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부대용 블랙호크 개량사업 놓고 대한항공·KAI 격돌…침투능력 대폭 향상[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12·3 계엄사태 당시 국회 날아 든 특전사 블랙호크
대한항공, LIG넥스원,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와 사업 참여
KAI는 한화시스템·이스라엘 엘빗 시스템과 맞손
육군이 보유한 UH-60P 블랙호크 중 갈매기 날개 같은 스터브 윙(stub wing)에 보조연료 탱크를 장착한 것이 특전사 전용 헬기다.
이 스터브 윙 기체가 참수부대로 불리는 특전사 흑표부대 제13특수임무여단 전용 헬기로 모두 24대가 배속돼 있다. 나머지 108대는 육군항공사령부 기동헬기 대대에서 운용한다.
대한민국은 육군 이외에도 공군이 전투탐색구조용(CSAR)용으로 12대를 운용중이다. 해군도 8대를 운용한다.
UH-60 블랙호크는 1979년에 첫 실전배치가 이뤄진 이래 지금까지도 신규 생산이 이뤄지는 스테디셀러다. 한국군의 UH/HH-60P 블랙호크 기동헬기는 1990년에 도입사업이 결정돼 1999년까지 면허생산으로 양산배치됐다.생산 연도와 비행시간으로 분류하면 25년부터 30년이 된 기체로 나뉜다. 대한항공이 대부분의 물량을 생산해서 군에 인도한 형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로 육군과 공군 특수전부대의 공중 침투를 지원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국방부는 UH/HH-60P 블랙호크 기동헬기를 성능개량해 2030년대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개량사업 착수에 들어갔다.
성능개량 예산은 약 9000억원이며, 대상 기체 수는 36대이다. 특전사용 24대와 공군 전투탐색구조용 12대만 개량하기로 했다. 나머지 108대는 운용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현재 준비중인 차세대기동헬기로 대체한다.
UH-60은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군용 헬기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기종이다.
국방부는 원래 130여대의 모든 UH/HH-60P 블랙호크를 성능개량하는 것을 검토했다. 벌쎄 10년 전 일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성능개량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예산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업체 간 과열경쟁이 겹치면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업체 간의 과열경쟁은 마치 소유권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특정 업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국방부로부터 대규모 항공기 사업을 따 낸 적이 없던 특정업체가 외국의 조종석 개량 전자장비 업체를 한 팀으로 삼으면서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업체는 성능개량사업을 하면서 얻는 기술보다는 인건비를 가져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침 본격 양산을 시작한 국산 KUH-1 수리온 기동헬기 개발을 우선시 하게 되면서 UH/HH-60P 성능개량사업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말있다.
이 사업이 다시 부활하게 된 계기는 참수부대의 창설과 전용 기동헬기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특수전용으로 쓰이는 UH/HH-60P는 유사시 특전사의 공중침투, 대량파괴무기(WMD) 대응, 탐색구조 등에 투입된다. 고난도 작전인만큼 헬기의 성능도 그만큼 우수해야 한다.
지난 13일 방위사업청은 이와 관련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방사청은 오는 25일까지 입찰등록을 받은 후 4월 중순경 참여 업체의 설명을 듣고 평가를 거친 뒤 곧바로 국내 방산업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업체 두 곳에서 사업 참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업체는 사업을 가져가기 위해서 제안서 작성에 집중하고 있다.
성능개량사업은 선정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날로 부터 84개월, 3년 6개월 내에 완성을 해야 한다. 성능개량은 조종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조종시스템 개량은, 지형회피 등이 포함된 야간침투능력, 저고도 항법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12·3 당시 707 특수임무여단 등 계엄군을 태운 블랙호크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착륙은 도심지 야간비행이었다.
이번 성능개량사업 목표는 도심지가 아닌 산악지대 등 험지의 야간비행에 주안점을 두고 이뤄지게 된다.이 사업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성능개량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운용수명을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늦게 사업을 착수하는 바람에 기체운용수명 연장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국내면허생산으로 납품한 기체들은 설계수명 8000시간으로 육군의 24대는 5000~7500시간이며, 공군의 12대는 8000시간에 도달한 기체들이 섞여 있다.
