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테이블세터· 똑딱이 클린업…그럼에도 강철표 마법타순은 주문대로 통했다

KT가 새로운 테이블세터 강백호(왼쪽)와 멜 로하스 주니어(오른쪽)를 앞세워 개막 2연전을 잘 출발했다. 3번 허경민(가운데 왼쪽)과 4번 김민혁(가운데 오른쪽)을 배치한 파격 라인업이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KT 위즈 제공

KT 최강타자 강백호·로하스 ‘전진 배치’
‘한방’보다 컨택 능력 좋은 허경민·김민혁 3·4번 기용
상식 깬 타순으로 개막전 첫 득점, 다음날 역전 ‘성공’
상대 선발 ‘기선제압’…하위타순 찬스 때도 효과적
이강철 감독의 파격 선택, 일단 합격점

이강철 KT 감독은 ‘상식’을 깼다. 2025시즌 개막을 준비하며 팀 내 최강 타자인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1·2번에 둬 신개념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했다. 지난해 로하스를 리드오프로 세워 재미를 봤던 이 감독은 더 강력한 1·2번 타순을 짰다.

가장 잘 치는 타자를 선봉에 세워 많은 타석에 서게 한다. 아주 상식적이면서도 기존 야구의 ‘상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기존 야구 문법에서는 3·4·5번 타순이 팀 내 최고 타자이면서 거포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출루와 기동력이 좋은 1·2번 타순에서 찬스를 만들고 흔들면 이후 세 타석에서 쳐서 홈으로 불러들인다는 공식이다. 3·4·5번을 ‘쓸어 담는다’는 의미로 ‘클린업트리오’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KT는 팀 내 최강타자 둘을 전진 배치했다. 대신 3·4번에는 컨택 능력 좋은 허경민-김민혁을 세웠다. 파격에 또 파격을 더했다. 허경민은 프로 데뷔 14년 통산 타율이 3할(0.293)에 근접하지만 통산 홈런은 60개밖에 되지 않는다. 프로 10년차 김민혁의 통산 홈런 갯수도 10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강한 타자를 리드오프 또는 2번 타순에 세우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발이 빠른 좌타자를 주로 세우던 톱타자에 출루율과 볼넷 비율 높은 타자들이 들어가다가, 최근 들어서는 4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거포들로 채우는 팀도 많다.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LA다저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등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테이블세터로 나서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 감독의 ‘파격’도 결과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지난 22일 한화와 개막전에서 터진 KT의 12안타 중 8안타(1타점 1득점)가 1~4번 타순에서 나왔다. 톱타자 강백호는 개막전 첫 타석에서 좌익수쪽 2루타를 치고 나가 4번 김민혁의 적시타 때 득점했다. 하위타순에서 넘어오는 찬스에도 효과적이고, 상대 마운드에 경기 시작과 함께 강한 심리적 압박을 주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다.

이날 경기는 역전패 했지만 이 감독은 타순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 타선은 23일 경기에서도 화끈하게 터졌다. 0-2로 뒤진 4회말, 3회까지 매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던 선발 라이언 와이스를 두들긴 것도 1~4번이었다.

선두타자 강백호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로하스와 허경민의 연속 2루타가 터졌다. 4번 김민혁도 중전 적시타를 쳐 2-2 동점에 성공했고, 2사 1사 3루에서 문상철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아 단숨에 역전했다. 이날도 팀의 7안타 중 4안타가 상위타선에서 나왔다.

허경민의 3번 타순 기용도 ‘신의 한수’다. 허경민은 데뷔후 3번 타자로 나선 경험이 거의 없다. 하지만 허경민은 개막 2경기에서 10타수 5안타(1타점 1득점)를 몰아쳤다.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던 김민혁도 4번 타자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김민혁은 8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이 감독은 “(좌타자)김민혁이 좌완투수의 공도 잘 친다”며 붙박이 4번 타자 가능성도 언급했다.

‘강철’ 상위타선의 출발이 좋다. 4년 만의 우승 재도전을 선언한 KT의 중요 동력이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