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재용에 "삼성 잘 살아야…" 8년 전 "재벌해체에 정치생명" 돌변 왜?
"유연한 사고의 실용주의","어려운 시기 기업 응원의 의미"
최민희 "이재명-이재용, 소름…섹시" 명비어천가 논란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경제계 인사 만남에 이어 이번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 투자자가 잘 산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대표는 이재용 회장 국정농단 국면에서 스스로 맨 먼저 이재용 구속을 외쳤다고 자평해왔고, 재벌해체에 정치생명을 걸었다고도 했다. 심지어 불법경영권 상속으로 얻은 이 회장의 범죄수익 10조원 가량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고 수차례 촉구하기도 했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재벌관, 삼성관이 변한 것인지, 애초 재벌해체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 측은 미디어오늘에 “유연한 사고의 실용주의”, “어려운 시기 기업 응원의 의미”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와 이 회장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을 소름돋을 만큼 섹시한 장면이라고 미화해 명비어천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일 이재용 회장과 만나 “삼성에 방문하게 돼 영광”이라며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세상이라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며 “삼성이 현재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이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확실하게 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덕담했다. 이 대표는 “모두를 위한 삼성이 되시기를, 경제 성장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견인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7~8년 전만 해도 이재용 구속과 재벌해체에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인이었다. 이 대표는 2017년 1월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고 죄값을 정확하게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한때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재벌체제는 더 이상 한국의 성장동력이 아니다. 하청업체와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일감 몰아주기로 부를 편법승계하는 특권을 누리며 나홀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다수 국민이 행복한 공정한 경제로 나아가려면 이런 부당한 재벌체제를 해체해야 한다”며 “그 출발은 재벌의 불법, 편법에 대한 엄중 처벌과 특권 해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편법 불법 상속으로 재산을 8조원으로 불렸으나 상속세는 16억원만 냈다는 점을 들어 이 대표는 “삼성을 이용한 조직범죄로 얻은 불법 수익을 국가가 전액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일주일 뒤인 같은해 1월19일엔 “재벌체제 해체가 적폐 청산, 공정국가 건설의 핵심이고, 족벌세습 지배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삼성을 살리는 길”이라며 “저는 부당한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공정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날 X(구 트위터)에서 이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가 강자와 한 편이 되었다”며 “삼성공화국의 재벌체제 해체 없이 촛불민심이 원하는 '적폐청산 공정국가'는 요원하다”고 썼다. 이 대표는 그해 2월2일엔 왜 이재용 회장을 구속해야 하는지를 두고 “뇌물 주는 이익보다, 처벌받는 손해가 커야 경제성장 가능”, “이재용 구속 사면 불가는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경제살리기..알고 계시죠”라고 썼다. 그해 3월27일 이 대표는 “누구도 재벌총수 구속을 말하지 않을때 이재명은 이재용 구속을 외쳤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듬해 2월5일 이 대표는 이재용 회장 집행유예 판결 땐 “또 한번의 '유전무죄', 또 하나의 '삼성공화국' 인증...납득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런 가운데 최민희 의원은 이 대표와 이 회장의 만남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름돋을 만큼 섹시한 장면!”이라며 “팔이 비틀어진 소년공과 재벌3세 그것도 삼성 금수저의 만남! 이재명 이재용 심지어 '본래 형제 였다는' 영화 같은 스토리형 가짜뉴스까지 돈다”고 썼다. 최 의원은 “이재명이 '성공한 전태일'로 유능하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줄 거라 믿는다”고 언급해, 이 대표를 '성공한 전태일'로 미화했다.
이를 두고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사법리스크에 조급한 당 대표는 '자기 PR'에만 열중하고, '섹시 정치'에 넋 놓고 감탄하는 민주당 의원의 모습에 국민의 등골이야말로 오싹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7~8년 전과 이재용 회장 삼성 관련 입장이 달라진 거냐'는 질의에 “8년 전 상황과 지금 상황이 같지 않다. 그만큼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삼성 등 경제 주체들이 일을 잘 해달라는 기대나 응원의 메시지를 하는 게 문제가 되느냐”고 답했다. 이 대표가 재벌체제의 폐해를 지적한 8년 전 상황이 다 해소가 됐다는 의미냐는 질의에 조 수석대변인은 “8년 전 말을 끄집어내어 직접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그건 과한 얘기다. 시공간을 완전히 뛰어넘어 병렬적으로 비교할 수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삼성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조 수석대변인은 “그건 지나친 감정 섞인 표현 아니냐”며 “이재명 대표가 이재용 회장 뿐 아니라 최태원 회장이라든지 상공회의소나 경총, 한경협까지 두루 경제 주체들을 만났다. 삼성한테만 이런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서실 정무부실장도 이날 오후 SNS메신저 답변에서 “지금은 성장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들이 기회 부족에서 오고, 성장만이 기회창출의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내란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기침체가 급속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모든 위기는 그 사회의 취약 지점부터 공격하기 마련인데, 그 최대취약지가 바로 기회고갈”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실장은 “생각의 변화라고 여길수 있겠으나, 유연한 사고의 실용주의라고 설명 드리겠다”며 “생각의 변화냐 유연한 실용주의냐는 결국 국민들께서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24일 최민희 의원에게도 명비어천가 아니냐는 목소리에 어떤 견해인지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를 통해 물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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