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濠 20~30분 샌드위치로 ‘짧은 점심’… 佛·伊·中 최대 3시간 ‘사교·재충전의 시간’[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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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 오만에서 오전에 시작한 회의가 낮 12시를 조금 넘겨 끝났다.
12시 점심시간에 지장을 줘서 미안하다고 상대에게 사과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점심은 퇴근 후에 먹으면 된다고 한다.
낮 12시 전후로 약 1시간의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같이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그들에게 무척 낯설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점심시간은 우리에게 낮잠문화로도 알려진 '시에스타' 덕분에 2시간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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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 오만에서 오전에 시작한 회의가 낮 12시를 조금 넘겨 끝났다. 12시 점심시간에 지장을 줘서 미안하다고 상대에게 사과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점심은 퇴근 후에 먹으면 된다고 한다. 퇴근 후면 저녁 식사가 아니냐고 되묻는 나에게 본인의 근무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라 점심은 퇴근 후 가족과 함께 먹는다고 친절히 설명해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문화권에 따라 점심시간이 짧고 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점심시간을 아예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내가 오만의 점심문화에 놀란 만큼, 주한 외국인들은 한국의 점심문화에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낮 12시 전후로 약 1시간의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같이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그들에게 무척 낯설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광경이라 어느 부분이 충격적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점심문화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듯하지만, 규율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직장문화로 우리보다 시간에 엄격한 편이다. 단체로 먹기보다 혼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간단히 먹고 휴식하는 ‘벤또(도시락)문화’가 일반적이며, 오니기리(주먹밥)처럼 간편한 메뉴를 선호한다. 우리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화다.
각종 미디어의 노출로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점심시간이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20~30분 내외로 대체로 짧다. 이 시간에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으면서 일하거나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미국에서는 책상에서 업무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는 이가 많다. 이들의 점심문화 역시 해외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해서 그런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반면, 프랑스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은 점심시간이 1시간에서 3시간까지 관대하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사교와 재충전의 시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어쩔 수 없이 혼자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허용’할 만큼 대충 때우는 점심을 사회적으로 지양하고, 동료들과의 교류를 중시한다. 스페인의 점심시간은 우리에게 낮잠문화로도 알려진 ‘시에스타’ 덕분에 2시간 이상이다. 대도시에서는 더 이상 낮잠을 자는 문화가 일반적이지 않지만, 긴 점심시간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탈리아 역시 시에스타의 이탈리아 버전인 ‘리포소’라는 긴 휴식시간으로 유명하다. 이 시간에 문을 닫는 상점이 많고, 대부분 여유로운 식사를 하거나 낮잠을 취한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낮잠 전용 영화 상영관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상점까지 문을 닫고 잠을 청하는 직장인들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우리에게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도 낮잠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더운 기후로 인해 더울 때 낮잠을 자고 더위가 가신 뒤 업무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랍 국가들 또한 비슷한 문화가 있으며, 오만처럼 점심시간이 아예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국가에서는 보통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근무하고, 퇴근 후 가족과 점심을 함께한다.
이처럼 다양한 점심문화는 기후, 사회적 관습, 경제적 요인 등에 따라 좌우되며, 그 차이는 사회의 고유한 가치와 생활방식을 반영한다.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고 근무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문화권별로 고유한 특성이 옅어지고, 다양한 점심문화가 공존하는 경향이 커졌다. 이제 무심코 봤던 해외 영화나 드라마 속 점심 장면에서 혹은 외국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점심문화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배경을 찾아보는 재미를 누려보면 어떨까?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 한스푼 더 - 각국의 점심 용어
△미국 : 새드데스크샐러드(Sad desk salad). 시간이 부족하거나 업무에 집중하느라 점심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은 음식을 책상에서 먹는 문화를 풍자적으로 표현 △프랑스 : 데죄네 다페르(Dejeuner d’affaires). 긴 점심시간 동안 동료들과 교류하며 식사하는 문화를 일컬음 △스페인 : 시에스타(siesta). 점심 식사 후 낮잠문화를 나타내는 표현. 이탈리아 ‘리포소(riposo)’, 중국 우수이(午睡), 필리핀 ‘이들립(idlip)’이 비슷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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