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지분 취득한 한화에어로, ‘지주사 30%룰’ 고려한듯

정재훤 기자 2025. 3. 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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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현금 자산 1조3750억원의 94.5% 사용
지주사 전환 시 필요한 ‘30% 룰’ 충족하게 돼
투자할 자금 없어 3.6조원 최대규모 유상증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그 배경이 경영권 승계에 대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발표에 앞서 보유 현금을 대부분 소진하면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취득했다. 업계에서는 자회사가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도록 하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상 ‘30% 룰’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 13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8100원, 총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30.44%로 상승했다. 한화에어로는 “방산 및 조선해양 사업 글로벌 톱-티어(Top-Tier)로서 사업 시너지 제고는 물론 글로벌 수출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지분 매입 후 일주일 만인 지난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해외 생산거점 확대, 국내 방산 증설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매출 11조2401억원, 영업이익 1조7319억원을 기록하고 32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나 한화오션 지분 매입으로 보유 현금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3750억원이었다. 한화오션 지분 취득을 위해 대부분(94.5%)을 쓴 것이다.

한화그룹은 2023년 5월 한화에어로,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2곳 등 5개 계열사가 약 2조원을 출자해 한화오션을 인수했다. 이후 한화오션은 한 차례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한화그룹 계열사가 지분 46.28%를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거의 다 소진하면서 한화오션 지분을 취득한 것은 ‘30% 룰’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화그룹의 유력한 승계 시나리오로 3형제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그룹 정점에 있는 ㈜한화와 합병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화에너지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50%, 차남과 3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2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자회사는 상장 손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는 한화에어로 지분 33.95%를 보유 중이고, 한화에어로는 이번 한화오션 지분 취득으로 지분율을 30.44%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따라 한화에너지는 ㈜한화와 합병한 이후에도 한화에어로-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에서 30% 룰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한화그룹 3형제가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15%를 가지고 있다. ㈜한화의 최대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며 ㈜한화는 한화에어로,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최대 주주다. 한화 3형제는 ㈜한화 주식을 각각 4.91%, 2.14%, 2.14%만 보유하고 있다.

3형제가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추기 위해선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이 필요하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7월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한화 지분 5.2%를 매입했고, 11월 고려아연이 보유하던 지분 7.25%도 약 1500억원에 매입하며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현재 ㈜한화는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지주사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은 ‘재무상태표상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이어야 한다.

㈜한화는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지만, 한화그룹은 그간 ㈜한화가 건설 등의 사업 부문을 직접 영위하도록 지배구조를 개편하며 지주사 전환을 피해 왔다. 지주사 전환으로 얻는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미 ㈜한화를 통해 전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이고, 지주사 전환 시 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규제를 받게 돼 금융계열사를 2년 내로 매각하거나 계열분리를 해야 하는 등 제약이 따른다.

한화그룹은 향후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3형제가 각자 맡은 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한화에너지가 ㈜한화와 합병한 뒤 지주사 전환 요건에 맞춰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3형제가 각자 경영을 맡은 기업을 인적 분할해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본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한화 지분 확대에 사용해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취득한 것은 해양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한 지배구조 정리의 일환”이라며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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