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역사, 청와대 시설관리자··· '보복성 해고'에 중간착취 22% 달한다
<67> 공공부문도 여전한 간접고용 문제
청와대 개방 후 시설 관리·미화 외주화해
열악한 환경에 노조 설립하자 "표적 해고"
국회 수어통역사, 20% 넘게 수수료 떼여
"공공부문 용역 보호 지침, 실효성 높여야"
편집자주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 명(2019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중간업체에 떼이는 수수료 상한이 없는데다 원청이 정한 직접노무비를 용역업체나 파견업체가 노동자에게 다 주지 않고 착복해도 제재할 수 없어서,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중간착취 방지 법안들’은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답보 상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간착취 문제를 꾸준히 고발합니다.

"청와대에 근무한다고 하면 대부분 좋은 직장일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저 역시 급여는 적어도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러나 입사하고 보니 업무에 필요한 마스크·장갑 같은 최소한의 비품도 주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사람을 자른 다음에 관리자 지인을 대신 앉히고, 팀장이 좋은 업무를 배정하는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받기까지 했습니다."
김성호씨는 2023년부터 청와대 시설 관리 노동자로 약 2년간 일하며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해 여러 번 문제 제기를 하고, 지난해 연말 '청와대 노조'도 설립했다가 혼자만 일자리를 잃었다.
청와대, 국회까지 위탁업체를 낀 간접고용이 횡행하고 손쉬운 해고와 임금 중간착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청소·경비 등 간접고용 용역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려고 관련 지침을 도입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용역업체 노무비, 노동자에게 전부 안 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과 정의당 비상구 등 공동주최로 열린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실효성 확보 및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고용승계기대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성호씨는 "지켜지지 않고 강제성도 없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그야말로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청와대가 2022년 5월 시민에게 개방된 뒤, 시설 관리·미화·경비 등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청와대재단이 용역업체에 하청을 줘 맡기고 있다. 김씨는 2023년 6월 입사했는데, 불합리한 법 위반을 보고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고용노동청 진정을 통해 전현직 노동자 34명이 제대로 받지 못했던 휴일수당을 받아내기도 했다. 문제는 그가 지난해 11월 말 '청와대 노조'를 설립한 후, 연말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유일하게 김씨만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1617460005489)
김씨는 노조위원장인 본인에 대한 '표적 해고'를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 신청을 한 상황이다. 김씨는 "입찰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지급돼야 할 금액을 반영해 (하청) 단가가 책정되는데 용역업체는 이를 (떼어먹고) 노동자들에게 전부 지급하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문체부와 청와대재단은 왜 굳이 용역업체 이익만 더해주는 다단계 하청으로 운영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지침 위반 시 계약해지 등 조치를"

국회도 '간접고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열리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는 수어통역사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중간 용역업체를 낀 프리랜서 신분이다. 매년 입찰로 업체를 새로 계약하다 보니 통역사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국회사무처 자료에 따르면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중간 수수료만 22.1%(2023년 5월 기준)에 달하고, 그 중간착취 비율도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수어통역 지원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2020년 8월부터 소통관에서 일해 온 한은희 통역사는 "수어통역사를 직원으로 정식 채용하지 않고, 20% 넘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시스템을 묵인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11714560000751)
2011년 제정된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공공부문이 하청을 줄 때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문구도 담겨 있다.
문제는 이게 어디까지나 정부 '지침'일 뿐 강제 규정이 아니라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은성 노노모 입법연구분과장(노무사)은 "(하청업체가) 고의로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해지까지 검토하고,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될 경우 상당 기간 입찰 자격에 제한을 두는 등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발의된 중간착취 방지법이 제정되면, 용역·파견 인건비는 원청이 전용 계좌 등으로 지급해 업체가 떼어가지 못하게 되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바로가기: 수많은 중간착취 사례와 법 개정 필요성을 보도한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Collect/2244 로 검색해 주세요.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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