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이병헌 '연기 국수' 칭찬에 "난 그냥 잔치 국수" [영화人]
지난 2023년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안구 갈아 끼운 연기를 선보인 이병헌이 이번에는 국민적 바둑 영웅 조훈현으로 변신, 영화 '승부'로 돌아왔다. 어린 이창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집으로 들여 가르치는 내제자로 삼은 지 몇 년 만에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제자와의 승부에서 패배한 바둑 레전드 조훈현을 연기했다.
조훈현을 이병헌이 연기했던 것과 달리 이창호는 아역부터 성인까지 등장하는 관계로 아역배우 김강훈과 유아인이 연기를 했다. 아역을 연기했던 김강훈이 천재 이창호의 어린 시절 모습을 워낙 강렬하게 연기해 조훈현이 왜 내제자(집에 들여 교육을 시키는 제자)로 들였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게 했다.
이병헌은 김강훈에 대해 "'미스터 선샤인'때 이미 김강훈을 만났었다. 워낙 얼굴도 그렇고 항상 귀여워했던 친구다. 연기할 때 크게 이야기할 게 없었다. 이창호는 돌부처로 알려져 있는데 어린 시절의 이창호를 똑 부러지고 할 말 다 하는 캐릭터로 그려냈다. 감독님이 영화적 캐릭터 변화를 주면서 재미도 주려고 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김강훈의 연기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조훈현 국수는 '내가 그렇게 구박하지 않았다'라고 직접 이야기하기도 하셨고, 감독님도 이창호 국수가 내면과의 싸움이 깊어져서 성향이 변한 걸로 설정했다고 하셨다"며 어린 시절의 이창호와 성인이 되서의 이창호가 다른 사람처럼 변화한 것을 설명했다.
'승부'는 주연인 유아인의 마약투약으로 인해 개봉도 미뤄졌을 뿐 아니라 범죄자의 입장이기에 홍보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이병헌 혼자 영화의 모든 홍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병헌은 "김강훈이 함께 홍보하면 좋겠는데 촬영할 때와 달리 지금 키가 엄청 컸다. 저보다 키가 커졌더라. 키만 큰 건 상관이 없는데 관객들은 '저 사람 무슨 역할로 연기했지?'라고 괴리감을 느낄 것 같더라. 그리고 김강훈의 성장을 보면 이 영화가 만든 지 몇십 년 된 영화라고 생각할까 봐"라며 특유의 개그감으로 이야기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영화에는 이병헌과 '내부자들'에서 적대적 관계를 연기했던 조우진이 출연해 두 사람의 관계성의 변화를 흥미롭게도 했다. 이병헌은 "조우진과는 '미스터 선샤인'때도 또 만났다. 점점 좋은 배우가 되어가고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배우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충분히 자기 역할을 마음껏 발휘했다. 자기만의 명확하게 즐길 줄 아는 모습을 보여서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영화 속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있는 바둑 국수이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제자의 도전에 뿌듯해하면서도 불안해했던 조훈현의 모습을 연기한 이병헌이다. 현실에서 이병헌은 매 작품마다 이전의 연기를 뛰어넘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에서의 국수라 할 수 있을 것.
이런 말에 이병헌은 "연기 국수라니, 저는 그냥 잔치 국수"라고 받아쳐 폭소를 안겼다. 그러며 "만약 신을 연구하고 현장에 와서 이렇게 하면 매력이 있겠다 했는데 리허설을 하면서 특히 신인의 경우 그런 게 안 나오면 그때부터 숙제가 생긴다. 일부러 리허설을 계속하고 그래도 계속 안 나오면 '나라면 이렇게 할 거 같아'라면서 한번 대사를 해 본다. 자기마다의 생각과 연기 기술이 있는 거라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는 건 월권 같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깨닫는 순간이 생기더라"며 후배 배우가 원하는 역량을 끌어내지 못할 때 어떻게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일 텐데 모두가 같이 성장해야 내 성장도 있다. 어느 선에서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칭찬을 받는 건 자기의 성장도 멈춘 것. K-POP덕분에 '오징어게임'도 나오고 다 같이 커지는 것이다. 지금 K콘텐츠가 성장하게 된 데는 서로 간의 유기적인 경쟁과 도움이 있어서라 생각한다. 요즘은 연기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후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못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사람이 많다"며 자신의 연기를 위협하는 후배들이 많아지는 게 서로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며 위협적인 후배가 많다는 말을 했다.
조훈현이 이창호 때문에 겪었던 시련의 상황을 공감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이병헌은 "개인적으로 시련의 시기는 계속 있다. 긴 시간 살면서 그런 시간이 얼마나 많았겠나. 힘들었다가 다시 차근차근 하나하나 노력하며 놀라가는 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것. 영화에서 보여준 조훈현의 상황은 극단적이었다. 하지만 제가 느낀 시련은 매 작품을 하는 동안 두세 번은 있다. 최근 촬영한 '어쩔 수가 없다'에서도 '도대체 나는 못하겠다' 생각했던 지점이 있었다. 보시는 분들은 오랜 시간 연기했으니 이제는 연기를 누워서 떡 먹듯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고민의 깊이가 달라질 뿐 고민의 양은 비슷하다"며 자신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있다는 고백을 했다.
"이창호와 결전을 거의 다 끝나면서 '안되나?'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저에게는 일종의 시련이었다. 이 대사를 할 때 이 양반의 감정이 뭐였을까, 말 못 할 감정을 관객들도 그 한마디에 같이 느꼈길 바랐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대사를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또한 '하산해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인터뷰하고 혼자 비로소 당황스러운 감정으로 먼 하늘을 바라볼 때의 장면도 몇 차례 테이크를 다시 갔다. 다음날도 그랬고 며칠 지나서까지도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은 충분히 너무 좋다고 하셨는데 계속 머릿속에서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했을까에 대한 고민이 떠나질 않더라"며 연기국수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표현을 위해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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