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플라스틱 현장 탐방-②삼양에코테크·아로마티카 재생원료 사용으로 신재 플라스틱 감량 도모 삼양에코테크, 폐플라스틱→재활용 페트 원료로 탈바꿈 아로마티카, 투명 용기 100% 재생 원료로 제작
[시흥·오산=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아직 투명한 플라스틱병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불투명할수록 친환경 제품이다. 가격은 더 높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해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국제적인 탈플라스틱 움직임에 따라 국내에서도 재생원료를 사용해 석유 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감축에 일조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설계·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제품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선택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삼양에코테크)
◇삼양에코테크 “소비자가 분리배출 안해도 재활용 가능”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삼양패키징의 생산법인인 삼양에코테크 공장은 생활계 폐기물로 수거된 페트병을 구매해 재활용 페트칩(R-Chip)을 만든다. 페트칩은 삼양패키징(272550) 재활용 페트병의 원료로 활용한다. 결국 소비자가 사용한 폐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 페트병을 만들고 이를 다시 음료 용기로 활용하는 자원 순환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삼양에코테크 시흥 공장을 방문해보니 소비자들이 꼼꼼히 분리배출 하지 않아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고품질의 재활용플라스틱 원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눈에 띄었다. 광학 선별기를 통한 선별을 비롯해 분쇄·세척 등 공정별로 특화한 설비는 페트의 뚜껑이 닫여있든, 라벨이 붙어있든, 알루미늄이 섞여있든 모두 균일한 품질의 고순도 플레이크로 만들어 낸다.
플레이크는 삼양에코테크만의 레시피로 건조·압출·필터·입자화·표면 결정화·고상중합 등의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작은 알갱이 모양의 재활용 페트칩이 완성된다. 물론 페트칩의 비중이 높아질 수록 용기의 투명도는 탁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빈 병을 직접 비교하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고 내용물까지 담겨있다면 더욱 구분이 힘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양에코테크는 최근 별도 수거한 투명 폐페트병을 넘어 혼합 수거 페트병을 활용한 칩으로도 식품용기를 제조할 수 있는 승인까지 받으면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재생원료 사용 의무 이용목표율을 3%에서 10%로 상향했고 오는 2030년까지 이를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양패키징에서 재활용 칩을 현재 기준인 10%를 사용하면 연간 8000t의 칩이 소요된다. 2030년 기준인 30%까지 이용을 늘리면 연간 2만 4000t의 칩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삼양에코테크의 연간 재활용 칩 생산 가능량인 2만 2000t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다만 재활용 칩은 복잡한 제조 공정이 필요해 처음으로 생산한 ‘버진 칩’ 보다 가격도 1.5배 높다. 이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는 “식품용기 재생원료 의무사용 제도의 조기정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정사업자 대상 인센티브 제공과 제도 불이행시 과태료와 같은 페널티 부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서 새 페트병을 재활용칩으로 둔갑시켜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식품용기 재생원료는 국내에서 발생한 폐페트병을 활용한 물리적 재활용 제품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아로마티카)
◇아로마티카, 설계 단계부터 재사용·재활용 고려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모델을 도모하고 있는 아로마티카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재사용과 재활용을 고려해 디자인하고 있다. 내용물을 쉽게 담거나 배출할 수 있도록 토출구 크기를 반영하고 세척이 쉽도록 곡선형 디자인을 적용하는 식이다.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아로마티카 공장에서는 제품을 주입 중인 용기의 탁도가 다소 높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탁도가 높은 이유는 일반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원료를 100%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로마티카는 지난 2021년부터 재생원료 100% 사용 투명 페트를 용기에 적용해 왔으며 지난해 환경부가 시행한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표시 제도’를 통해 총 105개 품목에 대해 재생원료 100% 사용비율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몸체는 투명 페트 단일소재로 구성하고 뚜껑은 캡 타입의 폴리프로펠린(PP) 단일소재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잘게 분해하는 공정 과정에서 페트는 물에 가라 앉고 뚜껑은 위에 뜨는 식으로 분리해낼 수 있어서다. 라벨은 열알칼리성 분리접착제로 재활용 공정상 물에 닿으면 쉽게 떨어지는 ‘수분리 라벨’을 적용하고 있다.
용기 재사용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리필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2016년 9종의 리필팩 출시를 시작으로 스킨케어와 샴푸, 주방세제까지 품종을 확장해 현재 20종의 리필팩 제품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까지 누적 약 92만개의 리필팩을 판매를 통해 약 160만 개(48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용량 벌크 제품을 개발해 용기를 가져와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인 ‘아로마티카 신사’에는 리필존이 마련돼 있으며 전국 제로웨이스트샵에서도 아로마티카 제품을 리필할 수 있다. 전국 100여 곳의 호텔·리조트에 대용량 벌크를 제공해 숙박시설 내 다회용 어메니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4년도 누적으로 약 64만 8000개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였다고 한다.
아로마티카는 2021년부터 투명 페트 자원순환 캠페인 ‘조인더서클(JOIN THE CIRCLE)’도 진행하고 있다. 공병과 투명 페트를 전기트럭으로 직접 수거해 선별장을 거치지 않고 재활용 공장으로 바로 보내, 다시 아로마티카의 재활용 100% 투명 페트 용기로 재탄생시킨다.
아로마티카 관계자는 “화장품 사용 후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생산자로서의 책임을 느끼고,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며 “제품 설계부터 생산, 소비, 재활용까지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