터. 로커스 제공
애니메이션 '퇴마록' 스틸 컷. 로커스 제공
23일 진행된 무대인사에서 이우혁작가와 김동철 감독, 출연 성우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커스 제공
애니메이션 '퇴마록' 스틸 컷. 로커스 제공
애니메이션 '퇴마록' 스틸 컷. 로커스 제공

"하늘이 불타던 날 전설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애니메이션 팬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레전드 애니메이션 '퇴마록'의 서막이 올랐다.

수백 년간 은거하던 해동밀교의 145대 교주가 생명을 제물로 바쳐 절대 악(惡)의 힘을 얻는 의식을 시작한다. 해동밀교의 다섯 호법들은 그를 막기 위해 힘을 보태줄 새로운 인물을 찾아나서고, 파문 당한 신부 박윤규, 무공을 위해 밀교를 찾은 현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예언의 아이 준후가 합세해 거대한 악에 맞선다.

◇전설의 K-오컬트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

원작소설은 한국 웹소설과 판타지 장르 문학의 선구자라 일컬어지는 이우혁 작가의 1993년~2001년 연재 작품으로 누적 판매 부수 1000만부, 온라인 조회수 2억3000만뷰를 기록한 대작이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무협, 엑소시즘, 종교, 신화, 전설 등 다양한 요소를 혼합한 방대한 세계관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극찬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K-오컬트의 창시작이자 전설로 불린다.

오컬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퇴마록'은 하늘을 찌르는 원작 팬들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작품이라 감히 표현할 만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커스가 제작을 맡아 3D 카툰 렌더링의 고퀄리티 작화를 선보였다. 또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원작의 의미와 메시지를 밀도 있게 배치했고, 1998년 실사영화 '퇴마록'이 원작과의 괴리감으로 혹평을 받은 것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원작자의 참여로 "이건 퇴마록이 맞다"는 공감대까지 형성하고 있다.

'퇴마록'은 장대한 세계관을 담은 원작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고자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 제작 기간 2년, 총 5년에 걸쳐 탄생했다.

로커스 측은 "2019년에 직접 이우혁 작가를 만나 '퇴마록'의 애니메이션화를 제안했고, 이후 약 2년간의 기획과 준비 과정을 가졌다. 로커스 내부에서도 오랫동안 논의하며 제작 방향을 설정한 후, 2021년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했다"며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과 복합적인 캐릭터 설정을 영화라는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여갔다"고 설명했다.

'퇴마록'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절대 악에 맞서는 대서사의 시작을 담은 오컬트 블록버스터로, 한국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을 담은 만큼 동양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디테일이 눈길을 끈다.

'퇴마록'으로 장편데뷔를 한 김동철 감독은 "이번 작품의 기대 포인트는 동양의 세계관 속 오컬트의 표현"이라고 짚었다.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세계 최고의 예언서 '해동감결'의 내용을 해동밀교의 대웅전에 걸린 탱화에 완벽하게 담아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감독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으로 '엔딩'을 꼽았다. 그는 "'퇴마록'을 영상화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가장 먼저 상상했던 장면"이라고 전했다. 오프닝 장면에는 10대, 20대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음이 숨어있고, 주요 장면에는 몰입감을 더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국악이 삽입돼 인상적이다. 엔딩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의 '비스트모드'가 영화에 여운을 더한다.

◇'장기흥행 가자'… 50만 달성 목전 '퇴마록'

'퇴마록'의 저력은 서서히 드러났다. 2월21일 개봉한 뒤 대작의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관객을 끌어모았다. 개봉 21일 만인 이달 13일 기준 누적 관객 40만명을 돌파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4일 기준으로 47만8132명을 달성하며 5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인을 겨냥한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전 세계 시장 중 6~9위 규모를 차지할 정도로 작지 않은 시장이지만 지금까지는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위한 작품이나 일본·미국 작품이 점령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흥행 대작인 '나 혼자만 레벨업' 극장판도 선을 보이기는 했으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2024년 5월 기준 극장에서 개봉한 국산 애니메이션 관람객(10대~60대) 비율은 10%에 그쳤다. 2021년 17.6%, 2022년 12.9%, 2023년 12.7%로 점점 감소추세다. 반면 해외 애니메이션 관람객 비율은 2023년 54.2%에서 지난해 63.6%로 증가했다.

'퇴마록' 열풍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이처럼 침체된 K-애니메이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작이기 때문이다. CGV 성별 및 연령별 예매 분포를 분석한 결과 개봉 당시와 비교해 여성 관객의 비율과 2030세대의 예매 비율이 5% 이상 상승하는 등 팬덤 확장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23일에는 관객 성원에 보답하는 무대인사도 마련됐다. 무대인사는 예매 시작과 함께 빠른 속도로 매진돼 추가 회차까지 열리기도 했다.