또한 구형 기동헬기이기 때문에 기술자료 확보가 여의치 않다. UH-60 시리즈는 최초 양산형 A형이 1980년대 등장했으며, 한국군의 P형은 1980년대 말에 나온 미국 육군 사양인 L형을 한국군 버전으로 가져와서 면허생산 했다.
현재 미 육군이 사용하는 최신형은 UH-60M/V형이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원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 자회사 시코르스키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A형 기술자료 복사본을 얻은 업체도 있고, L형 기술자료 복사본을 겨우 받아 낸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L형 기술자료를 얻은 업체는 앞으로 미국과 미래사업을 같이 하기로 업무계약( MOU)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술자료는 창정비 교범이나 생산도면이 아니다. 개발당시 기술자료를 일컫는다. 따라서 원 제작사의 기술지원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사업추진기본전략과 사업타당성 조사 시 제안요청서에는 주관업체에 추가로 요구하는 항목이 늘어난 반면 사업예산은 늘지 않은 채 그대로이다.
성능개량사업은 주요 장비를 교체하고 구성품을 통합,체계의 최적화, 시험평가, 감항인증, 규격화 수행 등 거쳐야 할 과정이 산적해 있다. 성능개량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기체상태를 보강하면서 교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도 미리 세워둬야 한다.
장비 측면에서는 오픈 아키텍처 기반 디지털 조종실, 위성통신체계, 유무인복합 체계(MUM-T) 연계성, 야간침투용 양안 헬멧 디스플레이, 국내개발 비방사형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 등이 적용되므로 경험 많은 업체와 손을 잡아야 사업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앞에 거론한 두 업체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사업에 참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체계통합, 설계, 시험, 납품을 맡는다. LIG넥스원은 생존 장비와 통신체계를 담당한다. 생존 장비 중에서 적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기체를 보호하는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DIRCM)는 이스라엘 버드 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만들 예정이다.
DIRCM은 항공기에 장착돼 적의 미사일 위협 신호가 탐지되면 고출력 적외선 레이저를 발사해 미사일을 교란하는 장비다.
버드 에어로스페이스는 스프레오스(SPREOS)라는 DIRCM을 개발, 수출한 바 있다. 적외선 추적 방식의 지대공미사일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여객기와 비즈니스 제트기, 헬기 등의 플랫폼에 장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할 경우 UH/HH-60에는 스프레오스의 한국형 장비가 탑재될 전망이다. 이외의 생존·통신장비는 수리온 수송헬기와 미르온 공격헬기에 쓰이는 전자장비 개발 경험을 토대로 LIG넥스원이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미국 기업인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는 항법 체계와 조종석 개량을 맡는다. 콜린스는 군용기, 우주분야 시스템 및 제조 전문 업체다. 미군 UH-60의 특수작전용 헬기인 MH-60 조종실 디지털화를 비롯한 성능개량을 실시했다.
기존 UH/HH-60의 아날로그 계기판은 비행 중 조종사의 업무 부담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디지털 조종실로 바꾸면 조종사의 부담이 줄어든다. 도입 절차가 진행중인 한국군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의 조종석도 디지털 방식이다. 운영효율성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한미 연합작전 관련 상호운용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미군은 디지털 조종석이 적용된 UH-60V를 운용하고 있다. 특수전 헬기인 MH-47G, MH-60M은 더욱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이들과 동등한 수준의 디지털 조종석을 갖춘다면 한미 연합 특수전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KAI는 한화시스템·이스라엘 엘빗 시스템과 손을 잡고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KAI는 기체 체계 개발 및 통합을 맡고, 한화시스템은 항공전자시스템을 담당한다.한화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자사의 DIRCM과 미사일경보수신기(MWR), 레이더경보수신기(RWR) 등을 제안해왔다. 기체에 장착되는 다양한 센서로부터 수집된 위협 경보를 통합 관리해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게 된다.
엘빗 시스템은 디지털 조종석 개발 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엘빗 시스템은 헬기의 임무컴퓨터, 다기능 디스플레이, 전자 광학 포드 및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장비를 통합하는 기술도 갖췄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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