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에 "정책 고려" 명시… 정부는 "기술적 보안 문제" 반복

문재연 2025. 3.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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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4일 미국 에너지부(DOE)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이 "기술 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 DOE는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신흥 과학기술 부상으로 기술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기술 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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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이유에
"비확산 이유 아닌 기술보안 이유" 강조
하지만 지난해 6월 DOE 의회보고 자료엔
민감국가 정의에 "정책 이유" 명시
DOE, 1997년에도 한국 정보 활동 '경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와 관련 긴급 현안보고 및 질의를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정부는 24일 미국 에너지부(DOE)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이 "기술 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23년 6월 미 의회에 제출된 자료에서 민감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지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핵·원자력에 대한 정책 방향성이 민감국가 지정에 핵심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 DOE는 (민감국가 지정에 대해) 신흥 과학기술 부상으로 기술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기술 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한국이 민감국가 3등급에 지정된 것과 관련 "(이는) 비확산, 테러 방지에 초점을 맞춘 1·2등급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핵무장론이나 핵잠재론 주장보다는 DOE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문제에 따른 조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한국일보가 확인한 '2024년도 정보예산법(Intelligence Authorization Act 2024)'의 제309절 '특정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DOE 및 국립연구소 검토'에서 민감국가는 "DOE가 내부 검토를 거쳐 정책 이유(policy reasons)로 인해 해당 국적자의 국립연구소 방문 및 연구 할당 등에 대해 승인 절차와 관련한 구체적 고려를 필요로 하는 국가의 경우"로 정의됐다. 단순 기술 보안으로 인해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정책적 변수에 따라 지정 절차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미국의 과학자들조차 단순 보안 문제가 '민감국가' 지정 사유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애덤 마운트 미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치인들이 띄우고 있는 '핵무장론'이나 '핵잠재력론'은 미국 원자력 과학자들로 하여금 협력의 범위를 자발적으로 제한하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1994년 '민감국가' 해제 이후에도 감시대상

미국 에너지부. 워싱턴=UPI 연합뉴스

실제 한국은 1994년 민감국가 지정에서 해제된 이후에도 사실상 '감시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 보안 실태를 점검한 뒤 하원 국가안보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는 "최근 미국을 겨냥한 러시아와 중국, 한국(South Korea) 등의 기술정보 활동은 연구소 보안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DOE는 산하 시설, 특히 핵무기 관련 연구실은 해외 정보기관의 핵심 목표시설"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날 조 장관의 입장은 이전과 미묘하게 달라졌다. 조 장관은 국회에서 미국의 설명에 대해 "단순 기술 보안 사고라고 해서 이것을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거기에 '함의'가 있기 때문에 한미 간 실무협의를 해 가면서 풀어가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조치"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닌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핵무장론 및 핵잠재론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미국은 한국을 과거 민감국가로 지정했을 때도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후에 핵개발 때문이란 취지로 밝혔다"며 "보안 사고에 국한해서 사안을 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의원도 "민감국가 관련 규정은 국방수권법에도 명시된 사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았다면 자체 핵무장을 주야장천 주장해대는 국가원수가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 방식의 제재를 당했을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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