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짬짜미` 기업은행 882억 부당대출… 당국 "조직적 은폐 시도"
김성태 행장 "쇄신책 곧 발표"
빗썸, 수십억대 사택 임차계약
농협, 1083억 대출 중개 적발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은행 직원인 배우자와 입행동기 등과 공모해 882억원의 부당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기업은행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에 주목하며 관련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빗썸에선 현직 임원이 수십억원의 사택 제공을 스스로 결정하거나 전직 임원이 분양받은 주택에 사용할 보증금을 수취하는 등 부적정한 사택 임차계약 건도 있었다.
농협에선 매매 계약서 변조 등 수법을 써 1083억원의 부당대출을 중개한 건이 적발됐다. 우리은행의 임직원은 손태승 전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 730억원을 취급했으며, 그중 일부 직원은 친인척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및 가상자산업자 등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자와의 부당거래에 대해 검사한 결과, 관여된 대출과 임대차 계약 등 부당한 거래가 적절한 내부통제 없이 이뤄진 사례가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기업은행 등 일부 금융사의 경우 부당한 금융 사고를 인지하고도 평판 저하 등을 우려해 사고 축소·은폐를 시도하고 금감원에 허위·축소 보고했다.
은행법 등 국내 법규에선 해당 금융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배우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포함)를 중심으로 여신(신용공여) 등 일부 유형에 한정해 규제한다. 국제 규범과 달리 규제 범위가 제한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행감독준칙의 경우 1990년대부터 이해관계자와 관련 거래를 주요 직원과 공사, 임대계약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절차를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들은 주요 임직원과 그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와 금융사의 거래처 관련자 등과의 부당거래 방지에 대해선 자율적인 내부통제를 통해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내규 '윤리규정'과 '복무규정' 등을 통해 이해상충 방지의무를 선언적으로만 규정한다. 또 당사자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등 관련 내부통제 절차의 실효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해관계자 등 관련 부당 행위 발생 시 대외 비난 등 평판 저하 등을 우려해 사고를 축소하거나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하는 경향도 보였다.
부당거래 적발 건 중 기업은행에선 부당대출 58건(882억원)과 부당 점포 개설 및 관련 금품수수 건이 있었다.
퇴직 직원 A씨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년간 대출 관련 증빙과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임직원들이 이를 조력해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A씨는 부동산시행업 등을 하면서 은행에 재직하는 배우자(심사역)와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 총 28명과 공모했다. A씨는 또 고위 임원에게 부당 청탁해 본인 소유 지식산업센터에 은행 점포를 입점시켰다.
기업은행의 지난 2월 말 기준 부당대출(882억원)의 대출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95억원(17.8%)이 부실화된 상태다. 이번 부당대출 적발 이후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부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금감원의 검사 결과 발표 후 강도 높은 쇄신책을 약속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금감원 검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 지적 사항을 포함해 업무 프로세스와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업자인 빗썸에선 부적정한 사택 임차계약 건이 발생했다. 관련 내규와 내부통제 절차 없이 전·현직 임원 4명에게 고가의 사택(임차보증금 총 116억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다. 현직 임원 B씨는 지난해 6월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본인 사택 제공(임차보증금 30억원)을 스스로 정했다. 회사 고문인 C씨는 개인적으로 분양받은 주택을 사택으로 임차하는 것처럼 속여 받은 보증금 11억원을 분양 잔금 납부에 사용했다.
농협조합과 저축은행은 각각 1083억원, 25억5000만원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농협조합의 등기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 D씨는 매매 계약서 변조 등 수법을 동원해 392건(1083억원)의 부당대출을 중개했다. 해당 조합은 매매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등 진위 확인을 소홀히 했다.
저축은행 부장 E씨는 차주사(시행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조건(자기자본 20%)을 충족하지 못하자 PF 등기업무 담당 법무사와 사무장에게 차주사를 위한 자금조달 알선을 의뢰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은 자기자본이 아님에도 외형적으로 대출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해당 조달금액을 차주사의 자기자본에 포함해 심사했다. 이 방식으로 PF 대출을 26억5000만원 부당 취급하고 그 대가로 214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여전사 투자부서 실장 F씨는 법규상 규제(법인의 연계투자 40% 한도)를 회피할 목적으로 친인척 명의로 3개 법인을 설립했다. F씨는 해당 법인의 사내이사로 등기한 후 25건(121억원)의 부당대출을 집행했다. 해당 대출금으로 특정 렌탈업체 관련 연계대출에 100% 투자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금융사 대상으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제재와 함께 범죄 혐의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해상충 방지 등 내부통제 실태 점검과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해관계자 거래 관련 이해상충 방지 등을 위한 제도 개선과 책무구조도 및 준법 제보 활성화 등 기존 제도 개선 사항의 조속한 정착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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