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객 실화, 과자봉지 태우다 불 “아궁이 마른풀 넣고 부채질한 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무섭도록 정말 끈질기게 불길이 되살아나 퍼져 나갔다."
2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분명히 소방헬기와 인력이 총동원돼 불을 껐던 곳인데, 어느새 다시 불길이 치솟고 있다"면서 "도깨비불처럼 옮겨다니며 확산하는 탓에 헬기 진화가 중단되는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가 최대 고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조한 날씨 강풍에 인재 겹쳐
산청 산불은 풀깎는 기계 불티 원인… “고온 건조 드라이기 같은 상태서
강풍에 끈질기게 번져 진화에 난항… 불길 재확산, 오늘 아침이 최대고비”
“무섭도록 정말 끈질기게 불길이 되살아나 퍼져 나갔다.”
2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분명히 소방헬기와 인력이 총동원돼 불을 껐던 곳인데, 어느새 다시 불길이 치솟고 있다”면서 “도깨비불처럼 옮겨다니며 확산하는 탓에 헬기 진화가 중단되는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가 최대 고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낮 12시 12분 발생해 산림 192ha를 태우고 진화율이 70%까지 갔던 울주 산불은 이날 오후 재확산하며 신기·중광·내광·외광·귀지 등 인근 5개 마을 주민 791명에게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 예초기 불씨-과자 봉지 소각이 원인
21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주말 동안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전국 42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로 시작됐다. 이후 진화 작업은 봄철 기압 배치가 만든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는 “아궁이에 바짝 마른 풀을 잔뜩 넣고 태우며 엄청나게 세게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서풍 타고 확산… “드라이기 같은 상태”
산불이 발생한 뒤에는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로 인한 강한 서풍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은 보통 태백산맥 등 가파른 지형을 만나면 비를 뿌리고, 산맥을 넘어간 뒤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으로 바뀐다. 이번 산불 발생 당시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 비화 현상으로 진화 어려워… 천연기념물도 피해
도깨비불처럼 길게는 1km까지 불씨를 옮겨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진화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씨가 바짝 마른 산림에 쉽게 옮겨붙으면서 산불 제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신라 승려 의상 대사가 창건한 의성군 안평면의 운람사 건물들이 잿더미가 됐고, 천연기념물 울산 목도와 경남 기념물인 900년 된 하동군 두양리 은행나무도 화재 피해를 입었다. 한국전력은 의성 산불 현장 인근에서 고압 전류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22일부터 안계변전소∼의성변전소 구간 송전철탑 55기 중 20기에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울주=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괴물 산불’에 18명 사망·19명 중경상…2만7000명 대피
- “뒤에 바람” “온다 온다”…소방관 보디캠에 찍힌 ‘산불 사투’ 현장
- 목줄만 풀어줬어도…산불 속 남겨진 반려견들
- 韓대행 “산에서 불법 소각시 엄정 대응”…역대급 산불피해에 대국민담화 발표
- 이재명 오늘 2심…“골프사진 조작” “국토부가 협박” 쟁점
- [이진영 칼럼]탄핵 9전 9패, 尹 탄핵은 성공할까
- 국민의힘 강명구 “尹 돌아오더라도 기나긴 싸움 시작”[황형준의 법정모독]
- 민주 “지연된 정의는 불의…헌재, 오늘 尹선고일 지정하라”
- 싱크홀 공포 “내 출퇴근길은 괜찮나”
- 트럼프 “현대차 훌륭” 3차례 언급… “인허가 문제땐 날 찾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