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부정하고 혐오 가르치는 학교? 개신교 대안학교의 위험

부산·장일호 기자 2025. 3. 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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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주최하며 신흥 극우 개신교 세력으로 떠오른 부산 세계로교회가 대안학교를 개교했다. 이들이 교육을 통해 세우려는 ‘하나님의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모든 학생들에게 은혜를 더하셔서 다음 세대 하나님 나라의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여 일하는 하나님의 사람들로 훈련되어,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종교·교육의 리더로 서게 하시고, 의로운 재판관도 나오게 하시고, 정직한 언론인도 나오게 하시옵소서. 지금 우리나라가 공교육의 어려움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길러내지 못함으로 혼란이 왔습니다.”

3월4일 오전 11시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본당에서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입학식 및 개교식이 열렸다. 입학식은 기도로 시작됐다. 양동순 장로의 기도에 손을 모은 사람들의 입에서 동시에 ‘아멘’이 터져 나왔다. 여느 학교 입학식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었다. 예배당 앞줄에는 손현보 목사를 비롯해 지역구 의원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이종환 부산시의회 부의장,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 김주홍 강서구의회 의장 등이 자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입학식 시작 전 대형 화면에서는 세계로교회가 주최한 세이브코리아 집회 영상이 나왔다. 영상 속에서 ‘이재명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민주당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같은 구호가 반복됐다.

부산 세계로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2025학년도 입학식 및 개교식이 3월4일 오전 부산 강서구 송정동 세계로교회 본당에서 열렸다. 중학부와 초등부 입학생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시사IN 포토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1기 입학생으로 ‘선발’된 이들은 중등과정 78명과 초등과정 110명으로 모두 188명이다. 설교에 나선 손현보 목사가 연단에서 내려와 마이크를 학생들 쪽으로 건넸다. “우리 역사 속에 존경하는 사람 있어요?” 마이크를 받은 학생이 대답했다.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이어지는 다른 학생들의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달아 마이크를 건네받은 학생 7명 가운데 2명(이순신, 세종대왕)을 빼고 나머지 학생들은 짠 듯이 이승만의 이름을 말했다. 학생들이 대답할 때마다 예배당 곳곳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손 목사는 연단으로 돌아가며 만족한 듯 말했다. “그래, 그래. 이승만 학교에 온 사람들이니까.”

학교 이름에 붙은 ‘우남’은 이승만의 호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가 개교를 준비하며 낸 교사 채용 공고를 보면 제출 서류 중 하나로 ‘건국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견해 및 독후감(A4 용지 3장 내외)’이 있다. 이날 설교에 따르면 손현보 목사에게 이승만은 “한국 위인들이 했던 모든 일을 다 모아도 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일”을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박정희를 통해서 이런 자유와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지도자를 기르는 것이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목표라고도 말했다.

손 목사는 입학식에 모인 학생들에게 “지금은 잘 모르고 부모님 따라왔지만 (···) 1~2년만 지나면 생각과 학문적 지식이 다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학생 대표로 연단에 선 학생들의 선서에서도 이승만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과 같이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 부흥과 성장, 그리고 통일 한국을 위한 국제적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고 실력을 갈고닦는 데 힘쓰겠습니다.”

개신교 대안학교 313곳으로 늘어

초대 교장을 맡은 하화주씨는 “성경적 진리에 대한 굳건한 믿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 건전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하나님의 학교’에서 가르칠 것을 약속하며 그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전히 증거하고 전도하는 하나님 나라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씨는 서울 반포고등학교 교감 재직 당시인 2020년 1월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의 징계 기록을 삭제한 사실이 2023년 알려지며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는 인물이다.

해당 가해자는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려고 했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로, 이후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정 군 졸업 직전 학내 학교폭력 기록삭제 심의기구를 열어 정 군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강제전학’ 조치 내용을 삭제한 하씨(당시 반포고 교감)는 2023년 4월14일 국회 청문회에서 “(정 군이 이전 재학 학교에서 행한 학폭 가해 정도를 검토하려 했으나) 개인정보이고 비밀엄수 조항에 속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 당시 담임교사의 의견서 등을 참조해 강제전학 조치를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3월1일 부산 세계로교회 주최로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서 한 참석자가 기하는 모습. ⓒ시사IN 이명익

손현보 목사는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18년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 개신교는 ‘1교회 1학교 운동’을 비롯해 지난 20여 년간 개신교 대안학교 운동을 꾸준히 일구며 대안교육기관법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며 등록 대안교육기관도 법적 지위를 얻게 되었다. 손 목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법을 바꿔 미등록 대안학교도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입학식에서도 “2년 안에 국가로부터 학비를 다 보조받게 될 것”이라며 학부모들을 안심시켰다.

