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갈끄니까” 일론 머스크 한 마디에 13% 급등한 ETF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본격 인공지능(AI) 시대를 열어 제친 샘 올트먼의 오픈AI. 일론 머스크가 애지중지하는 우주사업체 스페이스X.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비상장사라는 것. 미국에는 이런 비상장사들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티커명(종목 이름) DXYZ다. 스페이스X에 따라 주가 ‘롤러코스터’ 중인 DXYZ는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도로 갈리는 ETF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이 우주선에 로봇을 실어보낼 심산이다. 그는 “스타십은 내년 말 옵티머스(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를 실은 채로 화성을 향해 출발한다”며 “해당 착륙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인류의 화성 착륙은 이르면 2029년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당초 예상(2031년)보다 2년 앞당길 계획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 머스크 CEO는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켜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래서 국내에선 “화성 갈끄니까”라는 유행어가 퍼졌었고 다시 한번 ‘밈’(유행처럼 퍼짐)을 형성할 태세다. 이런 파급 효과는 테슬라 보다는 스페이스X로 관심을 쏠리게 만든다. 결국 스페이스를 ‘넘버원’ 보유 종목으로 갖고 있는 DXYZ ETF로의 머니무브로 이어진다. 이날 주가가 13%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따르면 DXYZ에서 스페이스X 비중은 37.6%에 달한다. 보유 2위 종목 부터는 모두 한 자릿수 비중이어서 사실상 DXYZ ETF를 매수하는 것은 스페이스X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평가다. DXYZ는 이처럼 비상장사 22곳에 투자하지만 유달리 스페이스X 비중이 높은 편이다.
스페이스X는 전세계 비상장 회사 중 가장 가치가 높은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2002년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우주 발사체를 재활용해 우주 사업 비용 부담을 극도로 낮춰 주목받고 있다. 홍보 마케팅비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마진율을 높인 초기 테슬라와 비슷하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작년 10월 5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1시간 5분에 걸친 비행을 마치고 인도양에 안착했다.
일반적인 우주선 발사 비용은 2000억원이 넘는다. 부스터를 그대로 폐기하기 때문. 재활용이 가능한 스타십의 경우 사업 총비용이 800억원대에 불과하다. 기존 로켓 대비 비용 부담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이같은 비용 절감 효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스크 CEO를 인정하는 요소이며, 머스크에게 미국 행정부의 비용 절감을 주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머스크는 테슬라 보다는 스페이스X에 좀더 몰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스페이스X는 미국 NASA에 로켓을 독점 공급 중”이라며 “트럼프가 머스크를 구하기 위해 테슬라 전기차 처럼 로켓을 대놓고 사주고 있어 이 기업 가치는 당분간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스페이스X 내부 관계자들의 주식 매각으로 이 비상장사의 가치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왔다. 최근 이 회사 직원과 초기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주식을 주당 185달러에 처분했다는 것. 이를 주식 수와 곱해 약 504조원이라는 사설시장 기준 시가총액이 확인됐다. 이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세다. 지분 매각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 증권가 관계자는 “중국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를 지분을 많이 샀고, 더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ETF내 샘 올트먼의 오픈AI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테크 기업들의 수장들과 만나 향후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실제로는 자신의 회사에 투자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AI로 버는 돈 보다 기존에 들어간 돈이 많아 작년 한해에만 7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를 제외하고 대부분 적자 회사들이 즐비하다보니 ETF 주가 자체가 극한의 변동성을 기록 중이다. DXYZ는 2024년 상장 직후 25달러로 출발했다가 곧바로 60달러로 올랐다. 그러다 같은 해 10분의 1 토막이 났고, 스페이스X 발사 소식에 7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가 다시 반토막이 났다. 최근 머스크 CEO의 화성 계획에 다시 한번 급발진한 것이다.
이런 주가 변동성에는 무지막지한 연간 비용도 자리잡고 있다. 보통 유명한 ETF의 경우 0%대인데 DXYZ의 경우 연 2.5%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이 ETF의 실질 가치 보다 주가의 고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ETF가 고평가됐다는 것은 순자산가치(NAV)와 주가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다는 뜻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DXYZ의 NAV는 5달러 수준이다. 현재 주가가 33.3달러이니까 6배 이상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비상장사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떼는 높은 수수료와 뛰어난 회사 한 곳(스페이스X)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조라 괴리율과 주가 변동성이 당분간 높을 전망이다.
스페이스X에 여전히 투자하고 싶다면 다른 ETF인 ‘XOVR’를 매수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이 ETF는 스페이스X를 9.6%의 비중으로 담고 있다. 그 외에 구글 엔비디아 오라클 등 다른 테크 기업들을 골고루 담고 있어 변동성이 낮다. 다만 지난 15일 머스크 CEO의 화성 발사 계획에도 이 ETF 주가는 2.9% 밖에 오르지 않았다.
결국 ‘대박과 분산은 함께 갈 수 없다’는 증시 격언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XOVR과 DXYZ는 똑같이 보유 비중 1위로 스페이스X를 담고 있지만, 그 비중이 각각 9.6%와 37.6%로 거의 4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머스크 CEO의 찬란한 우주 계획에 동참해 대박을 노린다면 DXYZ가 적합하지만, 극한의 변동성을 피하고 안정적 수익을 노린다면 XOVR이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월가의 일반적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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