주인공인 퇴마 어벤져스를 연기한 성우 최한(박신부 역), 남도형(이현암 역), 정유정(장준후 역), 김연우(현승희 역)를 비롯해, 역대급 빌런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 성우 황창영(서교주 역), 그리고 원작자 이우혁 작가와 김동철 감독이 참석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우혁 작가와 김동철 감독은 "'퇴마록' 팀이 구성돼 좋았다. 월향이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테니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후속작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과 사랑 감사드린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어, '박신부'를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은 성우 최한은 "모든 스태프들의 피 땀 어린 시간과 세월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마음껏 누려 주시고 끝까지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성우 남도형은 "관객 여러분께 영원히 잊혀 지지 않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며 50만 돌파까지 갑시다", 성우 정유정은 "N차 관람해주시는 여러분이 진정한 씨네필이다. 다음 시리즈가 나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한, 성우 김연우와 황창영은 "이번 작품에서는 '승희'가 짧게 등장하지만 후속편이 나온다면 '승희'를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 "극 중에서 '서교주'가 웃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여러분들도 올 한 해 웃는 일 가득하시길 바란다"라며 재치 있는 멘트로 현장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후, 퇴마 어벤져스는 친필 사인이 담긴 포스터를 선물하고 셀카를 찍는 등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시간을 가지며 무대인사를 마무리했다.

로커스 측은 "순수하게 성인 관객을 겨냥해서 만든 국산 애니메이션이 이룬 성적으로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영화의 관객들은 원작의 진성팬과 새롭게 진입한 팬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만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연령대가 많아 향후 관련 사업과 후속작에서의 경제적 효과 창출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퇴마록'의 손익분기점은 100만명이다. 현재 그 절반 수준인 50만명까지 채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후속작을 희망하는 팬들의 N차 관람이 더 열기를 띄고 있다. 로커스 측은 "관객들이 찾아주시는 한 큰 규모가 아니라 하더라도 극장에 계속해서 상영을 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요즘에는 극장 시장의 변화에 따라 장기 상영으로 이어나가는 영화들이 많으니 '퇴마록' 역시 장기상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전했다.

로커스는 '퇴마록' 후속편도 준비 중이다. '퇴마록' 외에도 전자오락수호대, 호랑이형님, 덴마 등의 웹툰을 베이스로 한 작품, 드래곤라자와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도 제작기획 중이다. 로커스 측은 "많은 팬분들이 보내주는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잘 만든 속편이라고 생각한다"며 "후속편에는 많은 분들이 원하는 캐릭터들의 전사와 승희의 사연, 월향검 등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주름잡는 K-애니를 꿈꾼다

'퇴마록' 제작사인 로커스는 앞서 '레드슈즈'와 '유미의 세포들'로 3D 애니메이션 제작 실력을 입증한 독보적 기업이다.

로커스 측은 "3D로 제작하는 것의 강점은 모든 요소들의 디지털 자산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영화, 드라마, 2D 애니메이션 모두 한 번 영상화하면 최종 결과물인 해당 영상들만 남지만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 안에 사용했던 모든 소스들이 디지털 파일 형태로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만들 시에도 그대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는 게임, 가상현실(VR)게임, 메타버스 등 3D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분야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며 "앞으로는 디지털 자산, 그 중에서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지식재산(IP)의 중요성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3D 애니메이션은 한 번의 영상으로 끝나지 않고 그 모든 자산을 쌓아나가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커스는 지난 202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식재산(IP) 활용' 분야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제작비를 지원받아 '퇴마록'을 제작했다. 콘진원은 2022년 IP 활용 제작지원 분야를 신규로 도입, 매년 지원 기업을 늘려가고 있다. 첫해 6개 기업(최대 3억2500만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23년 6개 기업(최대 4억원), 지난해 8개 기업(최대 8억원), 올해 10개 내외 기업(최대 8억원)을 지원한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과 관객들의 호응이 뒷받침된다면 K-애니메이션이 K-팝이나 K-드라마처럼 글로벌을 사로잡은 주류로 부상할 수 있는 날은 반드시 오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로커스 측은 "많은 사람들이 무모하거나 무리하다고 보는 도전들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 무모한 도전들이 시간을 거듭해 계속해서 변함없이 이어질 때 사람들은 그 진정성을 알아봐준다"며 "로커스는 한 작품 한 작품을 진행할 때마다 장르, 스토리뿐 아니라 비주얼 스타일까지 언제나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로커스는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하는 좋은 이야기들과 멋진 비주얼을 가진 작품들로 계속해서 관객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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