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의 백래시…‘뼈말라’ 모델 늘어나고 다양성 사라져[플랫]
패션쇼 무대에서 다시 뼈가 드러날 정도의 깡마른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때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런웨이를 활보하며 패션계에서 사이즈 다양성이 확장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비만치료제 오젬픽·위고비의 등장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보수화의 물결이 런웨이에도 ‘백래시’를 가져왔다.
보그 비즈니스가 공개한 ‘2025년 가을/겨울 사이즈 포용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봄 뉴욕·런던·밀라노·파리에서 열린 가을·겨울 시즌 패션쇼 198개에서 선보인 8703개의 착장 가운데 중간 사이즈(한국 사이즈 미디움·라지)는 2%에 불과했고, 플러스사이즈(엑스라지)는 0.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9~10월에 선보인 봄 시즌 패션쇼에서 중간 사이즈 착장이 4.3%, 플러스사이즈가 0.8%로 나타났던 것보다 감소한 수치다.
뉴욕타임스(NYT)는 패션쇼의 사이즈 다양성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로, 이미 최근 시즌에 선보인 쇼에서 중간·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포함된 경우는 그 이전 시즌보다 16% 감소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그비즈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시즌 198개의 쇼에서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등장시킨 브랜드는 12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같은 모델이 여러 개 쇼에 겹치기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는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중간사이즈와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커브 모델(curve model)’이라고 불리는데, 깡마른 모델과 달리 몸매에 곡선이 살아있다는 의미에서다. 보그비즈니스는 과장된 곡선과 큰 실루엣을 강조한 옷이 많이 등장한 반면, 실제 곡선미를 지닌 모델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고 평했다.
보고서는 오젬픽·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의 증가와 사회의 보수화를 사이즈 다양성 축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NYT는 “2012년 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에서 체질량지수(BMI)와 모델 건강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갈비뼈, 튀어나온 쇄골, 척추뼈 라인이 더 많이 보였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용이 섭식장애에 끼치는 연관성, 런웨이 쇼가 대중적인 오락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마른 몸의 이미지는 위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에서 중형 및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쇼에 포함시킨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콜리나 스트라다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힐러리 테이무어는 오젬픽 등 다이어트 약물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테이무어는 “약물 때문에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중간 사이즈로 갔고, 중간 사이즈 모델이 마른 사이즈가 됐다”며 “마르면 마를수록 좋다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고 NYT에 말했다. NYT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2021년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승인한 것이 런웨이에 깡마른 모델이 늘어난 추세와 맞아떨어진다고 짚었다.
NYT는 또한 ‘미투’(나도 고발한다)와 ‘블랙라이브스매터’(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이후 런웨이에서도 사이즈와 인종 면에서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흐름이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패션계의 사이즈 다양성 또한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영경 기자 samemind@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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