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흑조와 회색 코뿔소가 동시에 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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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들은 대체로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대표적 사례다.
회색 코뿔소는 미국의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이 대표의 2심 선고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단지 정치인의 운명만이 아니라, 우리 사법체계의 작동과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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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한 나라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들은 대체로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대표적 사례다. 특히 계엄 선포와 그 이후 탄핵 심판 정국을 둘러싸고 떠오르는 2가지 메타포가 있다. 전자는 블랙 스완(Black Swan·흑조)이고, 후자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다.
블랙 스완은 레바논 출신의 경영학자 나심 니컬러스 탈리브가 2007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발생 가능성이 극도로 낮거나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 번 일어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일컫는다. 회색 코뿔소는 미국의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처음 사용한 용어다. 발생 가능성이 높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거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큰 위기나 손실이 발생하는 사건을 가리킨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부터 이 불길한 두 동물이 동시 출현했다는 점에서 위태로운 형국이다. 비상계엄은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이 이뤄진 이후 한 번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국회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현실로 이어졌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중대한 위협에 직면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 다만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그 여파는 국론 분열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분열이 정치적 대립을 넘어 공동체 균열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 내에서 충돌과 긴장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공존과 통합의 언어까지 말살한다면 우리는 원치 않는 파국의 문턱에 서게 된다.
이번 주는 정국(政局)의 분수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공판이 26일 열린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도 금주 중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후 돌발 상황은 블랙 스완이다. 집회가 격화되고 감정이 폭주하면 극단주의가 고개를 들 것이다. '내전'이란 단어가 암암리에 회자하는 현실은 섬뜩하다. 회색 코뿔소는 더 조용히, 오래 지속될 위기다. 정치 불신과 사법 불복, 지역·계층 갈등은 누적된 불씨들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 블랙 스완의 그림자 속에서 회색 코뿔소를 마주하고 있다. 두 존재를 인지하고, 그 돌진을 막아내야 한다. 이 대표의 2심 선고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단지 정치인의 운명만이 아니라, 우리 사법체계의 작동과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사법부 판결이 어느 쪽이든, 결과를 수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사회적 성숙함이 없다면 이 혼란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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