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적자 늪’ 빠진 티빙…‘계정 공유 제한’이 해법?
지난해 영업손실 710억원 추산…광고요금제 전환 늘어날 듯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4월부터 가족 외 계정 공유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미 계정 공유 제한에 나설 것이라 예고했던 티빙이 결국 카드를 꺼내들면서, KBO 리그 개막에 맞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동일 가구 구성원만 계정 공유 허용
24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 22일 가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음 달 2일부터 계정 공유가 제한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티빙은 "티빙 계정은 회원 본인만 이용 가능하나, '동일 가구 구성원'에게 예외적으로 시청을 허용한다"며 "동일 가구 기기가 아닌 경우 '이용 제한' 안내 메시지가 노출될 수 있으며, '임시 시청' 버튼으로 일시적 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준 기기(본인 계정으로 시청하는 주 기기)와 동일한 IP에 연결해 이용하는 경우는 동일 가구 기기에 자동으로 포함되지만, 다른 IP로 연결할 경우에는 회원 본인 인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본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시청이 제한된다. 그동안 친구나 비동거 가족, 지인 등 최대 4인이 하나의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티빙을 이용해왔지만 다음 달 2일부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적자의 늪'에 빠진 티빙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티빙은 지난해부터 한국프로야구 중계를 시작하면서 이용자 수를 크게 늘렸지만, '수익성'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OTT 초창기에는 이용자 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이제 적자를 탈출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지난해 티빙의 매출은 43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71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1420억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티빙의 계정 공유 제한은 이미 예고됐다. 앞서 최주희 티빙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가 전 세계 계정 공유 금지를 단행하며 15~20% 가입자 증가를 이끌었다"며 "티빙은 아직 시작하지 않아 이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용자 증가와 수익성 강화 조치로 계정 공유 제한 카드를 곧 꺼내 들 것을 시사했다. 4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가입자 수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계정 공유 제한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올해 티빙의 목표는 손익분기점에 근접하는 것이다. 지금이 적자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티빙은 추가적인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정 공유 제한 조치를 시작했다. 특히 비시즌 이탈했던 이용자들이 돌아오는 프로야구 중계 시즌을 기점으로, OTT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용자 인식 부정적이지만…"프로야구 봐야"
계정 공유 금지에 대한 이용자 인식은 부정적이다. OTT 이용료가 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월 1만7000원의 프리미엄 요금제를 4명이 나눠서 시청할 경우 4250원의 비용에 고화질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계정 공유가 제한되면 적어도 5500원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선택해야 콘텐츠 감상이 가능해진다. 다만 일부 콘텐츠를 4K 화질로 볼 수 없고, 15~20분 간격으로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의 3분의 1 이상이 다른 사람의 계정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계정 공유를 제한하면 60% 이상이 해당 OTT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계정 공유가 제한된 이후 불법 사이트 접속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용자 인식과 달리,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을 본격화한 2023년 4분기에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1310만 명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은 온라인 단독 중계권을 갖고 프로야구를 실시간 중계하고 있어 불법 사이트 등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야구를 보기 위해 광고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클플러스, 링키드 등 OTT 공유 플랫폼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중단 등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제한하면서 가족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추가 비용 5000원을 내도록 했다. 이로 인해 공유 플랫폼의 이용 요금이 인상됐다는 점에서 향후 티빙의 정책에도 관심이 모인다.
계정 공유 제한이 가시화하면서 이용자들은 '더 저렴한' 요금을 찾고 있다. 3월부터 티빙과 네이버 간 제휴가 종료되면서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의 콘텐츠 혜택 선택지에서도 티빙이 빠진 상황이다. 현재 티빙은 프로야구 시즌부터 비시즌까지 고정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광고형 스탠다드 연간 이용권을 5월31일까지 4만9900원에 판매한다. 연간 이용권이 필요하지 않다면 유플러스 구독 서비스인 '유독'을 기존 계정과 연동해 5~10% 할인된 가격으로 OTT를 이용할 수 있다. 유플러스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이용 가능하며, 티빙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는 4950원에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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