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우경화 시대 ‘복지국가’의 길 [세상읽기]


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
무서운 기세로 극우가 확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하려고 마음먹지 않는 한,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국민의 40% 가까이가, 보수적 유권자의 72%가 탄핵에 반대한다(갤럽리포트). 더 심각한 상황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절대다수가 탄핵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주류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폭력적으로 유린한 윤석열 탄핵에 반대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극단적 극우’로 나아가고 있다. 포퓰리즘과 극우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극우’ 집단은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며, 권위주의 또는 독재 체제를 선호하는 특징을 갖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도, ‘극우’의 중요한 특성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와 헌법재판관에 대한 위협을 소수의 일회적 일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위협받는 것이 민주주의만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면, 민주화 이후 시작된 복지국가로의 이행 또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합의했던 ‘보편적 복지국가’의 실현은 극우의 확산과 공존할 수 없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의 급부상이 이민자를 공적 복지에서 배제하는 ‘복지 쇼비니즘’(Welfare Chauvinism)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공적 복지의 급여를 자국민(자민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으며, 타자와 민족적, 문화적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민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확산시키고 있다. 극우 정당들은 이러한 ‘복지 쇼비니즘’을 통해 기성 정치권의 정체성 정치에서 소외된 육체노동자와 취약계층 등을 결속시키며, 정치적 동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공적 복지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았고, 이민자 문제도 핵심적 정치 의제가 아닌 한국 사회에서 극우의 부상은 유럽과 달리 ‘복지 쇼비니즘’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극우의 본질은 단순히 이민자와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극우의 본질은 우리와 타자를 구분하는 것에 있다. 이슬람 이민자가 거의 없는 폴란드에선 이슬람 이민자에 대한 극우의 공격이 일회적으로 끝나고, 그 대상이 성소수자로 전환되었다.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따라 극우가 배제하는 타자의 정의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자국민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극우와 연동된 ‘복지 쇼비니즘’도 마찬가지이다.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자국민을 자격 없는 자로 간주해 공적 복지의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과 그 지지자들이 시민권에 기반한 복지보다 노동연계 복지 등 조건부 복지를 더 선호하는 이유이다. 이는 ‘복지 쇼비니즘’이 언제든 국민의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것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복지 쇼비니즘’이 외국인을 배제하는 ‘복지 배타주의’이자,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집단을 배제하는 ‘복지 배제주의’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이유이다.
즉, ‘극우’가 보수의 주류로 부상하면 복지급여의 대상을 자산·소득 조사 등과 같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한 ‘자격 있는 빈자’로 제한함으로써 복지 제도의 보편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가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극우의 확산은 한국 복지국가를 엄격한 선별주의로 재편해,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극우의 확산은 일회적 일탈이 아니다. 윤석열이 탄핵된다고 끝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우경화의 시대다. 극우의 시대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극우가 지배적인 이념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한국 복지국가가 지금과 같이 가던 길을 갈 수 있을까? 집권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극우에 포획되어 있다. 우경화하는 정당과 극우에 포획된 정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넘어 상속세는 물론 소득세까지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복지국가는 존립 기반 자체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복지국가를 향한 시민적 연대를 확대하는 정치적 전략이 절실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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