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비트코인, 카지노 같은 대박 없어… 알트코인은 공부한 후 투자하세요"
"단기 이슈에 집중된 자료 아닌 오랜 기간 가치 있는 리서치 보고서 추구"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
"비트코인이 단 기간에 백배, 천배 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알트코인은 충분히 공부하신 후 투자하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코빗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이어 국내 4위 가상자산거래소다. 그럼에도 거래소 중 유일하게 가상자산 리서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모든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를 설치하고, 시장 전망이나 투자 정보 등을 공급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코빗이 유일하다.
코빗은 지난 2021년 11월 첫 보고서 'Gradually, then Suddenly - 임계점에 도달한 기관투자자'를 시작으로 매달 2~4건의 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그 중심에 김민승(43·사진) 센터장이 있다. 그는 2021년 코빗에 합류해 정석문 전 센터장과 함께 코빗 리서치센터를 설립했다. 현재는 최윤영 센터장과 함께 코빗의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코빗은 급변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단기 이슈에 집중된 자료가 아닌, 지속가치 기반의 리서치 보고서를 추구한다.
김 센터장은 "시간이 지난 후에 읽어도 '맞는 말을 썼네'라고 할 수 있는, 오랜 기간 가치가 지속되는 리서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임 정 선터장 시절부터 이어온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김 센터장의 프로그램 개발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 우연한 기회에 블록체인을 접하게 됐고 단숨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단순한 기술이나 상품이 아니지만, 깊은 철학과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이 하나가 되어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블록체인과의 인연은 그를 코빗으로, 그리고 센터장으로 이끌었다.
"2018년 암호화폐공개(ICO) 광풍이 해외에서는 조금 사그라들 때 블록체인을 접하게 됐어요. 사실 그때만해도 블록체인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았죠. 사람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블록체인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빠지고 관심을 가질까.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보다가 저도 매료된거죠. 이를 계기로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이후 코빗에 들어오게 됐죠."
과거 ICO 광풍이 불었을 당시,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도 가상자산과 관련된 제도와 규율은 존재하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당시를 '무법'(無法), '비법'(非法)으로 비유했다. 법이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고 질서가 문란한, 법에 어긋난 시장이 암호화폐 시장이었다.
전통 금융은 수백 년의 역사와 잘 정비된 체계가 존재한다. 반면 가상자산은 업력이 짧으며 '주식이 아니게끔' 만들어졌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성' 소송을 남발하면서 그나마 있던 약간의 '증권성'마저도 최대한 제거한 경우가 많다. 코빗은 현재까지도 혼란스러운 가상자산 시장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자 한다.
"가상자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특이한 주식'으로 가상자산을 보시는데, 저희는 '주식이 아니다'라고 얘기합니다. 대표적으로 주식의 내재가치가 여기에 해당하죠. 주식은 발행한 회사의 가치, 즉 내재가치로 평가하지만, 가상자산의 발행자는 주식의 소유권을 대표하는 회사와는 다른 개념이거든요. 이런 차이를 열심히 설명해오고 있고, 조금씩 인식이 빠르게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트럼프 2기 집권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국내에서는 코빗 리서치도 한 몫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취임 직전 비트코인은 10만90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지난달 25일에는 8만700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XRP, 솔라나, 카르다노 등을 전략적 비축자산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알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후 다시 급락했다.
가상자산 급등락의 배경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준비자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친(親)가상화폐' 정책을 펼치자 가격이 급등했고, 공약을 이행하자 시장의 기대가 가격에 반영돼 있어 상승분을 반납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가상화폐를 둘러싼 '국가단위 FOMO(포모·소외불안)'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도 가상자산을 전략자산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로 인해 '국가단위 FOMO'는 현실화되고 있고 작년부터 주장해 온 '비트코인 우주전쟁'도 시작됐다고 봅니다. 국가별로 가상자산을 더 많이 갖기 위한 패권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봐요."
김 센터장은 미국 의회의 관련 입법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트럼프 정부의 '크립토 차르'(AI & Crypto Czar) 데이비드 색스는 기자회견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이 달러 패권과 국채 수요에 핵심 역할을 한다"며 "미 국채 관련 수조달러 규모의 경제적 활동과 미국 내 금융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테이블 코인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같은 달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규제 체계를 명확히 했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 규제보다는 법적으로 가이드 라인이 잡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과 미 달러 국채토큰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요. 이와 관련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립토 킬러앱이 어떤 형태로 언제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지급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관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에선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빠르게 제정되고 규율이 잘 정비돼 있는 반면 국내는 이제 막 첫 발을 뗀 상태다. 가상자산 현물ETF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입법을 발의했다. 올 하반기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점진적으로 허용한다고 했으나, 금융기관 진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 센터장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이 제정돼야 하고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코인입니다.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이 이를 채택하고 있고, 혁신적인 '킬러앱' 등장도 임박했습니다. 우리나라 지급결제와 금융 시장도 곧 도전을 받게 되겠죠. 이는 마치 19세기 '이양선'의 등장과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해외에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국내도 블록체인, 가상자산, 크립토 생태계를 시급히 그리고 제대로 육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의 업권법 제정이 절실합니다."
비트코인은 이제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을 시작으로 더 많은 국가와 금융기관들에게 금 대체품으로 가상자산이 채택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규정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기존 금융과의 접점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과 국채 토큰도 더 많이 채택될 것이고, 자국 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들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주권을 위협할 수 있어요. 2035년쯤엔 2017년을 돌아보며 '그땐 정부 합동으로 ICO를 금지하고 법무부장관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했었지'라고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아직 '단타' 성향의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센터장은 가상자산의 예측과 분석이 어려운만큼,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변동성을 만들어내고 있죠.ICO 광풍장 때처럼 단기간에 백배, 천배 수익은 이제 없을 거예요. 가상자산 투자가 처음이시라면 카지노나 경마장 같은 재미 위주의 투기로 가상자산에 접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플레이션 헤지 용도로 비트코인에 접근하시고, 알트코인은 충분히 공부하신 후 확신이 생길 경우에만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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