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 이틀째 경북 의성…주민들 마을 지키기 사투

유건연 기자 2025. 3. 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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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연기가 산등선을 타고 계속 피어 올랐다.

마을 주민들은 산불이 혹여나 마을로 덮칠까 봐 점심도 굶은 채 노심초사 했다.

산불이 확산하자 급하게 대피한 주민들도 혹여나 마을까지 불이 덮칠까 걱정하는 분위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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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의성읍 철파리 한 주택이 22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됐다. 주민들은 인근 의성체육관으로 긴급 대피한 상태다.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석탑1리 야산에서 산불이 능선을 타고 번지고 있다.

희뿌연 연기가 산등선을 타고 계속 피어 올랐다. 차에서 내리자 매캐한 연기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KF92 방역 마스크를 썼지만 매캐한 냄새는 계속됐다. 타고 남은 재가 흰눈처럼 날렸다.

23일 오전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의성읍으로 이어지는 912번 지방도 좌우로는 산불에 타버린 논밭둑과 듬성듬성 검게 변해버런 산림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산 곳곳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날 잦아들었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능선을 타고 무섭게 번지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산불이 혹여나 마을로 덮칠까 봐 점심도 굶은 채 노심초사 했다.

유학수 안평면 석탑1리 이장은 “22일 오후엔 우리마을 앞산인 사발음지산이 진화된 줄 알았지만 아침부터 불씨가 되살아나 꼭대기부터 차츰 타내려오고 있다. 군청에 소방차를 요청했고, 마을 주민들이 급한대로 밭둑 위주로 방화선을 구축하고 SS기와 경운기 등을 이용해 오전 내내 물을 뿌리고 있다”면서 “바람이 차츰 강해지고 불티가 날아다니는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석탑1리 주민들은 22일 안평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해 날밤을 새운 후 23일 날이 밝자 방화선을 구축하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석탑1리 야산에서 산불이 능선을 타고 번지고 있다.

인근 석탑2리도 새벽에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마을 바로 뒤까지 내려왔고,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진화 차량 2대가 투입돼 산불을 끄고 있었다.

의성읍 철파리 하늘에는 헬기들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진화에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현장지휘본부가 차려진 안평면사무소에서 만난 산림청 관계자는 “되살아난 불씨가 강풍을 타고 확산하고 있으며, 오후 들어 바람이 강해지면 불티 비화(불티가 바람을 타고 최장 2㎞까지 날아가는 현상)로 진화 작업에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밤샘 진화에도 주불은 의성읍과 점곡면, 옥산면까지 확산했고, 23일 오후 1시 기준 산불 영향 구역은 3510㏊, 화선은 68㎞까지 크게 늘어났다. 진화율은 30%다.

산림당국은 23일 진화 헬기 52대와 산불특수진화대, 산림 공무원, 군경, 의용소방대 등 진화 인력 3777명, 소방차량 453대 가용 자원을 투입한 상태다.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의성읍으로 번지면서 철파리 농경지와 주택이 일부 불에 탔다.

산불이 확산하자 급하게 대피한 주민들도 혹여나 마을까지 불이 덮칠까 걱정하는 분위가 역력했다. 이번 산불로 피해가 가장 큰 마을인 읍1리에서 의성체육관으로 대피한 최선필 어르신(84)은 “어제 오후 불이 산등선을 타고 번지는 모습을 보고선 옷가지도 못 챙기고 부랴부랴 이웃들과 대피했다”면서 “집이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 어르신은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불길에 휩싸인 산과 공장건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날이 밝자 움직일 수 있는 남자들은 전부 나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 시작이 성묘객 실화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 이장은 “산림과 인접한 농촌 주민들은 봄철 산불 때문에 바짝 긴장하며 산불 예방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온 사람의 한순간 실수로 수많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성체육관에 대피한 읍1리 한 주민도 “한 사람의 저지래(잘못한 일)로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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