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앓는 염라 위해 완벽한 사랑니 찾기'… "연대해야 낭만이 되살아나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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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싫고, 사람이 싫고, 자신의 이름마저도 싫어진 직장인의 마음에서 '낭만 사랑니'는 출발합니다."
최근 출간된 청예(필명) 작가의 장편소설 '낭만 사랑니' 주인공은 신입 치위생사 이시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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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신간 '낭만 사랑니' 출간

"출근이 싫고, 사람이 싫고, 자신의 이름마저도 싫어진 직장인의 마음에서 '낭만 사랑니'는 출발합니다."
최근 출간된 청예(필명) 작가의 장편소설 '낭만 사랑니' 주인공은 신입 치위생사 이시린이다. '이름부터 재수 없다'고 덤비는 진상 환자들과 일 미루는 선임, 무능하고 괴팍한 과장의 틈바구니에서 '아, 이렇게 살기 싫다'면서도 '1년만 버티자'고 사투하는 어찌 보면 평범한 직장인. 여기에는 작가의 실제 직장 생활 경험이 녹아 있다.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사람이 싫어질 때가 있어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타인을 미워하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울적해지곤 하잖아요."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작가는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서 못된 마음을 먹는 게 아니라 상황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고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봤자 남을 미워하는 사람이 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까' 생각하는 시린 같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상에 짓눌린 시린 앞에 우주를 호령하는 염라의 제자 중 한 명인 수보리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백색왜성을 너무 많이 먹고 이를 닦지 않아 충치가 생긴 염라의 임플란트를 위해 수보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 치아를 찾아 나선다. "나쁜 환자로부터 지켜 주고, 직장 상사들을 혼쭐내"달라는 조건을 걸고 시린은 수보리에게 완벽한 사랑니를 구해다 주기로 한다. 홀로 분을 삭이고,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 살아온 시린의 삶은 이때부터 흔들린다. 베풀 시, 이웃 린. 이름 따라 산다는 말처럼 결국 시린은 '정치적 선택'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낭만을 되찾는다는 이야기.
웬 낭만 타령이냐 할지 모르겠다. 작가는 "우리가 좀 더 이타적으로 살기를, 서로의 행복과 자유를 수호하기를 바라는 정치적인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그는 "잇몸 안에 숨어 있는 사랑니처럼 나 혼자서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마음속에 낭만은 매복돼 있다"며 "낭만이 나올 틈을 열어 주기 위해 혼자에서 벗어나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낭만을 좀 알아차리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잘 가꿔 살았으면 좋겠어요."
'금강경' 읽으며 쓴 위로되는 문장들

2022년 첫 번째 단행본을 낸 후 이듬해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은 그는 장르소설계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다. '의사가 아프면 손을 들라 말할 때 성격이 소심하여 신발 속에서 엄지발가락만 몰래 드는 사람' '남 몰래 김치를 물에 헹궈 먹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재기발랄함이 소설에도 가득하다. 이번 작품은 1년 넘게 매일 밤 '금강경'을 읽으면서 썼다. "모두가 강인하게만 산다면 그것이 과연 다채로운 우주겠는가" "만 개의 목숨엔 만 가지의 낭만이 있다네" "자네가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나 우주가 곁으로 온다네"처럼 조용한 위로가 되는 문장을 쓸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공모전 이곳저곳에 투고했던 글이 운 좋게도 모두 당선되자 2022년 4월 퇴사하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을 바꿀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을 떠올리며 매번 용감한 선택을 했다. 이번에는 캐나다 밴쿠버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기사가 나가는 현재 그는 이미 밴쿠버에 머물고 있다. "지난여름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소하면서 어떡하면 더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많은 자문자답을 거친 끝에 마주한 적 없던 영감이 있는 곳으로 떠나 보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경험이 곧 상상을 만드니, 여러 고생 겪어 보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겠죠?"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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