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욱, 재벌 후계자지만 취향 존중 못받는다는 건('그놈은 흑염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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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그놈은 흑염룡> 의 구도는 전형적이다. 그놈은>
<그놈은 흑염룡> 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가져와 '취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더함으로써 현시대의 달라진 행복의 기준을 드러내주는 작품이다. 그놈은>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 역시 그가 가진 스펙이나 외모 같은 것들보다 그 사람과의 취향을 나눌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걸 <그놈은 흑염룡> 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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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N 월화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의 구도는 전형적이다. 그 구도는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이나 <파리의 연인>에서 봤던 그대로다. 남자 주인공 반주연(최현욱)은 용성백화점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이자 용성그룹 정효선(반효정) 회장의 하나뿐인 손자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 백수정(문가영)은 용성백화점 기획팀 팀장이다. 본부장과 팀장이 사내에서 만나 그려나가는 멜로. "애기야 가자!" 같은 패러디 대사가 코믹하게 들어간 건 우연이 아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구도지만 <그놈은 흑염룡>은 여기에 현재적인 변주를 넣었다. 먼저 본부장과 팀장이라는 전형적인 위계 구도를 지웠다. 반주연이라는 인물이 백수정에게 빠지게 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이를 통해 신분상승 같은 걸 판타지로 그려넣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백수정이 가진 '주체적인 당당함'과 더불어 반주연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깔려 있다.

반주연은 재벌 후계자라 부유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완전무결한 후계자를 요구하는 정효선 회장의 강요로 인해, 반주연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도, 록그룹 공연도, 바이크도 즐기지 못하고 하다못해 달달한 초코우유 하나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그것이 후계자의 격에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후계자들의 삶이 그럴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놈은 흑염룡>이 이런 설정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는 취향에 대한 존중이, 재벌가 후계자의 부유하기만 한 삶보다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주연이 자신의 집에 마음껏 취향을 누릴 수 있는 비밀공간을 마련하고, 밖에서는 후계자의 삶을 살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그 공간으로 숨어드는 건 그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실로 모든 걸 다 가졌어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지 못하는 삶은 사실상 아무 것도 못가진 삶이나 마찬가지일 게다. 그런 반주연에게 백수정은 유일하게 그 취향을 존중해주는 인물이다. 물론 학창시절 동생 때문에 게임에 빠져 게임 속에서 의지했던 '흑염룡'이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 어린 남자였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했지만, 또 그 흑염룡이 다시 만나 좋아하게된 반주연이라는 사실 앞에서도 충격을 받았지만 그런 절망과 충격도 백수정의 반주연을 좋아하는 마음을 꺾지 못한다. 백수정은 좋아하는 걸 여타의 사정 때문에 부정하지는 않는 인물이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취향의 다른 말이다. 반주연이 백수정과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를 본부장에서 해임시키는 정효선은 아예 이것이 불가능한 사람처럼 보인다. 반주연이 좋아하는 캐릭터 행사에 가자고 졸라서 그곳에 가려다 사고를 당해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정효선은 손자를 매몰차게 대한다. 가족이라는 애착의 대상이 아니라, 후계자라는 위치에만 집착한다. 백수정은 그래서 정효선에게 그녀가 뭘 잃어버리고 있는가를 알려준다. 후계자가 아닌 유일한 가족을 잃고 있다는 것을.

<그놈은 흑염룡>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가져와 '취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더함으로써 현시대의 달라진 행복의 기준을 드러내주는 작품이다. 신데렐라식의 판타지가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는 취향의 판타지가 우선이다. 그래서 본부장 자리에서 해임된 후, 오히려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반주연과 백수정의 모습에서 이 판타지는 오히려 실현된다.
그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가진 것들과 처해있는 환경 같은 물적 토대가 중요한 근거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그만큼 중요해진 건 이제 그 사람이 무얼 좋아하는가 하는 취향이 됐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 역시 그가 가진 스펙이나 외모 같은 것들보다 그 사람과의 취향을 나눌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걸 <그놈은 흑염룡>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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