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가 600억? 국내 제작비가 너무 높은 이유
[유건식의 미디어 이슈]
[미디어오늘 유건식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최근 국내 드라마의 제작비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방송사가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낮거나 비용을 만회(리쿱, Recoup)하지 못해서 편성을 감소시킬 정도가 되어 제작비를 낮추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국내 제작비가 여전히 할리우드의 1/10 수준이므로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드라마의 제작비가 너무 높은 이유는 대체로 멀티 시즌으로 이어지지 않고 하나의 시즌으로 끝나는 미니시리즈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역대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2022년에 방송한 8부작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로 회당 5812만 달러(약 852억 원), 총 4억6500만 달러(약 6800억 원)가 투입되었다. 시즌 5까지 예정되어 있으므로 영국의 한 팬 커뮤니티(Fellowhip of Fans)에 따르면 실질적인 제작비는 4500만 달러로 추정되기도 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총 제작비가 600억 원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회당 37억5000만 원이다.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제작비는 '폭싹 속았수다' 보다 22.7배나 많다. 참고로 중앙대 유진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 시즌 2로 167억 원이 투입되었다. 다음으로는 2021년 애플TV+의 'Dr.브레인'이 83.3억 원, 2023년 넷플릭스의 '경성크리처' 70억 원, 2022년 넷플릭스의 '수리남' 58.3억 원 순이다.
할리우드에서 이렇게 드라마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시즌제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시즌 5까지는 진행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고, 시즌5가 가능한 기획을 프라임 타임 시즌으로 선택한다. 이러한 기준을 갖고 선정을 해도 시즌5까지 가는 작품은 매우 희소하다. 그럼에도 시즌5까지 간다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필자가 추진하여 성공한 '굿닥터' 리메이크 작품인 미국 방송사 ABC의 <The Good Doctor>가 시즌 7까지 진행되었다.
시즌제는 시즌이 지속될수록 인기를 끌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넷플릭스가 처음에는 한 번에 시즌을 공개하다가, 전체를 8회로 구분하여 파트1과 파트2로 나누는 이유가 화제성의 지속이다. 또한 다음 시즌이 공개되면, 공개 시점 전후로 기존 시즌이 인기를 끈다. '폭싹 속았수다' 는 일주일에 4회씩 공개하고 있다. 아주 영리한 전략이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예로 들면, 시즌3이 2023년 공개되었을 때 시즌1과 시즌2의 시청 시간이 5000만 시간 전후로 나왔다. 시즌4가 2024년 공개되었을 때는 시즌1, 시즌2, 시즌3 모두 7000만 시간 전후의 시청 시간이 측정되었다.
수익도 마찬가지다. 시즌이 지속되면, 해외나 OTT에 대한 판매 수익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드라마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현재 시즌2가 진행되고 있다면, 시즌1부터 구매할 것이다. 그래야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즌이 지속되면 이전 시즌은 추가 비용 없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굿닥터'의 경우에도 손익분기점(BEP)이 지난 후 매년 수익(Back-end라고 부름)을 배분받는다.
할리우드에서 드라마 제작이 시즌2, 3까지 진행이 되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나의 시즌이 아니라 멀티 시즌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NBC에서 방송된 '프렌즈'의 경우 아직도 전 세계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 매년 막대한 저작권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시즌이 지속되지 않으므로 콘텐츠는 단명한다. 할리우드에서 콘텐츠가 몇십 년이 지나도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는 힘은, 영화의 경우 IP를 통한 프랜차이즈화이며, 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즌의 지속이다. 국내에서도 드라마가 잘 되면, 그때부터 시즌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할 필요가 있다. 미니시리즈는 산업적으로 크게 도움이 안된다.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시즌제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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