2024년 10월 기준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17개 시도 교육청에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은 259곳이다. 학생 수는 1만1772명, 교직원은 4583명이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약 400개로 파악된다. 이 중 개신교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별도 통계는 없다. 그러나 짐작해볼 수는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2006년부터 5년마다 진행하고 있는 개신교 대안학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년 43곳, 2011년 121곳, 2016년 265곳, 2021년에는 313곳이었다. 학교 설립의 주체로는 교회(56.9%)가 가장 많았으며, 대부분의 학교가 조사 당시 미인가(92%)였지만, 2022년 대안교육기관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일부는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정치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물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다. 조 의원은 2월21일 ‘대안교육기관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나온 이야기 중 주목해서 봐야 할 내용이 교육 바우처다. 현재 공교육에 드는 비용을 정부가 교육청으로, 교육청이 각 학교에 분배하는 방식이라면, 교육 바우처는 학생 개개인에게 교육 자금을 직접 지원해서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도록 바꾸자는 내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평생교육 바우처 제도를 활용해 그 지원 대상에 대안교육기관을 포함시키는 간접 지원도 논의됐다.

제22대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조정훈 의원(가운데)은 기독교 교육기관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조 의원이 2024년 7월1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한 질의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조 의원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떤 학교에 다니든지 차별받지 않는 게 맞지요?” “대안학교 다니는 게 죄입니까?” 조 의원은 헌법 제31조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를 근거로 “대한민국 예산은 공교육을 받는 아이에게만 써야 하는 헌법적 원칙이 있느냐”라고도 따져 묻는다.

대안학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조 의원은 2월1일 부산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월2일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를 주제로 연설했다. 이 연설에서 조 의원은 말했다. “조정훈의 정치 기준은 한 가지입니다. 그 한 가지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창조 질서입니다.”

조 의원이 2024년 9월23일 명지대 교육미션센터 설립 기념 포럼에 참석해 한 발언 역시 조 의원의 행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구가 줄어들고,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초중고도 마찬가지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알곡과 쭉정이가 갈리는 시대가 됐다. 교육이 사양산업이 된 이때야말로, 신앙인들이 교육에 진지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 정치인으로서 두 가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대안학교 자율성 강화 및 예산 지원이다. 사립학교에 준하는 교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 한다. (···) 다른 하나는 사립학교 교원 임용 자율성 복원이다. 기독교 사학 교원을 임용하면서, 신앙이 있는지 묻지 못하는 것은 너무 나갔다. 기독교 교육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

이주헌 성남 바른교회 목사는 교육이 한국 교회가 발견한 ‘미래 먹거리’라고 말했다. “교회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공교육에 포함된) 사학을 비롯해서 대안학교까지 교육 바우처 제도를 사용하면 교세가 줄어도 장기적으로 먹고살 길이 열리는 거다. 국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교육을 발견했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비롯해 일부 개신교가 교육을 통해 세우려는 ‘하나님의 나라’ ‘기독교 국가’는 어떤 나라일까. 손현보 목사는 지난 2월18일 서울 왕성교회에서 열린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에서 북한에 빗대 그와 비슷한 ‘기독교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어린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김일성은 위대하다’라고 배우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성경에 입각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이걸 아동학대가 아니면 무어라 부를까”

