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노리려다 ‘줄삼진’? 尹선고 앞 민주 ‘최상목 탄핵 딜레마’

박성의 기자 2025. 3. 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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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최재해 이어 한덕수 탄핵 기각…30번 탄핵 시도 성공률 0%
민주, 한덕수 탄핵 기각에도 “최상목 탄핵 절차는 계속 진행”
野일각 ‘역풍’ 우려도…“국민 피로도 커, 尹 심판에 집중해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거야(巨野)가 휘두르는 '탄핵 배트'가 줄줄이 허공을 가르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공범'이라며 탄핵하려했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기사회생하면서다. 이로써 '탄핵 시도 30번-성공률 0%'라는 야권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탄핵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행 탄핵 기각 결정문을 통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다음 탄핵 타깃으로 지목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줄탄핵'에 대한 피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 서 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며 회의장 도면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온 한덕수에…이재명 "국민 납득 못할 것"

"내란 세력의 신속한 발본색원만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유일한 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과 내란 잔당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을 '내란대행'으로 규정한 뒤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한 총리를 탄핵한다"며 "체포, 구금, 실종을 각오하고 국회 담을 넘던 그날 밤의 무한책임감으로 어떤 반란과 역행도 제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제압 시도'는 헌재의 벽에 가로막혔다. 헌재는 한 대행의 탄핵안을 24일 기각했다. 재판관 8명 중 5명이 한 대행에게 제기된 탄핵소추 사유 대부분이 헌법·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과 법률 위반에는 해당한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나머지 재판관 중 2명은 각하, 1명은 인용(파면) 의견을 냈다. 이로써 한 대행은 탄핵소추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민주당은 헌재 선고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 결정이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명백하게 고의적으로 헌법기관 구성이라고 하는 헌법상의 의무를 어긴 이 행위에 대해 '탄핵할 정도는 이르지 않았다'는 판결에 과연 국민 납득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들은 경범죄를 어겨도 다 벌금내고 처벌하지 않나"라며 "형법 조항이든 식품위생법이든 조항 어기면 다 재제받고 처벌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이 명확하게 정한 '헌법기관 구성'이라고 하는 헌법상 의무를 명시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어겨도 용서되나"라며 "우리 국민이 판단하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8일 국회에서 속개된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겨누는 野…'역풍' 우려에 우원식도 부정적 

야권 일각에서는 한 대행의 복귀가 윤 대통령의 '탄핵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헌재가 향후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대비해 '정부 2인자'를 국정 컨트롤타워로 복귀시켰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원내 한 핵심관계자는 "한 총리가 돌아오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시 제기됐을 국정 공백 우려는 오히려 해소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야권 잠룡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행 탄핵안이 기각된 것이 "윤석열 탄핵 인용에 앞선 사전 국정안정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덕수 복귀'를 교두보 삼아 '최상목 탄핵'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 기각 결정문을 통해 최 부총리의 탄핵 사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주장한다. 한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판시된 만큼,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 때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도 위헌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는 오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의 과반수라는 점,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위법이라는 점을 판시했다"며 "이에 따라 앞서 발의한 최 부총리 탄핵은 절차를 계속 진행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은 복귀한 한 권한대행이 계속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으면 탄핵을 또 추진하느냐는 질문에는 "속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여권뿐 아니라 야권 내부에서도 현 정부 들어 30번째 '줄탄핵'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탄핵의 저조한 승률 탓에 탄핵의 본의미는 퇴색되고,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이 주도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건 13건으로 이 가운데 9명에 대해 헌재 판단이 나왔는데, 탄핵이 인용된 사람은 0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의 탄핵 시도가 정치적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기각은 더불어탄핵당의 '9전 9패',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재명 세력의 입법권력을 동원한 내란음모에 헌법의 철퇴가 가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헌법을 유린한 자를 탄핵하는 것은 정당의 의무로 이를 방조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내란에 동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윤 대통령 탄핵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 '탄핵 취지와 달리 국민의 피로도만 높아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던 민주당이 다시금 '탄핵 고삐'를 죄기 시작한 것은 '초조함의 발로'라는 추측도 나온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26일)으로 다가오자 민주당이 꺼낼 수 있는 모든 '공격 카드'를 내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전날 시사저널TV에 출연해 민주당이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조급함' 세 글자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탄핵을 하면 할수록 민주당에 불리할 거라는 걸 모두가 다 알지만, 이재명 대표 목 밑에 겨누어진 사법 심판 때문에 이렇게 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최상목 탄핵'이 자당 원로인 우원신 국회의장에 의해 저지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기에 두 차례 연속 본회의가 필요하다. 현재 예정된 본회의는 오는 27일로, 만약 이때 최 부총리 탄핵안을 보고한다면 표결을 위한 후속 본회의를 가까운 시일 내에 열어야 한다. 그러나 본회의를 열 권한을 가진 우 의장이 최 부총리 탄핵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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