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바이두 총재 출신 장야친 칭화대 인공지능산업연구원(AiR) 원장 | 딥시크, 챗GPT 후 가장 중요한 혁신…AGI 시대 15년은 걸릴 것”
“과거 증기기관이 새로운 산업의 동력이 됐던 것처럼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미래 산업의 동력이 될 것이다.”
2017년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의 장야친(張亞勤) 당시 총재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AI 대중화 시대를 일찌감치 예고하며 이렇게 밝혔다. 약 7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최근 저비용·고성능 AI 구현에 성공하면서 대중화의 길을 연 것이다.
이제는 칭화대 인공지능산업연구원(AiR) 원장으로서 중국 AI 인재를 양성 중인 장 원장은 이번 딥시크의 등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장 원장은 ‘중국이 낳은 IT 천재’로 통한다. 12세에 중국과학기술대에 입학, 23세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차이나 회장, MS 아시아 연구개발(R&D) 회장을 역임했으며 ‘검색 기업’이었던 바이두를 중국 최고의 ‘AI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장 원장에게 딥시크가 전 세계 AI 산업에 던진 함의와 앞으로 AI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물었다.
연초부터 딥시크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딥시크는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 후 AI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을 이뤄냈다고 본다. 오픈AI, 구글, MS, 메타 등 선도 기업의 거대 언어 모델(LLM)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구축했지만, 알고리즘과 아키텍처, 엔지니어링, 제품, 오픈 소스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실제적인 혁신을 일궈낸 게 딥시크다. 출시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지 않았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I 제품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이번 딥시크의 성공과 함께, 더 높은 효율성과 고성능 그리고 오픈 소스를 특징으로 하는 새 시대의 LLM과 생성 AI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체 LLM의 비용을 낮추고 AI 대중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약 7년 전 당신은 한국에서 AI가 미래의 증기기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나는 항상 AI의 거대한 변혁적 힘을 믿어왔다. 또한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엔진이라고 봤다. 정확히 어떤 기술이 언제 탄생할지 그 시점을 몰랐을 뿐이다. 오픈 AI와 딥시크가 내놓은 LLM이 진정한 AI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딥시크로 인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더 강한 성능의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스케일링 법칙'이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있는데.
“스케일링 법칙이 끝났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전 훈련 단계에서 스케일링 법칙의 효과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특히 더 높은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춘 모델의 테스트와 추론 단계에서는 새로운 스케일링 법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딥시크 AI 접근성을 높여 그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AI 모델이 최적화돼 한 번의 연산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줄인다고 해도, 정작 AI가 쓰이는 분야와 그 빈도가 늘어나면 전체적인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의료, 농업, 교통, 과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 고성능 반도체 칩뿐 아니라 에지 디바이스용으로 쓰이는 저사양 칩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 AI 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AI 산업 전반에서 컴퓨팅 수요는 계속 늘어나겠지만, 그 방식은 점점 ‘분산형’으로 바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초고성능 반도체 칩을 쓰고, 에지 디바이스에서는 저비용 칩을 쓰는 식의 혼합(하이브리드) 구조가 확산될 것 같다.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처럼 실제 물리적 장치로 AI 적용이 늘어나면서, 이런 분산형 구조가 더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딥시크가 인공 일반 지능(AGI)의 도래 시기를 앞당겼다고 보는가.
“그렇다. 딥시크의 등장은 정보 AI 뿐 아니라 물리적 AI의 발전도 가속화할 것이라고판단한다. 특히 첨단 AI 모델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국가나 기업도 오픈 소스 생태계를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확산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언제쯤 AGI 시대가 시작될까.
“완전한 AGI 시대가 구현되려면 15~20년이 걸릴 것이다. 이는 정보 AI에서 물리적 AI 그리고 생물학적 AI로 발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성공을 보며 스타트업 사이에서 '우리도 훌륭한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확산하고 있다.
“딥시크는 혁신 스타트업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경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AI 산업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점점 ‘민주화’되는 흐름 속에서, 딥시크가 빅테크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더라도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빅테크는 대규모 인프라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최첨단 모델을 제공하는 역할을 계속하고, 스타트업이나 앱 개발사는 이 모델을 활용해 특정 기능이나 추론 능력을 최적화하고, 다양한 가격·성능 조건에 맞춘 맞춤형 AI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많은 한국 기업은 '퍼스트 무버' 보다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취해왔다. AI 시대에도 이러한 전략이 유효할까.
“한국은 이미 LLM과 생성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은 AI 모델 구현에 필수다. LLM에는 빠른 연산 능력뿐 아니라 고속 데이터 접근과 저장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 무선 네트워크, 데이터 인프라, 반도체 산업 등 각종 인프라도 선진화돼 있다. AI 산업을 육성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단독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거대한 AI 산업의 잠재력을 함께 실현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뛰어난 AI 기업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결국 인재다. 중국은 가장 많은 젊은 AI 인재 풀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최고의 인재도 많다. 또한, 중국은 인터넷, 모빌리티, 전자상거래, 첨단 인프라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디지털화와 방대한 데이터 축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AI 물결의 기반이 된다.”
Plus Point
딥시크만 있는 게 아니다” 中 스타트업의 AI 비서 ‘마누스’ 부상"제2의 딥시크 모멘트다."
3월 8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중국 AI 스타트업 모니카에 주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모니카가 ‘마누스(manus)’라는 AI 모델을 출시했는데, 오픈AI가 올해 2월 출시한 심층 추론 모델 ‘딥리서치’보다 GAIA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 것이다. GAIA는 AI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단순한 언어 모델 테스트가 아니라 AI가 실질적인 업무를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마누스는 인간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다. 가령 ‘샌프란시스코에서 아파트를 찾아줘’라는 모호한 요청을 받으면 단순 부동산 리스트가 아닌 범죄율, 임대료 추세, 날씨 등을 고려한 최적의 매물을 보여주는 식이다. 포브스는 “마누스는 기존 AI의 한계를 넘어, ‘자율적 행동’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이제 실리콘밸리는 중국이 AI 산업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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