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R의 공포’는 정말 현실이 될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5. 3.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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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경제 지표에 美 침체 공포 커지지만…“예단하기 어려워”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교역의 위축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전쟁의 영향은 미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관세지만 관세 부과는 일단 수입자의 직접 부담이 된다. 생산비를 증가시켜 물가를 상승시킨다. 관세 부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트럼프 리세션(Trump recession)'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3월10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나스닥 지수는 4% 하락했다. 2022년 9월13일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미국 빅테크 중심의 '매그니피센트7'(M7)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7740억 달러(약 1125조원)가 사라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탓이었다.

경기 후퇴를 예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엄청난 일을 하는 중인데, 과도기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경기 후퇴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캐나다와 멕시코 및 중국에 각각 일률 25%, 추가 10%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반발하자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그대로 부과한다고 했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내 철강재 가격은 일시적으로라도 2024년 평균 대비 16%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알루미늄 가격은 2배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월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거래를 하고 있다. ⓒAP 연합

부정·긍정 혼재된 경제 지표

최근 들어 부정적인 지표가 쏟아지고 있다. 향후 미국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9%까지 뛰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경기 부양을 위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높은 금리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고금리와 달러 강세는 당연히 미국 수출기업에 불리하다.

주식시장에는 고율 관세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는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50일 동안 나스닥 지수는 12% 하락했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022년 가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비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경기에 대한 장기 전망을 반영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1월 중순 연 4.8%까지 갔다가 지금은 4% 초반대로 떨어졌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1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종전 2.3%에서 –1.5%로 낮췄다. 성장률의 하향 추정은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발표된 부정적 경제 지표들을 반영한 결과다. 미국 경제가 역성장한 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1.0%를 기록했던 2022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사실 미국 경제는 지나치게 오랜 경기 확장을 이어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7월부터 15년간 코로나19의 충격이 있었던 2개월을 제외하고 경기 확장이 진행 중이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 이런 사례는 없다. 언제 갑자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랜 경기 확장의 상당 부분은 전례 없는 미국 정부의 재정 지출 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은 의심스럽다. 지난 3년 동안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6조 달러에 이른다. 119%에 이르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국방예산을 넘어선 국채 이자 비용을 생각하면, 미국 정부의 재정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불안한 것이 정상이다. 경제 지표가 조금만 나쁘게 나오면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경기 침체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경제 지표도 꽤 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2.8% 상승해, 상승률이 5개월 만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서비스 물가는 과거 인플레이션 안정기와 비슷하게 아직은 뛰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전월보다 1.2% 줄어 2021년 7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던 미국의 소매판매는 2월에 다시 0.2% 증가했다. 고용 통계 역시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버리지 않고 있다. 3월7일 파월 의장은 "연례 통화 정책 포럼에서 불확실성 수준이 높아졌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좋은 상황이고, 노동시장과 물가 모두 장기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연은이 전망한 1분기 -1.5% 성장률도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의 부정적인 지표는 주로 사상 최대 무역적자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이는 관세 인상을 예상한 수입 증가로 발생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뉴욕 연은은 1분기 성장률을 2.67%로 전망하고 있다.

3월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분기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물가 상승·경기 하강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

그나마 1분기 성장은 부진하더라도 2분기 들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도 많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여전히 경기 확장과 수축의 기준선인 50을 넘고 있다.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3월17일 수치를 하향 조정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2%였고 좀 더 부정적인 골드만삭스는 1.7%, 모건스탠리가 1.5%다. 이 정도 수준을 경기 침체(recession)라고 부르진 않는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도 1.5%였다.

의문의 여지 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민 규제 등은 모두 성장률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미국에서 앞으로 어느 수준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이 현실화할 것인지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만큼이나 불투명하다. 관세전쟁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지금 예측할 수 없다. 물가도 걱정하는 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에서 상품소비는 30% 정도를 차지하고 상품지출에서 수입상품 의존도는 47% 정도다.

관세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다. 다만 미국 수입업체들이 재고 확보와 공급망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관세 인상의 부담이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아직도 올해 물가상승률이 2%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곳이 많다. 파월 연준 의장은 1월 기준금리 동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말이다.

결론은 이렇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양극화 심화와 제조업 일자리 감소, 중산층 붕괴라는 미국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악화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 트럼프 리세션의 현실화는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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