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에 ‘火風’… LA 산불과 닮은꼴
영남을 중심으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올 초 미 캘리포니아를 휩쓴 대형 산불과 비슷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은 ‘샌타애나(Santa Ana)’라 불리는 고온 건조한 강풍이 원인이 됐다. 겨울~봄 시기에는 미국 서남부의 모하비 사막과 미 서부 내륙의 대형 분지인 그레이트 베이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서쪽으로 넘으면서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어 서부 해안가를 직격한다. 산맥을 내려오며 풍속도 빨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불씨가 생기면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불을 서부 해안 쪽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겨울철 중국 쪽에서 불어온 북서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동쪽으로 넘으며 고온 건조해져 동해안 일대를 마르게 한다. 특히 강원 영동 일대는 겨울부터 봄까지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는 바람이 분다. ‘양양과 간성(현 고성) 사이에 부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급경사가 많고 진부령·미시령에서 골바람까지 일어나 풍속까지 빠르다. 샌타애나는 ‘악마의 바람’, 양간지풍은 불을 몰고 오는 ‘화풍(火風)’이라는 별명이 있다.
강수가 적은 것도 산불 확산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립산림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로스앤젤레스 일대 강수량은 평년 대비 4%에 불과했다. 강원 속초도 1월 평년(1991~2020년·30년) 강수량은 43.5㎜인 데 반해 올 1월에는 3분의 1인 14.5㎜로 적었다. 강원도는 3월 들어 눈구름대를 동반한 동풍이 불면서 최고 120㎝ 내외의 적설을 기록했으나, 영남은 눈·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경북 의성의 경우 올 3월 한 달간 강수량은 29.6㎜였다. 이는 눈으로 환산하면 3㎝ 정도가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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