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광고판 전락" 연례 부활절 행사에 기업 스폰서 모집

이정혁 2025. 3.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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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47년 전통의 미국 백악관 부활절 계란 굴리기 행사에 기업 광고를 유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차량을 백악관에서 시승하고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등 사실상 홍보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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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테슬라 전시회' 이후
또다시 "청사 사적 사용" 논란
"윤리규정 위반" 지적 잇따라
지난해 4월 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부활절 계란 굴리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47년 전통의 미국 백악관 부활절 계란 굴리기 행사에 기업 광고를 유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후원금 모집을 대가로 특정 기업과 제품의 홍보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익과 기업 홍보를 위해 공공청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연방정부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다음 달 21일 예정된 연례 부활절 계란 굴리기 행사 후원 제안서를 외부 행사 업체를 통해 잠재적 후원사에 배포했다. 백악관은 1887년부터 매년 부활절 다음 날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계란 굴리기 경주를 열어 왔다. 계란 농가들의 이익단체인 미국계란위원회(AEB)가 후원해 왔지만, 행사의 상업화를 막고자 후원자 명칭이나 로고 등 노출은 최대한 삼가왔다.

반면 이날 공개된 9쪽짜리 후원 제안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소 7만5,000달러(약 1억1,000만 원)에서 최대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에 이르는 세 가지 후원안 중 하나를 골라 후원하고, 행사를 홍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고액 후원자는 행사장 내 △구역·물건 명명 △행사장 내 부스·로고 배치 △브랜드 간식·음료·기념품 배치 등을 할 수 있고, △공식 행사 안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 △보도자료 및 인터뷰에 포함되는 등 기업 홍보 기회도 얻는다. △영부인과의 브런치 초청 △백악관 개인 투어 등 행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보상도 있다.

이번 제안서가 공개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규정은 "정부 직원은 자신의 사적 이익이나 제품, 서비스, 기업의 홍보를 위해 공공청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실의 수석 윤리 변호사를 맡았던 리처드 페인터는 CNN에 "과거였다면 법률고문실을 통과하지 못했을 안건"이라며 "(백악관을) 돈을 거두기 위해 사방에 기업 로고를 붙이는 축구 경기장처럼 운영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백악관이 광고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차량을 백악관에서 시승하고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등 사실상 홍보 행사를 진행했다.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사기업을 홍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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