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한 인니 언론사에 '돼지 사체' 배달…대통령은 "개들 짖게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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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비판해 온 인도네시아 언론사에 동물 사체를 투기하는 테러 범죄가 발생했다.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군 출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오히려 정책 비판자들을 '개'에 비유하며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프라보워 대통령은 최근 중부 자바주(州) 바탕에서 진행된 경제특구 건립 기념식 연설에서 정부 비판론자들을 거론하며 "개들이 짖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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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저널리즘 활동을 방해하는 시도"
프라보워 정부 비판했다가 표적 된 듯
정부를 비판해 온 인도네시아 언론사에 동물 사체를 투기하는 테러 범죄가 발생했다.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군 출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오히려 정책 비판자들을 '개'에 비유하며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인구 기준) 국가’ 인도네시아의 정치가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주간지 템포에 따르면 지난 19일 자카르타의 템포 본사에 정치부 기자인 프란시스카 크리스티 로사나 앞으로 스티로폼 상자 한 개가 배달됐다. 취재차 외근 중이던 그는 다음 날 회사에 들어와 소포를 열자 심한 악취와 함께 귀가 없는 부패한 돼지 머리가 나왔다.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돼지는 ‘불경한 동물’로 여겨진다.
이틀 뒤에는 사무실 한편에서 상자 속 머리가 잘린 쥐 여섯 마리가 발견됐다. 템포 측은 회사 논조에 불만을 품은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세트리 야스라 템포 편집장은 “명백한 테러 행위이자 저널리즘 활동을 방해하는 시도”라며 “오늘은 템포 한 곳에 그치지만 추후에 모든 언론인이 위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71년 창립된 템포는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아우르는 현지 대표 시사 주간지다. 이 매체는 최근까지 △프라보워 대통령이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예산 삭감에 나섰고 경제 전반에 피해가 이어진 점 △법을 개정해 군의 역할을 민간 분야까지 확대하려 한 점 등을 비판해왔다. 로사나 역시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해당 내용을 다뤘다. 범행 배후에 프라보워 대통령 지지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태도는 ‘모르쇠’다. AFP통신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하산 나스비 대통령 대변인은 ‘그냥 돼지 머리를 요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사건을 경시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프라보워 대통령은 최근 중부 자바주(州) 바탕에서 진행된 경제특구 건립 기념식 연설에서 정부 비판론자들을 거론하며 “개들이 짖게 내버려두고 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템포 사태’ 이후 현지 인권 관련 단체는 비판에 나섰다. 우스만 하미드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 사무국장은 “이 나라에서 언론인이 되는 것은 ‘사형 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는 위험한 행위가 됐다”고 꼬집었고, 인도네시아 법률지원 재단은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가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법치주의에 의해 통치되는 민주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24일에야 해당 사건 수사에 나섰다.
템포가 정치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30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해 온 수하르토(1967~1998년) 군부는 1982년과 1994년 두 차례 이 매체의 발간을 금지했다. 학생, 반체제 인사 등의 반정부 투쟁을 보도·지지하면서 정부 비위를 거스른 탓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의 전 사위다. 프라보워 정권이 군 출신 인사를 주요 관료로 대거 등용하자, "수하르토 정권 당시의 군부 통치 체제로의 회귀는 안 된다"는 반(反)정부 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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