개신교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교회에서 목회를 하기도 했던 이주헌 목사는 이들이 말하는 기독교 교육이 주장하는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본다. ‘1.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는다. 2.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3. 반동성애를 가르친다.’ 이 목사는 대안학교의 이름으로 오히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수가 공산주의자에게 못 박혔나? 우리 아이들이 창조과학(진화론을 비롯해 진화학·지질학·천문학 등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유사 과학)을 말하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으로 세상에 나가야겠나?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다양성을 견디지 못하는 사회부적응자를 만들고 있다. 이걸 아동학대가 아니면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3월4일 세계로우남 기독아카데미 개교를 축하하며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하화주 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손현보 목사(가운데). ⓒ시사IN 포토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가 유독 이승만을 ‘강조’하는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할까.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있는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공동대표는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성경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학교 이름에 ‘우남’이 들어간다. 이승만 학교라는 이야기 아닌가. 공과 과를 같이 배워야 하는 것이 교육인데, 어떤 인물을 절대시하는 것은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하겠다는 이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세운 공립 대안학교 ‘오디세이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정 공동대표는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가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교육도 신앙도 주입해서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다. 학창 시절은 주체성과 사고력을 기르는 정말 소중한 시기인데,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낙오자를 기를 것인가? 왜곡된 신앙을 주입해 일시적으로 홍위병이나 ‘우파의 전사’를 기를 수야 있겠지만, 사람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개신교 대안학교라면 공교육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신교 대안학교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인 박상진 장신대 명예교수는 개신교 대안학교의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같은 사례가 부각되는 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개신교 대안학교가 공교육에 대한 고민, 입시 위주 교육의 반작용에서 나온 부분도 있기 때문에 공교육 일변도의 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명예교수는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보면서 요즘 고민이 깊다. 언론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 학교에서도 건강한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개신교 대안학교는 신앙과 함께 공교육 불신에 기반한 ‘엘리트 교육’을 강조한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역시 교육과정에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을 내세운다. IB는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학위협회(IBO)가 인증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참여와 토론 중심의 자기주도학습을 골자로 한다. 해외는 물론 국내 대학 수시전형 등에서도 IB 이수 학생을 우대하는 전형이 생겨나,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는 입학식에서 초등과정에 학급당 한국인 교사 한 명, 외국인 교사 한 명을 두고 있으며 중등과정에서도 하루 2시간 영어 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이사는 “과거에는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특히 미국 유학을 위한 대안학교들이 많이 생겼는데,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는 그 연장선에서 이념 교육까지 시키겠다는 대안학교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 역시 정병오 공동대표와 마찬가지로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이념적’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신교가 여타 종교 중에서도 특별히 더 보수적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성소수자 문제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반 시민사회의 인식과 비슷하다.”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2월15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집회 맨 앞줄에 청소년들이 앉아 있다. ⓒ시사IN 이명익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를 7년째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4년 11월13~22일 전국의 성인 남녀 개신교인 1058명과 비개신교인 1094명을 대상으로 지역·성별·연령별 비례할당 표본을 추출하여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진 가장 최신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두 집단 사이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주관적 이념 성향 점수인데, 진보를 0으로 보수를 10으로 두었을 때 개신교인은 5.49점, ‘종교가 없다’고 답한 이들은 4.94점이었다.

“개신교가 종교로서 발언할 때 목사들의 목소리는 빅 스피커로 반영이 되지만 신자들의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를 할 때는 모두 한 표다. 일부 목사들이 이념적인 선거운동을 한다고 해서 잘 반영이 안 되는 이유다.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학교와 가정에서 이념 교육을 아무리 시킨다 한들, 청소년들이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공간은 온라인이다. 일부 이념적 투사가 나오기야 하겠지만, 들어간 비용에 비해 영향력이 막강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신사도 운동의 ‘일곱 개 산’

다만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은 일부 개신교계에서 주력하는 ‘신사도(新使徒) 운동’이다. 신사도 운동은 말 그대로 오늘날에도 새로운 사도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하나님에 의하여 보내심을 받은 자’의 존재를 긍정한다. 김 이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부활시킨 주요 세력 중 하나가 신사도 계열의 기독교인들”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그 계열의 개신교 세력이 힘을 키우는 중”이다.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신사도 운동의 ‘영적 전쟁’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일곱 개의 산’이라고 지적한다. “사회 변화를 위해서 일곱 가지 틀이 동시에 변화되어야 하는데 종교 외에도 교육·정치·미디어·예술·경제·비즈니스 등 주요한 산마다 사탄의 사람들이 다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본다. 교인들이 교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치인도 되고, 유명한 가수나 연예인이 되고, 교육자가 되는 등 적극적으로 세상에 진출해서 바꿔나가야 한다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신사도 운동의 세례를 받은 미국 보수 교단 중에는 공교육을 받은 세대를 성경적 가치관으로 교육하지 못한 ‘잃어버린 세대’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운동 과정에서 언급한 내용과도 만난다. 트럼프는 교육부가 “급진주의자, 광신도,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장악됐다”라며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두 달 사이에 연방 교육부 직원 절반 이상을 해고했다.

3월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참석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한국 개신교는 미국 개신교의 영향 안에서 교세를 키워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막 개교한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행보 역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미인가 상태로 ‘음성화’되어 있는 여러 개신교 대안학교가 극우 청소년을 배출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 역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3월8일 윤석열이 구속취소로 석방된 날,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열린 석방 환영 집회에는 경남 진주시에서 개신교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열네 살 청소년이 연단에 올랐다.

“제가 여기 나온 이유가 뭐냐. 애국에는 나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제기독대안학교 다니기 전에 전교조 학교를 다녔던 평범한 학생입니다. 애국에는 관심도 없고 공부에만 집중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 10대들이 누리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 계신 애국 시민 여러분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을 건국해주신 이승만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경제를 발전시켜주신 박정희 대통령님을 독재자로 가르치는 게 말이 됩니까. (···) 마지막으로 구호 외치겠습니다. 10대들아 일어나라!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부산·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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