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보다 놀라운 선수가 나타난다고? 日 역사학자의 단언...지금은 일본 야구의 황금시대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역사상 일본 파워가 요즘처럼 기세등등했던 적은 없다.
1995년 노모 히데오가 LA 다저스에 입단해 토네이도 투구폼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이래 숱한 일본 출신 스타들이 메이저리그를 호령해 왔다.
투수로는 노모를 비롯해 이시이 가즈히사, 마쓰자카 다이스케, 구로다 히로키,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정상권에 올랐으며, 최근에는 마에다 겐타, 기쿠치 유세이, 센가 고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마나가 쇼타, 그리고 사사키 로키까지 에이스급 투수들이 정상 정복에 나선 상황.
타자 부문은 상대적으로 빈약하지만,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해 10년 연속 3할, 200안타, 골드글러브를 작성한 스즈키 이치로가 오는 7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고,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도 뉴욕 양키스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는 등 통산 175홈런을 때리며 시대를 풍미했다.
누가 뭐래도 일본 출신 최고의 스타는 오타니 쇼헤이다.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오타니는 2021년부터 투타 겸업을 본격화하며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작년 LA 다저스로 옮겨 사상 첫 50홈런-50도루를 달성했고, 생애 세 번째 MVP도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지난 18~19일(이하 한국시각) 도쿄돔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 시리즈는 오타니를 위한 무대나 다름없었다. 그가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 야구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환호를 받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 오타니가 일본 야구의 전성기를 미국 대륙에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18일 '오사다하루부터 오타니, 그리고 그 이후: 일본 야구는 어떻게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나'라는 제목으로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정복 역사를 집중 조명했다.
기사를 쓴 파비안 아르다야 기자는 '노모가 다저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온 지 30년이 됐고, 이치로가 시애틀에 입단해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하며 일본인 타자에 대한 전통적인 미국의 인식을 바꾼 지 24년이 지났다'며 '그들이 일본 야구의 황금 시대를 열어 젖혔다. 오타니는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야구선수이고 이치로는 올여름 일본 출신으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지난 주 도쿄시리즈는 야구에 끼치는 일본의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2004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프런트 생활을 시작한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내 선수들의 기량은 훨씬 좋아졌다. 그런데 일본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크기는 더 커졌다고 본다"면서 "지금도 상당히 많은 일본 투수들이 재능을 뽐내고 있다. 예전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그땐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며 일본 야구의 질적 향상을 평가했다.
컵스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세이야도 "앞으로 많은 일본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사사키에 이어 내년에는 야쿠르트 스왈로즈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할 것으로 예상된다. NPB를 뛰지 않고 곧바로 태평양을 건넌 스탠포드대학 거포 사사키 린타로와 애슬레틱스 마이너리거 투타 겸업 모리이 쇼타로도 일본 출신 기대주로 꼽힌다.
대표적인 NPB 역사학자 이토 노비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0년, 100년 동안(일본 야구는)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타니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현재의 일본 야구가 황금시대냐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 있인데, 물론 황금시대다. 그러나 점점 발전하고 나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노모가 30년 전 메이저리그를 정복할 때 메이저리그는 그 신선함에 놀랐다. 이치로가 MVP에 올랐을 때 메이저리그는 충격에 빠졌다. 오타니가 투타 겸업 MVP에 오르자 메이저리그는 일본 야구에 경의를 표했다. 오타니보다 뛰어나려면 어떤 선수가 나타난다는 것일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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